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샘이 베서 온 부추가 좋았다.

부추전에 부추김치를 담고,

뽑아온 파로는 파전을 밥상에 올렸다. 마침 소나기 내렸다.

아래 학교에서는 본관 앞 꽃밭 너머 있는 포도나무 둘레의 풀을 뽑고,

달골에서는...

명상돔을 살폈다.

연어의 날에 사각 그늘막을 하나 돔 위를 감싸 쳐놓았다.

그걸 제대로 펴기로.

기둥을 네 곳에 박고 그늘막으로 거기 끈으로 묶기.

기둥이 아직 불안정해 보이기는 한데,

상태를 좀 살펴가며 보강키로.

다음은 돔 안의 아래쪽에 치려던 막을 결정하다.

대나무를 쪼개 세울 생각도 해보았고, 천막을 둘러칠 생각도 해보았던.

천을 걸기로 했고, 전선줄을 가져다 매달다.

완전히 시선을 가릴 것도 아니고 적당한 가림이라면,

춤명상 때 쓰는 쉬폰 원단을 써도 좋겠다 하고

몇 가지 들고 와 자르고 걸다. 괜찮다.

(밤에 솔라등이 켜지니 마치 천 너머 촛불 드리운 양 더욱 괜찮았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표현하고팠는데,

파란 계열 한 장쯤 더 걸어도 좋겠다 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땀에 푹 절여져 명상돔을 나왔더라.

 

 

내가 하고 있는 말에서 쓰이는 낱말이

듣고 있는 그가 알고 있는 낱말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말에 예민하고

그래서 타인의 말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데,

내가 유다르다 싶다 했더니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단 말이 위로가 되더만.

우리가 누군가의 말을 이해했다고 하는 것도

어쩌면 그가 쓴 낱말과 내가 쓰는 낱말의 동일함에서만 그랬을 수도.

그 낱말의 강도가 그와 내가 다를 것이라.

우리가 흔히 아이들이 사용한 어떤 말에 매우 감탄할 때가 있지만

사실 아이가 쓴 그 말이 우리가 쓴 그 말과 무게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을.

그러면 의사소통이란 게 뭐냐, 부질없단 말이냐, 그리 말할 수도.

그런 것까지는 아니고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싣거나

상대가 쓴 말에 대해서 역시 온전히 내가 아는 뜻으로의 낱말일 거라 기대하지 말 것.

다만 말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 좀 천천히, 상대가 아는 낱말에 가깝게 표현하기?

그러고 보면 아이들과 하는 대화가 그런 것이겠네.

그 아이가 아는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서 이 낱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말하기.

결국 듣는 상대를 살펴 말하기, 그런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때로 우리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어도 그 말을 이해하기도 한다.

언어는 결국 언어 너머의 대화이기도 하겠네.

말에 너무 많이 기대지 말기,

그러나 하는 말이라면 정성껏 천천히 온전히 하려 애쓰기.

그보다 마음을 잘 담기로.

 

 

그대 뒤에 나도 있소(그대 뒤에 물꼬 있네),

물꼬의 벗들에게 하는 말이다.

물꼬랑 오랜 인연 하나가 소송분쟁에 휘말려 있었다.

뒤늦게야 알았다.

2년이나 재판 중이었다니!

내 무심함을 잠시 자책도 좀.

‘(...) 혹 뭔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시라.

재작년에 한 친구의 작은 사건에 탄원서를 쓴 일이 있는데,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겠으나 적잖은 도움이었을 거라는 평가들을 했던.

왜냐하면, 결과가 다른 사안과 달리 매우 흡족하게 나서.’

그렇게 쓰게 된 탄원서라.

결코 긴 글이 읽는 이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 싶은데

자꾸 마음이 앞서서 길어지고 길어지고...

벌써 밖이 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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