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창고동을 쓸고 난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퀴퀴한 공기를 바꿔주기 위해서였지요.

해건지기를 하고,

마당의 풀을 뽑았습니다.

아침뜨樂도 살펴보고 나왔습니다.

그간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양 자란 풀들을

어제 오후 하얀샘이 또 풀깎는 기계로 밀었더랬습니다.

미궁의 걷는 자리에는 잘린 풀들이 날리겠거니 하고 갔는데,

뒷마무리까지 다 해주고 나간 그니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로 내려가 아침밥상을 미리 준비했더랍니다.


찾아든 이들이 쉴 만큼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을 하는 이들로서는 당연하겠습니다.

고단한 우리 삶들이니까요.

자식들이 찾아온 집의 노모처럼

사람들이 달디 달게 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들을 지키는 마음으로 햇발동 둘레만 풀을 뽑았습니다.

바람방과 별방과 더그메를 내주었는데,

어떻게들 잤을라나요.


아침 9시 사람들을 깨우고

아침뜨락을 걸었습니다.

말씀을 나누는 자리 아고라에 들어

뽕나무와 층층나무 그늘 아래서 온 가족이 무대에 앉아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달못을 돌고 아가미 길을 돌고,

워커를 밀고 다녀야 걸을 수 있는 수연이를

아버지가, 또 제가 업고 미궁도 걸었습니다.

밥못에 잠시 앉아 가래와 네가래와 부들과 노랑어리연꽃을 보고

꽃그늘 길을 걸어 아침뜨락을 빠져나왔지요.


늦은 아침, 그리고 이어지는 책읽기.

갈무리는 예정했던 책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이곳에서 보낸 전체 시간을 더듬었습니다.

밥이 맛났다더군요. 자유롭다고들도 했습니다.

낮밥을 먹고도 바로 떠나진 않았습니다.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하는 일정이 아니었으니까요.

해먹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한참이나 부서졌습니다.

계자 전 방문신청도 했던 가정이었는데

결국 시간을 내주지 못하고 산마을책방으로 왔습니다.

책을 읽는다기보다 잘 쉬고 가는 의미가 컸다지요.

행사가 아니라 물꼬 일상처럼 소소하게 보냈습니다.

너도나도 좋았습니다.


하얀샘이 들어와 따로 남겨놓은 낮밥과 차를 마셨습니다.

하나를 맞으나 스물을 맞으나 아침뜨락 풀을 매고 학교며 청소를 하는 건 매한가지인데

이왕이면 더 많은 이가 누리면 좋지 않냐,

하얀샘이 말했습니다.

늦게 신청한 한 가정을

굳이 뒤의 일정으로 가실 수 있느냐 양해를 구했던 걸 두고 하는 말이지요.

준비를 도왔던 이로서는 당연할 겝니다.

경제적인 이득으로서도 그러하지요.

행사를 하면 인간적인 규모, 적정규모도 생각하고

또 한편 보다 적확한 규모를 생각합니다.

온전하게 한 가정을 정성스럽게 맞고자 했습니다.

환대받는 느낌이 누구에겐들 아니 좋을까요.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었던 까닭도 컸겠지요.

혹 이 가정으로 다른 가정이 불편해진다면

또 이 가정이 더 충분히 젖을 수 없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지도 모른다, 그리 답했습니다.


산마을 책방은 휴가를 보내는 직장인들이 중심 아닐까 내다봤는데,

물꼬에 다녀간 아이들이 있는 가정들이 신청했습니다.

첫발을 뗀 가정이 그렇고

다음으로 신청한 이들도 역시 가족들이 오기로 했군요.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보다 여유로이 물꼬에서 차 한 잔하며 얘기를 나누고파들 한.

그것도 좋습니다.

거기 책이 있다면 더 좋을 테지요.

두 차례가 더 있을 이 여름의 산마을 책방을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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