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들과 늦도록 차를 마셨던 간밤이었고,

그래서였나, 오랜만에 하는 시연을 앞두고 있어서였나,

새벽 5시에야 눈을 붙였는데 늦지 않은 아침 깨다.

 

이런 건 얼마나 드나?”

지난주 물꼬에 왔던 한 처자에서 물었다.

손톱에 화려하게 붙은 것들을 가리켰던.

“10만원이요.”

거의 기본적인 것만 한 네일아트라고. 거기 이러저러 덧붙이면 당연히 더 큰 금액.

네일샵에서는 손톱만 잘 다듬기도 한다고, 그게 기본이라고.

황궁다법은 거의 손에 집중하게 되는데

(영상이라면 손이 클로즈업 되는)

들일이며 일 많은 멧골살림에서 막 쓰는 손이

거칠기도 거칠고 까맣기도 까맣고...

시연에서는 긴 고깔 같은 걸 손톱 끝에 끼우는데,

해보지도 않았고, 갖고 있지도 않고, 그렇게까지는 너무 번거롭겠고.

그렇다면 손가락이라도 깔끔하게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

해서 가까이서 찾은 네일샵이 있었다.

 

기본 케어 하시려구요?”

그런데 들었던 것과는 달리 너무 낮은 값이어 다시 물었다.

인근에 일곱 군데가 있는데,

자기는 가격을 낮춰 손님들이 많은 거라고.

손을 맡기고 30분이나 마주앉았다.

마침 초등 저학년 딸 둘을 키우는 젊은 엄마라.

이야기는 교육으로 흐르고.

일어서려는데, 어허, 그냥 가란다.

아니, 일을 해놓고 값을 안 받는다?

오늘 자기가 강연을 들었노라, 감명 받았고, 큰 깨달음이 있었고,

그리고 선생님 책도 사서 보겠단다.

일한 값을 그예 주고 나왔다.

그쪽은 내게 보시한 거고, 나는 또 내가 그의 마음에 보내는 지지이고.

그렇게 내놓는 그의 마음을 한참 생각했다.

그의 이름이 소라였던가.

이런 것도 기적인 줄 안다.

 

아쿠, 무대 오르기 5분 전 딱 보이는 그런 문제처럼

시연에 불편한 부분이 하나 생겼다.

세차 다건(찻잔 크기의 동그란 수세미?)이 시원찮았다.

배사(집게)로 잔을 씻는데 자꾸 뚝뚝 흐름이 끊기는.

아무래도 다른 재질이 있어야겠다.

어디 뜨개방이 없는가, 실 하나 사다 당장 떠야겠네.

그게 그리 흔한 가게는 아닐 듯.

그런데 신기하게 몇 건물 건너 마침 있었고,

떠서 마련을 했더랬네.

이런 것도 기적이라 하겠다.

 

바깥에서 하기로 하면 평소처럼 딱 모자 쓰면 좋은데,

뭐 두건이라도 나쁘진 않겠는데, 의상과 맞추기에 적당한 게 없고,

다법에서 하는 머리 모양을 해보나 양머리가 되지 않았다.

숱도 적거니와 머리가 너무 짧은 까닭이었다.

... 좀 알아보니 머리채를 파는 곳이 또 마침 있더라.

두 개를 사와 묶은 머리 위에 겹쳐 묶다.

공연을 준비하는 마음에는 이런 순조로움이 도움 크다.

 

저녁 6시 황궁다법 시연.(https://www.youtube.com/watch?v=t-gqkOg1_JQ)

담양의 한옥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마련하는 자리였더랬는데,

광주의 작은 공연장에서.

찻자리 열, 뒷배 다섯(카메라와 음향 감독, 그리고 무대 감독 포함).

면면을 보면

다도 교수, 전 대학총장, 무슨 학회 회장, 난초협회 회장, 명상원 원장, 보이차 대가 스님, 30년 홍차 선생, ...

차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운할 분들이 눈을 떼지 않고 보고 계셨더랬다.

시낭송과 소리 공연이 사전 행사로 있었고,

시연 후 저녁밥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큰 어르신이 팽주로 내려주는 귀한 차들을 마셨더라.

 

2018년 바르셀로나를 한 해 다녀온 뒤로 처음한 시연이었다.

그전에도 시연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를 건너며 무산되었던.

스승을 기리는(2015년 허주 스님 입적) 자리였기도.

시연에서 틀린 부분이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 것도 아닌 양 자연스레 흘러갔지만 자신은 알지.

그러면서 새기게 되더라.

또한 해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공연 뒤 실력이 일취월장 한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일 터.

공연을 향한 집중연습, 그리고 돌아봄, 그 시간들이 가져다주는 것일.

공연료 봉투를 받아 절반은 물꼬 살림으로,

나머지는 무대를 마련해준 소리연구소에 기부하다.

 

학교에서는

구두목골 작업실양쪽 문틀에 비닐을 씌웠다고.

그런 일이 또 어렵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제법 걸리는 일이라.

고생들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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