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계자 나흘째, 8월 4일 나무날 빨래를 부지런히 말리지요 >

이른 아침 새천년 체조 음악이 어른모임을 위해서
The Brathers Four 음반이 아이들 해건지기를 위해서 고래방에 흘렀고,
그리고 아침 때건지기를 위해서
유상샘이 켜주는 바이올린 소리가 가마솥방에서 흐른 아침이었지요.
그 사이 어른들은 고구마밭에서 한풀 일도 했네요.
열택샘은 농사일을 진두지휘하며 틈틈이 학교 둘레도 손보고,
힘이 많이 되는 계자입니다.

물꼬 파출부(?)가 바뀌었습니다.
어젠 이근샘이 애를 쓰셨구요, 근영샘이 오늘 움직이셨습니다.
간간이 모둠활동을 하고 아이들이랑 놀면서도
하루 종일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지요.
끊임없이 마른 빨래를 걷어 들여야 할 정도로 쨍쨍한 날이었답니다.

열린교실도 곳곳에서 열렸지요.
놀자 놀자에서 놀잇감을 만듭니다.
조금 서두르는 유상샘한테 연규가 그랬다지요.
"선생님, 차분하게 하세요."
잠자리채도 나오고 페트병으로 만든 어항도, 그리고 뗏목도 나왔습니다.
창기 경준 정훈 연규 경목 재형 지선이 뗏목을 타고 떠날 꿈을 꾸었더라지요.
주현이를 먼저 태웠던 뗐목, 잘도 떴다더만, 머잖아 그만 가라앉아버렸답니다.
부엌으로 간, 한참이나 소식 없던 지선이,
돌아온 그의 손에 모두를 위한 물이 쥐어져 있었대네요.

한슬 다미 민지 주현 예지 선재 지현 선아는 한땀두땀 바느질 중입니다.
민지는 다섯 개나 쿠션을 만들어 엄마 아빠 오빠 그리고 자기 두 개 갖는다지요.
대호 연호도 같이 했네요.
"오늘 기분 재밌었어요."
연호가 그랬습니다.
그런데 연호는 오늘 잃어버린 연필땜에 애먹었습니다, 엄마한테 혼난다고.
찾아 다행이지요.

외국어를 배우듯 점자나 손말을 배우는 물꼬지요.
이번에도 점자교실이 열렸습니다.
"한땀두땀 같은 큰 작품은 없지만 뜻 깊었어요."
영인 호정 민혁이랑 함께 들어간 점자교실의 세인이의 말이지요.

한슬 주환 태우 진배 주환 승현 태우 도현이는
물꼬 둘레에서 볼 수 있는 식물 동물 따위를 풍선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소리를 전혀 못들을 만큼 열중하는 승호는
잘 익혀서 다른 사람한테 가르쳐도 줍니다.
태우는 형아라고 묻기보다 옆에서 보면서 만들고
동생들 건사에다 늦게까지 정리도 다 했다네요.
풍선이 터지고 힘이 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진배,
툭툭 짜증에다 이리저리 툴툴대면서도 결국 하나둘 완성해내는 도현,
사흘을 내리 와서(그에 비해 많이 늘지 않는 실력이 안타까왔답니다) 씨름하는 승현,
순진함으로 함박 웃는 주환이들이 만든 풍선은
한데모임에서 풀풀 날려 하나씩 좇아가는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지요.

강아지 쫄랑이를 위해 멋진 집도 만들어졌습니다.
뚝딱뚝딱의 기환 도현 경호 무열이형이 만든 거지요.
아, 도현이는 나중에 페인트 칠하러 왔답디다.

동희 해인 철민 기원 정훈 희주 용석 병권이가 들어간 교실은 '다 좋다'입니다.
폭포 탐험 원정대를 꾸렸다지요.
달골 계곡으로 80미터 정도 올라가 3단계 폭포를 하나씩 정복했답니다.
비 내리 오고 불어난 물살을 헤치고 건너며 눌러있던 얼굴들이 활짝 피는데
그 생명력 앞에서 이근샘은 환희를 경험했다 합니다.
"여자들은 못가."
해인이를 배려하며 의리의 사나이 병권이는
앞에서 다른 길을 열심히 뚫었다지요.
거기 폭포 최고봉에 과수원이 있어 배서리로 절정을 구가했다는 소식도 전합디다.
"그거 한 개 칠백 원인데, 우리 5600원어치 사과(지들은 굳이 사과라고) 먹었지이!"
예, 철민입니다, 꼭 돈으로 환산하는.
얼굴이 아주 보름달입디다.
"무서웠어요."
희주는 진땀깨나 뺀 모양이지요.,
"희주를 챙기느라 더 무서웠어요."
그의 외사촌 형아 3학년 용석입니다.

옷감 물들이기는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풀잎이며 꽃잎을 망치로 옷감에 두들겨 색을 입히고
끓는 백반물(매염제)에 담갔다가 건져냈네요.
어찌나 고운지요.
"나뭇잎이 움직이지 않아요?"
물든 옷감을 보며 말한 건 경준입니다.
"나뭇잎이 들어있는 줄 알았어요."
새가 날아와 부딪혔다는 솔거의 소나무도 아니고...

