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668 추천 수 0 2004.12.10 22:13:00

12월 6일 달날 맑음

12월은 "소리 그리고 잔치"라는 제목을 놓았습니다.
쉬엄쉬엄,
농한기를 맞은 농꾼들이 그러하듯,
노느작노느작 보내려합니다.
오전에 안에서 배움방을 이루는 시간과
오후에 일을 하는 움직임은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앞산으로 나무를 하러갔습니다.
묘를 쓰느라 넘겨놓은 나무들을 동네아저씨가 소개해주셨더랬지요.
마른나무 가지를 꺾어내고 쌓고 엮고
그러다 지치면 퍼질러앉아 판소리 한 자락을 했습니다.
산그늘이 깊고
이고 지고 끌고 내려오는 길,
어르신들 지나다 웃어댑니다.
"아이구, 요새 어데서 선생이고 애고 나무를 저리 하구 산대?"

이놈도 저놈도 날적이를 쓰고 있는데
어째 표지로 만들어 붙인 그림이 죄 같은 류입니다.
"누가 그렸니?"
지난 번 다녀간 품앗이 진희샘의 흔적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늘 이곳에 남는답니다.

오늘 저녁모임에서였습니다.
"제가요, 나쁜 걸 보면 못참거든요."
정근입니다.
"그런데요, 오늘 나현이가..."
못참으니 애들한테 한 소리했는데
나현이가 그런 정근이게 빽 한 마디 한 게지요.
그렇게 소리 소리 지르니 오빠가 옳아도 애들이 들은 척 않는다 뭐 그런.
"알겠다. 정근아, 나쁜 걸 못견뎌하는 건 참 좋은 거라 생각해.
그런데..."
정말 그가 그 행동을 더는 못하게 하고 싶은 게 진심이라면
상대가 내 말을 알아듣도록 해야겠지요.
말하는 방식 말입니다.
아, 그 순간 또 나를 생각했지요.
나는 그러한가, 그러했나...
오늘도 아이들이 나를 한 대 치고야 말았습니다.

오늘도 한 사람이 태어났던 날입니다.
밥알 식구 안은희님이 부침개와 튀김을 세 종류나 보내셨습니다.
김경훈님이 가져오셨던 떡도 있습니다.
시카고로부터 선물도 오고,
예린이가 솔방울 목걸이를 내밀고,
혜연이 제가 만든 오카리나와 편지를,
령이랑 혜린이도 쪽지를 건네고,
하다는 뜨개질을 아직 하는 중입니다.
참 좋은 날입니다.


< 옥샘 생신 >

오늘은 옥샘생신이시다.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옥샘이랑 같이 일해서 좋았다. 오늘 하루 좋았다.

옥샘에게.
옥샘, 생신 축하드려요. 저는요 옥샘 부모님에게 고마웠어요. 왜냐면요, 옥샘 부모님께서 옥샘을 안낳으셨다면 우리는 이 좋은 학교에서 못살 뻔했기 때문이예요.
옥샘! 우리를 가르치고 상담도 해주시고 우리를 많이 힘내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옥샘! 사랑해요!

(12월 6일 달날 맑음 / 4년 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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