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8.흙날. 맑음

조회 수 405 추천 수 0 2020.01.17 10:38:08



아침 95분 전에야 해를 보는 달골이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해인데도.

기다렸다 절을 하네, 아침수행으로 몸풀기는 한 뒤에.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빌려 오직 물꼬의 한 품앗이를 위해 기도하는 참이네.

적어도 며칠만이라도 혹시 딸릴지도 모를 그의 기운을 북돋우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그라.

부디 그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그가 바라는 곳으로 진입하는 걸 볼 수 있길.

 

달골 습이네들 밥을 주며 화덕에 종이쓰레기들을 태우고,

오전에는 차를 고쳤다.

자동차검사에서 퇴짜를 받았던 주차 브레이크 왼쪽 힘을 위한.

2006년식이니 꽤 탄 차.

자가용이면서 포터이기도 했던.

 

갑자기 달골을 찾아든 이들이 있었다.

학교고 달골이고, 특히 명상정원 아침뜨락에 불쑥 찾아드는 이들이 는다.

오늘 그니는 벌써 세 차례 거리낌없이 문턱을 넘어오는 이.

처음에는 아는 이를 앞세우고,

두 번째는 학교아저씨가 불러 세우는데도 마구 밀어닥쳐 학교 종을 치며 교장을 부르고,

오늘은 달골 대문에 써 붙인 글씨도 무시하고(여기는 사유지;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

아침뜨락이며 다 둘러본.

그래도 차를 냈다.

한 소리 하는 건 하는 거고, 손님은 손님이고.

이곳 흐름이 또 끊어진다.

정오에 딱 맞춰 밥 먹고 후다닥 아침뜨락에 모두 들자던 시간인데.

3시면 이미 해지고, 4시면 추위로 일을 접어야 하는 아침뜨락인데,

서너 시간은 해야 일이 좀 되는데,

손님 보내고 나서 밥상을 차리니 1.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풍경이다.

 

이거 붙이고 올라가요.”

밥상 물리고 잠깐 잡은 일 하나 있었네.

화덕 뒤로 찌든 벽지를 떼어내고 새로 붙이다.

적은 비용으로도 환경을 얼마든지 화사하게 바꿀 수 있는.

그림을 직접 그리는 수고까지 아니어도

요새 시트지 예쁜 것도 많은.

아즐레주 벽지를 붙였다.

 

오후엔 아침뜨락 옴자 글씨와 오메가를 따라 골을 파고,

사이사이 야생화 놓은 동그라미며도 지역 구분을 확실하게 해주다.

겨울 날씨가 푹해 벌써 촉이 올라온 것들이 있었다.

갑자기 한파 밀어닥치면 저것들을 어쩌나...

 

밤에는 복도 등에 똑딱이스위치를 달다.

그걸 켜자면 책방 안으로 돌아들어가야했는데,

작은 장치 하나로도 걸음을 얼마나 벌더냐.

버린다 해도 수긍할 만한 낡은 치마 하나도 수선하다.

겨울 장작불 앞에서 그만 치마 끝단이 그을린.

거기 천을 덧대주다.

시간으로도 노력으로도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해도 그거 하나 잡기가 쉽잖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자꾸 눈에 밟히거나 하는.

그런 걸 치워내는 것도 계자 준비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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