그런데 한데모임에서 서로가 한 열린교실 펼쳐보이기를 하는데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왜 쟤는 세 번이나 나와요?"
도현이를 두고 그러지요.
진득하게 한 건 없지만 기웃거리며 그런대로 결과물을, 것도 셋이나 내놓으니
아이들 은근히 부아가 났나봅디다.

아이들이 또 점심 밥상을 차렸지요.
보글보글방입니다.
잔치 잔치 열렸지요.
오늘은 주전부리꺼리네요.
경단에 동그랑땡, 동그랑땅, 두부과자, 양갱이, 팥빙수, 만두를 만듭니다.

경단은 풀풀 풀려 젓가락으로 말아가며 먹었다는데
까닭을 모르고 속만 탔던 이근샘한테 물었습니다.
"마지막에 찬물에 담갔어요?"
"아, 맞다, 찬물에 담그라고 했지?"
아, 그래서 반죽해주고 온 저만 원성을 자자하게 듣고야 말았더라지요.
"써 붙일 거예요, 옥샘이 반죽을 질게 해서 그런 거라고."
태우며들이 아주 잡아먹을 듯했더랬거든요.

창원샘은 똥그랑땅을 만들며 온 학교 식구들을 잘 나눠 멕일려고
아이들이랑 나누고 곱하고 만든 땅의숫자를 세었다지요.
아이들은 또 신문지에 그걸 써가며 얼마나 또 진지했던지요.
수학공부가 따로 없었습니다.

불티나게 팔리는 빙수였지요.
아침부터 무열이형이랑 태석샘은 그 옛말 분식집 커다란 빙수기계 날을 열심히 갈았습니다.
오래전 서울 황학동에서 들여놓은 물꼬 보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이들은 빙수기로 자동차 운전도 하며 잘 놀았다데요.
남자 얼음 갈고 여자아이들은 고명을 얹으며
역할을 예쁘게도 나누고 나눠 움직이더랍니다.

양갱이를 하러 들어왔던 승호와 한결이는 동향(전라도 광주)이라는데
싸울 듯 싸울 듯하면서 얘기가 잘도 이어가더라지요,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며.

우리가락, 풍물 특강 둘째 날이었지요.
간밤, 동철샘과 연자샘은 물꼬의 모든 장구를 꺼내 줄을 당기고
다른 악기들도 만져주셨습니다, 고래방에서 늦도록.
중등교사이고 초등 특수학급 교사로 일하는 분들이시지요.
장구 친 세월이라면 십 수년도 더 되었을 걸요.
훌륭한 샘들이십니다,
이런 산골까지 와서 자원봉사에, 일일이 자신의 일같이 일을 찾아 하시고.
다른 샘들한테 많은 자극이 되었더랍니다.
전부 악기를 매고 나가서 학교 구석구석 지신도 밟고, 가벼이 판굿도 하고,
그리고 갈무리로 아리랑타령을 자알 배웠습지요.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설거지를 하지요.
오늘 철민이네모둠이 설거지였다는데
선진샘이 이미 설거지를 시작하고 있었답니다.
팔을 걷고 들어온 철민이, 이따 만큼 쌓인 접시를 보며 그랬습니다.
"와, 장사 잘 됐나 부네, 얼마 팔았어요?"
설거지를 하며는 임금으로 백만원을 달랬다네요.
"니 밥값이야."
거의 끝 무렵 먼저 들어가라 하니 경상도 사나이의 의리는 또 있어서
"남자는 한 번 벌리면 다 정리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멋있게 끝을 맺었답니다.
그런데, 쟤네 집 정말 장사하는 거 아닐까요?
집에 못 갈까봐 걱정 많은 철민이는 시도때도 없이 저를 찾아 다닙니다.
"전화 안 왔어요?"
"응. 그러게 평소에 잘하지. 전화하실 생각이 없으신 게야."
"전화 좀 쓸게요."
"뭘, 여기서 일하면서 살면 되지. 썩 마음에 드는 일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쓰지 뭐."
그리 놀리며 약을 올리고 있다지요.

오늘은 동희랑 기환이가 한데모임 진행을 맡았습니다.
정훈, 하고픈 말이 무지 많아 손이 어찌나 자주 올라가는 지요.
철민이, 경호, 재형이,영서, 휘연이는 끊임없이 입을 달싹거리고
병권이는 집에서마냥 팬티(사각)만 입고 돌아다니고...

예쁜 치마를 꺼내입은 류옥하다, 흰 바지까지 잘 갖춰 입고
게다 양말까지 구색을 갖춰 나타났습니다.
"안 더워?"
한사코 안덥답니다.
하기야, 멋부리는데 추위면 어떻고 더위면 어떤가요.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니?"
"밤에 잠을 잘 못잔 것 같아.
잠을 한 번 푹 자봐, 일이 아무리 많아도."
자기 목숨이 중요하지..."
류옥하다의 잔소리를 듣는 오늘도 새벽 3시가 넘어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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