찬란한 아침,

밤새 검은등뻐꾸기가 이 하늘 저 하늘 옮아 다닌 소리가 건너왔다.


그를 알고 있어 기쁘다, 그런 사람이 있다.

그와 같은 시간을 자신의 삶터에서 보낼 때,

사는 일 별 거 없다, 이런 게 사는 일이지 그런 마음이 인다.

오늘 벗들과 그러했네.

갈수록 어른의 학교로서의 비중이 커지고

그런 만큼 어른들 이야기가 많고나.


민수샘이 떠났네, 싣고 다니는 공구함을 구경시켜주고.

잘 정리한 물건들은 그가 일을 얼마나 맵게 하는 사람인지를 또한 보여준.

모든 연장이 바로 쓰일 수 있게 닦이고 갈려 있었더라.

- 옥샘이 훌륭한 목수네, 제가 보조해야겠네요.

학교를 둘러보며 여기저기 고치고 만든 물건들을 보며 그가 말했다.

다음에는 일손으로 오겠단다.

- 열심히 하시니 뭐라도 드려야겠는데...

마침 없는(내게) 곡자이다. 건네주고 가다.

서현샘도 버스를 타고 나가다.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본다. 잘 가시게, 내 고운 벗이여.

아침에 마당을 거닐 땐 민수샘을 위한 네 잎 토끼풀 하나,

점심에는 서현샘을 위한 것도 하나, 그렇게 행운을 실어주었네.


마침내!

돌탑을 쌓기 시작하다.

지난해 11월 말, 10년도 넘어 되는 세월을 뒤로하고 가마솥방 앞에서 치워졌던 돌탑이다.

한 시절을 그리 떠나보낸.

2004년 3월 불교학교에서 강의하던 이상국 선생님이 괴산 이쪽 끝 상주에서 건너오셔서

본관 들머리 양쪽으로 돌탑 두 기를 쌓아주셨던 것 가운데 하나.

샘들이 연초 겨울 계자에서 절반으로 나뉘어

반은 아이들과 계자를 꾸리고 나머지는 개울에서 실어 날랐던 돌이었더랬다.

돌탑 허물고 그 돌들 아무렇게나 소나무 곁에 몰려있기 여러 달,

이제야 다시 돌탑으로 환원되려한다.

사람들을 보내고 졸음이 몰려오려던 휴일 끝

얼마 전 다시 걸기 시작한 현판 아래 가서 손이 가는 일부터 하나 구상하고

돌무데기 앞으로 갔다.

새로 만드는 소도 공간의 한 축이 될 돌탑이렷다,

겨우 두어 단 밑돌만 놓았지만.

그런데, 몰랐고나, 그 돌의 크기를.

일찍이 그 겨울 선생들이 했던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이었나를

이제야 그 돌을 만지며 아노니.

얼마나 많은 일이 이러할 것인가.

긴 세월 지나 비로소 알게 되는 일이 얼마나 얼마나 숱할 것이냐.

학교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둘로도 택도 없는 크기들이라,

짐수레를 끌고 와 낑낑대며 올리고 옮기고...

짬짬이 올라갈 돌탑이겄다.


12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그렇게 자정에 전화가 울렸다.

만나면 고무되는 벗이 일손 보태러 다녀간다는 소식.

생각하고, 살펴주고, 움직여주고, 달려와 주고, 따뜻하고 귀하게 대하고,

그리고 기운을 북돋워준다면,

사람의 관계가 그만하면 넘치고 넘치지 아니한가.


스승의 날이었다.

선생질 하고 있으니 스승 소리를 듣는 민망함이여.

화목샘이며 상훈샘이며 메일 혹은 문자, 전화들이 닿았고,

두엇의 선물과 엽서가 닿았다.

그리고 저들이 말하는 ‘스승의 날 기념 방문’이 있었다.

‘... 제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께 그동안 인사 한 마디 못 드렸어요...’

아, 세상에 이런 찬사라니.

그는 알까, 자신이야말로 내게 손가락에 꼽히는 아끼는 사람이란 걸.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는 또 알려나.

고맙다. 나를 살리는 벗들이여!

그대들의 물꼬이고, 그 물꼬를 내 지키고 있노니,

보기가 너무 멀지 않도록 잰 걸음으로들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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