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어들이 모여드는 멧골의 6월이다.

이른 아침 가볍게 수행하고 아침뜨락에 들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거리 하나쯤 놓였을 수도 있으니.

더 손을 댈 건 아니었다.

햇발동과 창고동 점검, 이부자리를 챙겨놓고,

돔에 친 그늘막 끈이 아무래도 누구 발목을 걸 수 있겠는 거라.

빨간 리본을 매다.

모종들 물을 주고.

아래 학교로 놓친 바깥일들 있기 마련이라.

낮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점주샘이 그 일들을 챙기다.

본관 앞에 비덴스와 마가렛 얼마쯤 심기로 하고 통 손이 못 갔는데,

그것도 심고,

, 숨꼬방에서 달골로 짐을 빼내고 정리를 못했구나, 그것도 하고.

현철샘은 햇발동 장판을 깔고 못다 했던 걸레받이를 붙인 뒤

구두목골 작업실현장을 정리하고 쓰레기들을 내고,

학교아저씨는 운동장 둘레 풀들을 좀 더 뽑고.

 

버스로 먼저 들어온 이들이 낮밥을 먹다.

차가 밀린다는 소식.

오는 걸음이 더뎌지고 있었다.

부산에서 오시는 명해샘이 역에 도착했는데,

당신을 태울 이생진선생님 일당(승엽샘 재형샘)의 차는 아직 먼 곳이었다.

기락샘이 나가서 모셔오다.

 

주훈샘이 젊은 샘들을 이끌고

소나무 가에다 그늘막을 쳤고, 책방 앞에 차양도 세우다.

품앗이샘들이 거기 쓰임찾기공간을 만들다.

자신에게는 쓰임을 다했으나 타인은 더 쓸 수 있겠는 물건들.

옷방에서 지윤샘과 윤지샘이 정리해둔 것들이 있었고,

교무실 곳간에는 휘령샘이 챙겨둔 것들이

그리고 더러 사람들이 가져온 것이

책상에 놓이고 옷걸이에 걸리고.

재미가 있었다.

이어 샘들이 교사를 청소하기 시작했고,

, 이불방의 빨아둔 베갯잇도 넣었더랬다.

그리고 인교샘을 따라들 달골 올라

아고라 돌계단 사이 풀을 뽑고 블루베리를 따서 내려왔더라.

 

2시께 김천에서 논두렁 박상숙샘과 김미희샘 오셨더랬다.

꼭 당신들같이 곱디고운 찻자리를 준비해오셨다.

몇 해만이신가, 바르셀로나 가기 전해이던가 다녀가셨으니 벌써 여섯일곱 해.

아침뜨락을 둘러보신 샘들이 그동안 애 많이 썼다 말씀주셨다.

그러고 보니 아침뜨락을 처음 열던 해 시잔치에 함께 계셨던 당신들이라.

그 사이 울타리 측백이 훌쩍 크고 여러 나무들이며 공간이 자리를 잡은.

시간이 그리 흘렀고나.

올해도 다식을 정성껏 챙겨오셔서

시원한 오미자차와 동방미인을 달여내주셨더랬네.

마을부녀회에서도 두 분이 건너오셨다.

경희형님은 개망초를 한아름 꺾어 앉고 와서 항아리에 꽂아주셨고,

순희형님은 양념이며를 들고 와 나눠주셨다.

 

점주샘이며 아리샘이며 유설샘이며 두루 거든 저녁 밥상에는

나물들이 넘치게 올랐다; 엄나무순, 망초, 취나물, 고춧잎, 명아주, 무생채, ...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학교에 모였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왔고, 그들이 연어처럼 돌아온 학교다.

고래방에서 고정축하단의 공연.

1929년생 이생진샘이 이곳에 오시는 것 자체가 감동. 벅참이 올랐다.

다른 일정을 밀고 오신 승엽샘도 감사.

 

그리고 둘러앉아 한 우리들의 생활보고 혹은 삶보고,

사람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물꼬 연차에서부터 자신이 하고 있는 밥벌이, 자신의 관심사들을 나눴다.(* ‘호칭 다 빼고 씀)

초등 2년 때부터 물꼬 세월 15년 정도라는 해찬,

21년도에 품앗이로 오고 두 번째 온 채미,

지난겨울부터 계자 교장을 맡고 있는 물꼬 15년차 휘령,

초등 때 처음 왔던 수연은 교사가 되어 물꼬 오고 싶다고 했다.

16년도에 학과랑 연이 되어 물꼬에 왔던, 지금 중학 사회교사인 현택,

네 살 수범이를 데리고 처음 왔는데 그 아이 4학년이 된 수진,

스무 살 품앗이로 시작해 학부모가 된 고교 국어교사 윤실은 거의 30년차가 다 돼 가는.

물꼬 13년차 태희는 곧 간호사로 발령받고,

98년부터 온, 여의도 증권맨 기표샘은 26년차인가.

학교아저씨는 200310월부터 물꼬를 지켰다.

윤호가 군복무 중에도 외박을 내서 왔고,

큰 아이 열 살(그 아이 자라 군에 갔다)부터 연을 맺어 밥바라지로도 여러 해 애 많이 쓰신 인교.

일곱 살에 처음 왔던 디자이너 지윤은 서른도 한참 넘었지, 아마.

96년 물꼬를 만나 물꼬를 통해 가족을 얻은 기락은

사회학자로 본인의 연구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했다.

게임 프로그래머 미루는 물꼬 오는 사이 혼례를 올리고 아이 셋을 낳고,

2008년 물꼬에 처음 왔던 유설은

학교 후배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 수행모임에서 만났더라.

