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 비가 잡혀있었으나

모른 채 지나간 비라(다저녁에 소나기 한 차례 지났다만).

덕분에 또 일이 된 하루라.

 

구두목골 작업실의 공사 현장 앞을 지나 북쪽 경사지 쪽으로,

그리고 경사지에다 만든 수로가

어제 그만 다 망가졌더랬다.

소나기 거세게 다녀가고 남은 흔적.

현철샘과 학교아저씨가 그것부터 손보다.

구두목골 작업실은 컨테이너 밑면을 마감하고,

목공 작업공간의 바닥에 드디어 방수합판을 다 깔았네.

그 곁에서 흙계단을 만들었다.

작업실 옆으로 가파른 경사지를 오르내리고들 있었다.

작업실 아래는 경사지를 이용한 창고가 될 거라.

그 창고를 오가자면 좀 더 편안한 길이 있어야했고,

이번에 굴착기 들어와 작업하며 계단밭을 만들어놓은 곳을 오가기에도

길이 필요했다.

흙을 파내고 다지고 돌을 박아 다시 다지고 가쪽으로 큰 돌을 박아 형태를 유지하게 하고...

경사지가 많은 멧골, 이런 계단이야 벌써 여러 차례 해보았더랬다.

비에 쓸리거나 무너지기도 하며 흐트려진 곳을

다시 다지면 그제야 오래 쓰일 계단이 될 것이다.

 

먼저 마을에 내려서서 학교에 들어서다.

오전에는 톱질에다 오후에는 괭이질로 돌과 흙을 다루고 와서는

가마솥방 들어 저녁밥상을 차리기 전 평상에 철퍼덕 앉았더라.

여름 선선한 초저녁,

북을 들고 나오다.

저녁마당의 소리.

육자배기 흥타령은 흥이 난 소리가 아니라 흥얼거리는 소리,

거기다 애원성이라.

사철가는 점잖으면서도 우조라.

경망스럽지도 않게 그렇다고 즐거운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아주 엄한 것도 아닌.

춘향가 가운데 갈까부다는 자기 감정을 억누르며, 자기 품위를 지키며 애원성으로.

심천가 가운데 따라간다는 그야말로 계면으로.

 

기후변화는 기상환경만이 아니라 우리의 밥상 지도도 흔든다는 기사 하나를 본다.

그 직격탄을 맞은 대표가 여름철 무더위에 보양식으로 쓰이는 인삼과 장어, 전복이라고.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인삼은 30도 이상이 되면 성장이 멈춘다는데,

현재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인삼 재배 적합지가 급감한다고.

뱀장어는 온난화에 의한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로

치어 산란과 부화가 어려워 사라지는 추세란다.

전복 역시 여름철 온도가 계속 오르면 집단 폐사하게 되고 

양식전복의 먹이인 미역(, 다시마 등 겨울철에 자라는 해조류들 다) 작황도 크게 악화.

최근 개체수가 급증한 외래병해충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데,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올라 부화 등 생장 속도에 영향을 받는데

이른 더위로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성충의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것.

어디만큼 우리가 위기감을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어떤 부분은 호들갑인지 잘 따져보아야겠지만

지나친 소비가 해악인 것만은 분명할 터.

물 좋고 공기 좋고 잘 나눠 먹던 오래전의 옛날이 좋았다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전체 생산이 터무니없이 낮았으니.

괜찮은 삶의 조건 속에서 가난한 자도 보호받는다면

환영오염이니 기후위기니 무에 그리 대술까.

위기를 우리 모두 같이 견뎌내면 될 테니까.

문제는 그 피해를 낮은 계층들이 다 안는다는 것.

내가 지키고 싶다는 지구는 결국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함께 가는 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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