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10.물날. 맑음

조회 수 286 추천 수 0 2023.06.13 11:11:20


달골 햇발동 지붕 위에 태양광 집열판이 놓였다.

일정 정도의 자부담이 있는 정부지원사업.

우리 살림으로라도 놓아야겠다 생각해왔던.

옳다구나 신청했고, 마을에서 두 집에 설치가 결정되었다.

물꼬 일정과 겹치는 걸 피해 공사하는 날을 잡느라

두어 주가 흘렀고,

오늘 오전 일꾼들이 들어왔다.

끝나고 여유로이 낮밥을 먹으러 간다던 일정은

생각대로 일이 흐르지 못하고 있었다.

여느 때라면 밥을 낸다 했을 테지. 밥 인심 좋은 물꼬라.

하지만 물꼬도 구두목골 작업실을 만드는 공사가 사흘째 돌아가고 있는 때,

그들에겐 떡을 쪄서 새참으로만 냈다.

긴 사다리를 가진 그네가 떠나기 전

커다란 나무 둘의 가지도 몇 쳐주고 떠났네.

그걸 또 잡으면 일이 될 것인데,

그리 손 덜어주고들 가시였다.

 

작업실 공사 사흘째.

경사지에 기둥을 세우고 있다.

수평을 잡는 일이 만만찮다. 종일 그것만 하다.

사흘이 흘렀고, 닷새면 일이 되지 않을까 했고,

늘 생각했던 것보다 일은 더뎌지는 경향이 있으니

넉넉하게 열흘을 생각했는데,

, 뭔가 오래 갈 것 같은...

 

저녁답에 작업실을 만들던 손들을 놓고

물꼬에서 달빛명상을 하는, 북미 인디언처럼 스웨터 로지로 삼아둔 곳에 가다.

커다란 소나무 아래로 이르는 길.

수우 족이나 나바호 족을 비롯한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알래스카 이뉴엣에겐

자신의 영혼과 만나고 싶은 이들이 산을 방황하는 전통이 있고,

그 끝의 스웨터 로지에 이르러 방랑자가 자신을 정화시키는 곳이 스웨터 로지였다.

소나무의 북쪽 아래 떨기나무들을 쳐내려고 오래 엿보고 있던 참.

이번 연어의 날 전에는 일을 하려는데,

오늘 둘러보다. 보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바투 하게 되니까.

오후에는 잠깐 마을에 내려가기도 하였네.

엊그제 부녀회에서 어버이날 잔치를 했고,

오늘 임원들의 결산모임이 있었던.

또 한 고개 넘고.(올해부터 세 해 동안 부녀회장 소임을 맡은지라)

 

물꼬의 청년들이 대개들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갔다.

직업인 초년생들이 겪는 애환들을 보내오는.

하는 고생에 짠하고, 그런 속에도 하는 인사가, 또 잘 살아나가 고마웠다.

글 쓰는 의사를 꿈꾸던 아들도 올해 의사가 되었고,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인터넷 매체에서 원고청탁을 받고

글을 한번 봐 달라 보내왔다.

아들이랑 통화한지 오래다.

전화가 워낙 먼 이곳인 데다(움직임이 많아 전화 잘 못 받거나 안 받거나)

그가 어쩌다 시간이 나서 해도 내가 못 받거나.

직장을 들어가니 팽팽 돌아가나 보다.

대신 틈날 때 그가 남기는 문자들로 근황을 안다.

어제 할아버지 핑거에네마했는데

보호자 할머니가 너무 감사하다고 1분 동안 손잡고 기도도 해주시고

명찰 사진도 찍어가시고

오만원을 주머니에 넣어주시는데

자꾸만 거절하는데 엑팅할때마다 주머니에 넣으셔서

던트쌤이 이거 감옥간다고 겨우 설득해서

마음만 받았는데

넘넘 따듯했오 헤헤

핑거에네마... 손가락으로 똥을 파내는 처치.

비위가 약한 아들이다.

, 아들이 그런 길을 가는구나...’

우리, 타인들의 직업에 대해 잘 모른다.

아들이 의사로 근무하는 첫해, 비로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들여다보게 되는 거라.

오늘 할머니 수녀님이 코로나검사하는데,

아이구 착하다구 기도도 해주고 번호도 따가셨오.’

환자들의 따뜻한 인사로 힘을 내는 새내기의사였네.

우리 아들 딸들이 그렇게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을.

모두 욕본다. 그대들 삶을 이해하고 애씀을 아는 이들이 있나니.

, 영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76 닷새 밥끊기를 끝내다 옥영경 2004-02-23 1675
6375 39 계자 열 사흘째 2월 7일 옥영경 2004-02-08 1675
6374 계자 39 열 이틀째 2월 6일 옥영경 2004-02-07 1674
6373 2007.11. 5.달날. 오후, 고개 숙인 볕 옥영경 2007-11-13 1673
6372 2006.5.27-6.4. / 찔레꽃방학 옥영경 2006-05-27 1672
6371 12월 6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0 1668
6370 2007.11.21.물날. 새벽 눈비 옥영경 2007-12-01 1666
6369 12월 18-9일, 뒤집힌 건물 안들 옥영경 2004-12-22 1664
6368 2005년 1월 1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663
6367 12월 2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2-03 1659
6366 6월 22일, 훤한 고구마밭 옥영경 2004-07-04 1659
6365 4월 22일 나무날, 봄에 떠나는 곰사냥 옥영경 2004-05-03 1659
6364 2010.1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1657
6363 2007. 3. 2.쇠날. 비 옥영경 2007-03-10 1656
6362 105 계자 사흘째, 8월 3일 물날 내리꽂히다 간 비 옥영경 2005-08-08 1656
6361 10월 10일 해날 맑음, 호숫가 나무 옥영경 2004-10-12 1656
6360 2011. 5. 5.나무날. 맑음 / 산오름 옥영경 2011-05-19 1654
6359 1월 23일 해날 자는 새 눈 내리다 옥영경 2005-01-25 1654
6358 9월 5-8일, 방문자 오해령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654
6357 129 계자 닫는 날, 2009. 1. 9. 쇠날 / 갈무리글들 옥영경 2009-01-24 165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