스물에 물꼬를 만나 서른일곱에 이른 희중은

물꼬의 가장 어려운 시기 물꼬 기둥이 되었더랬다.

그리고 좋은 연을 이룬 은혜와 동행해서 왔네.

한 주쯤 일찍 들어와 같이 연어의 날을 준비하고 밥바라지도 하는 점주는 11년차?

물꼬 2년차 현철은 동학모임에서 만나 물꼬를 도와주며 지켜보는 중이라고.

사회를 보는 아리샘, 아이들과 있으면 또래거니 할 걸 마흔 일곱이 되는 그는

물꼬를 몰랐던 시간보다 안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스무 살 품앗이 일꾼은 물꼬 살림을 크게 책임지는 댓 명의 굵은 논두렁 가운데 하나.

그리고 원자력연구소에서 퇴임한 주훈(내 나이 열여덟에 만난 그이니 그 세월 얼마인가),

돌아온 탕자라며 새옹지마를 말했다.

나쁜 일이 나쁜 일이 아니고 좋은 일이 좋은 일로 계속 있는 것이 아니더라며.

얼마 전 코로나 앓고 힘들었고, 그래서 이곳에 온 듯하다고,

? 스물두 살에 물꼬를 시작해 낼모레 육십이 된다.

선에 이르는 길은 구간마다 선하다, 우직하게 좋은 뜻을 가지고 나아가겠다,

요새 깊이 하는 생각이다.

 

현철샘이 지난 보은취회에서 찻자리에 다식으로 빙어튀김을 냈더랬는데,

한 팩의 빙어가 그에게 또 있었더라.

안주로 그가 튀기기 시작하자

기표샘이며 윤실샘이며 돌아가며 튀김가루를 묻혔다.

우리는 밤새 달렸다, 라고 누가 그랬다.

그리워했던 시간들을 그리 풀고 있었다.

야삼경 지나고 새벽 3시가 되고 4시가 되고.

부엌 뒤란 아궁이 앞에서는 밤새 집단상담 중이었고,

젊은 친구들은 이슬을 맞고 두멧길을 걷다들 들어왔다.

수범이와 윤진이는 한낮의 빛을 넘어 석양도 지나 어둠이 마당에 내리고 밤이 깊도록

운동장 한켠을 파고 있었다.

저 땅을 파서 북한까지 가보겠단다.

뭐랄까, 물꼬스러웠다.

소윤이와 소미는 어른들 곁에서, 현준이는 책방에서,

아이들은 또 그렇게 그들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칠판에는 먹을거리를 나눈 흔적들.

연어의 날

- 밑돌모임(준비위): 현철 점주 영철 영경

- 축하단: 생진, 승엽, 재형, 명해

- 찻자리: 상숙, 미희

- 과일: 희중 은혜 유설 세아

- 나물, 빙어튀김: 현철

- 햇발동 장판: 아리

- 골뱅이소면: 인교

- 소주, 막걸리: 주훈

- 맥주: 유설

- 믹스커피, 식빵, 우유: 해찬, 수연, 채미, 현택, 태희

- 맥주 안주: 수진

- 음료: 윤실

- 우유, 커피: 휘령

- 캔맥주: 기표

- 샐러드: 지윤

- 들꽃, 양념: 대해리(순희 경희)

(이생진 선생님 일당 떠난 햇발동 거실에는 두 가마니의 화장지가 놓여있었다.)

 

기락, 윤호, 미루, 현준, 윤진, 수범, 소윤, 소미

영혼참가(윤지 외 4, 소울, 세아)

몸 참가 36, 영혼참가 7, 모두 4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416 2023. 8. 5.흙날. 맑음 / 172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23-08-07 446
6415 2023. 8. 4.쇠날. 해 옥영경 2023-08-06 324
6414 2023. 8. 3.나무날. 맑음 / 말벌 리프팅? 옥영경 2023-08-06 337
6413 2023. 8. 2.물날. 구름 무거웠으나 옥영경 2023-08-06 332
6412 2023. 8. 1.불날. 맑음 옥영경 2023-08-06 319
6411 2023. 7.31.달날. 살짝 흐린 옥영경 2023-08-06 264
6410 여름 청계 닫는 날, 2023. 7.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8-05 281
6409 여름 청계 여는 날, 2023. 7.29.흙날. 소나기 한 때 옥영경 2023-08-05 302
6408 2023. 7.28.쇠날. 맑음 옥영경 2023-08-05 244
6407 2023. 7.27.나무날. 소나기 / 뜬금없는 제사 이야기 옥영경 2023-08-05 277
6406 2023. 7.26.물날. 비 옥영경 2023-08-05 308
6405 2023. 7.25.불날. 흐리다 소나기 지나고 옥영경 2023-08-05 359
6404 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옥영경 2023-08-05 275
6403 2023. 7.23.해날. 비 옥영경 2023-08-05 257
6402 2023. 7.22.흙날. 밤비 / 소소한 출판기념회 같았던 북토크 옥영경 2023-08-04 259
6401 2023. 7.21.쇠날. 살짝 찌푸린 맑음 옥영경 2023-08-04 248
6400 2023. 7.20.나무날. 갬 옥영경 2023-08-04 265
6399 2023. 7.19.물날. 볕 옥영경 2023-08-04 262
6398 2023. 7.18.불날. 비 옥영경 2023-08-03 293
6397 2023. 7.17.달날. 해 짱짱 / 아이 어려 계자에 보내는 게 망설여진다시길래 옥영경 2023-08-03 27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