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14.물날. 맑다 소나기

조회 수 258 추천 수 0 2023.07.21 02:11:22


숲에 다녀왔다. 아들에게 생일선물한 숲이었다.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맞았다.

주인장이 안내하기로 한 숲이었는데

당신이 이분들 안내 좀 해 줘요.”

10시에 약속 있다는 숲지기 여자분이 바깥분한테 우리를 떠맡겨버렸네.

바깥분이 고단해 보이기에 숲길등산지도사이기도 하다며 내가 나섰다.

잠이 더 좋은 아들은 아직 이불 안에 있었고,

아이 아비는 일찍 출근을 했고,

어제부터 동행한 부부와 함께 셋이 단촐하게 걸어 숲 속 너른 평상에서 아침수행을 같이 하다.

끼리끼리라고 숲에서 기치료 하는 이들을 만나

기 운행을 같이 해보기도.

산을 내려와

동행했던 부부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하여 

어제 대여섯 차례나 주신 신권 지폐이려나 하고 강한 거절을 했더랬는데,

내미신 건 당신 직원들한테 선물하기 위해 산 그 숲에서 나온 고가의 생산물 세트.

좋게 말하면 검박한 우리 살림으로서는 입장료 말고는 구경에 그칠 것을

그리 또 써보게 되었더라.

 

점심께.

부부가 물꼬에 당신들도 후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은 1년을 약속합니다."

동남아시아에 12개의 성전도 지으셨다는데,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닌 것처럼 내게도 그 마음 있었는데,

다행하게도 말씀마다 불경과 성경에 기반해 말한다'시는 문장이

그런 부분을 누그러트려주었다.

물꼬를 다녀가고들 후원을 하지(눈으로 보고?) 그리 후원하는 이는, 떠오르지 않는다.

매우 특이한 상황이었고, 뭔가 신비로움에 휩싸인 느낌을 주었다.

마치 당신들이 우리 가족을 초대해준 것 같은 이틀이었다.

낮지 않았던 그곳 입장료와 숙박료도 당신들이 내주신 셈이었고,

그곳 기념품까지 더해주셨고,

이제 물꼬 후원까지!(이 밤에 후원을 시작하셨노라 문자를 보내오셨네. 큰 금액이었다.)

좋은 데 쓰일 기회를 드려 고맙지요?”

물꼬 논두렁이 되어 영광입니다!”

곧게 걸어가는 것 말고 무엇으로 갚겠는지.

아이들의 학교로 어른들의 학교로 바르게 걸어보겠다.

선한 마음을, 좋은 뜻을 알아봐 주는 눈을 만난 기쁨이라!

이 시간 이곳에 같이 있어 참으로 신기하고 행복하다 하셨고,

좋은 인연 너무도 축복이라셨다.

사실 우리 삶이 순간순간 기적의 연속!

그걸 우리가 깨닫고 있어 고마웠다.

 

이번에 다녀가는 숲에 대해 아들이 말했다.

아무래도 어떤 공간을 가면 물꼬와 견주게 된다.

숲이야 어디고 좋지, 그것 말고 프로그램이 너무 빈약하다,

식사가 좋으나 과하다, 그런 면에서 물꼬 밥상이 참 좋다(적절하다),

교육자인 것도 아닌데, 주인장 말씀이 넘친다,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러 오는 건 아닐 게다,

...’

숲이 좋으면 됐지, 숲이 좋잖아, 라고 덧붙였지만

그의 말을 들으며 물꼬 일정들을 또 성찰하나니.

 

사람들이 빠져나간 숲에서 아들과 랩탑을 안고 앉았다.

이번 계자에는 물꼬 누리집에서 받던 신청을 구글폼으로 해보자는 아들의 제안이 있었고,

그가 오늘 그걸 만들어주기로.

전공의 1년차로 호되게 일하는 아들이 어미 일을 그리 도왔더라.

고3 수험생일 때도 멧골 집에 들러 새벽까지 교무실 일을 나눠준 그였다.

오랫동안 그에게 힘입었던 바 컸던 물꼬 일이고 

아직도 가끔 그가 한다.

다른 샘들이 나눠주는 일도 많다만

물꼬를 살려온 손발에는 그의 것도 컸었네.


 

숲에서 돌아와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달에도 물한계곡에 나타났고, 20년에도 21년에도 다녀갔더랬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 민주지산을 넘나들던 그였다.

상주에서 포획 중 죽었다는데,

마취제를 맞고 이동하다가 힘이 빠지면서 계곡 쪽으로 쓰러져 익사한 듯하다고.

아침뜨락에 멧돼지와 고라니가 드나드는 동안

한 번쯤 그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음직도.

안녕. 그대도 한 세월 잘 살았으이!”

 

구두목골 작업실현장에서는 컨테이너 내부 페인트를 칠하고,

배수로 한 곳을 정비하고,

출입문 빗물받이를 임시로 만들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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