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였다. 아침뜨락의 창포가 실하게 뻗었다.

빗방울 몇 떨어지다 말다, 오후 늦게 가벼운 소나기 한 차례 짧게 지났다.

이불을 널었다 걷었다 반복.

연어의 날을 준비하는 주간은 그 어느 때보다 볕이 귀한.

참았다 내리는 비처럼 달골 대문께 다루촉이 툭 늘어졌다.

다루촉을 정비할 때라는 걸 아는고나.

아침뜨락과 사이집까지 다루촉 몇 점을 새로 걸었다.

 

이 새끼들이!”

삶의 지나간 자리에 만난 이들을 향해 그런 소리 할 것도 없다만,

현철샘은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더라.

달골 햇발동 1층과 2층 복도에 장판을 까는 중이었다.

싱크대를 들어내면서 앞 쪽 다리가 박혀있지 않고 끼워져만 있는 것을 보고 한

비난이었다.

그런 부분이 어디 한두 부분이기에 그랬겠는지.

상판 작업한 것도, 싱크대를 이은 것도, ...

20년 전 몇 억이 들어간 건물인데 말이다.

왜 건축 일들은 자주 그런 일을 만나게 되는지.

요새는 세상이 또 달라졌을지 모르겠다만.

 

데코타일들이 일어나 불룩거리고, 아예 툭 떨어지는 것들 투성이었다.

햇발동이 지난 20년을 살아낸 흔적.

거실까지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돗자리가 깔려있으니, 또 연어의 날 준비에 기다리는 일이 줄섰으니.

한밤 다른 방들에 든 사람들을 깨우지 않으려

살금거려도 도저히 밟는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던 바닥.

타일로 바꿔보라 권하는 이들도 있고,

나무 바닥을 해보라고들도 하고.

몇 해가 흐르는 사이 비용 때문에도 장판으로 결론지어지고 있었고

그러고도 한 해쯤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바꾼다.

 

아침부터 아침뜨락의 풀들을 뽑고 꽃모종 몇을 놓고 나왔고,

들깨모종이 들어와 넷이 달골 계단밭과 돔 앞 밭에 심다.

비 든 이 맘 때는 온 동네가 들깨를 심느라 부산하다.

이웃집에 모종을 나눠달라 부탁했는데,

다른 마을 사람도 남았다고 물꼬에 넘겨주었던.

들어온 모종이 넘쳐 마을 것까지는 안 가져와도 되겠음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4시에야 햇발동 대망의 장판 작업!

물건을 들어내고 타일데코부터 떼어내기.

그간 두어 차례의 바닥 공사 때문에 고르지 않았다.

긁어내고 먼지를 빨아들이고, 다시 맨손으로 더듬어가며 또 긁어내고.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 울퉁불퉁한 곳은

시트지를 붙여 바닥을 좀 고르기로.

장판을 덮기만 하면 되리라 했지만

나중에 미끈하지 않은 곳이 드러난다는.

부엌부터 다시 싱크대부터 들이는데,

, 덜거덕거리는 싱크대.

여기저기 손보아 자리잡아주고.

정작 장판을 까는 일은 일이 아니었던.

냉장고와 식탁이 제자리로 가서야 비로소 밥을 먹자 하는데, 자정이었다.

밥 먹고 쉴 사람 쉬고,

다시 작업이 계속되고.

두어 차례의 공사로 너덜거리던 세탁기 자리도 매끈하게 정리해서 들여넣고.

고맙게도 2층은 크게 어렵지 않았던.

학교아저씨가 타일을 뗐고 바닥 청소를 먼저 끝내놓은 점주샘.

하여 내리 깔려니 했지만...

아직 절반이 남았고, 시계는 새벽 4시로 향하고 있었다.(학교아저씨는 자정에 내려보내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이제 그만!”

점주샘과 사이집으로 건너오고 있을 때

등 뒤에서 현철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안다. 결국 아마도 그가 마무리를 하고 말리란 걸.

일의 연속성을 크게 강조하는 그이라.

아침에 새 기운으로 하면 1시간 걸릴 거 30분이면 된다 말했지만,

그의 귀에 그게 닿지 않으리란 걸

일을 손에 잡은 야문 이들이 흔히 그렇듯.


연어의 날을 기점으로 이렇게 챙기네.”

. 그렇게 한해 살고 다시 연어의 날을 맞고.”

점주샘과 나눈 대화였더라.

... 또 챙길 일들이 무어냐? 어떤 건 하고, 어떤 건 포기할 것이다.

무한대모양 드러내야지, 대나무수로를 정비해야 하는데,

아고라 돌계단 아래 멧돼지가 온통 헤집어 놓은 곳은?

달못 나무들 가지치기와 못안 마른풀 낫질은?

벽돌길 쓸기, 밥못 검고 계단 박기, 죽은 가지 측백 톱질, ...

미궁의 낡은 장승은 이번에 치울 수 있으려나?

미궁 중앙 느티나무 가지 치는 일은? ...


(* 뒤에 장판 소식 들은 아리샘이 장판 값을 보내주었더랬네.

달마다 보태는 후원금은 또 얼마나 큰데...

고맙고, 미안하고, ... 늘  그에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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