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5.흙날. 지나는 비

조회 수 329 추천 수 0 2023.05.13 23:58:36


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우산을 쓰고 아침뜨락을 걸었다.

묘목이며 학교에서 옮긴 나무들을 둘러보다.

고마워라, 비님!

비라고만 부를 수 없는.

 

나물이 좋은 계절이라.

엄나무순(개두릅)이 한창이다.

대처식구들도 들어와 낮밥상이 실했다.

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쌈된장이며 장들부터 여럿 챙기고,

달래무침, 개두릅나물, 개두릅 부침개두부숙주볶음, ...

김치갈비찜에 갓김치 파김치를 내다.

저녁에는 바깥 식구 하나 들어오다.

개두릅 큰 것들로 튀김을 하였네.

먹는 일이 사는 일의 큰 자리.

오늘도 잘 먹었다.

 

지난겨울 벗이 찾아들었다가

물한계곡에 사는 한 댁에서 귀한 음식을 얻고 갔다.

물꼬 인연이라고 주인장이 그 값을 받지 아니하자

벗은 또 그를 위해 인사를 해왔는데,

그걸 전하지 못하고 겨울가고 봄 가고 있었다.

오늘 대처에서 들어와 있던 아들 있어 운전대를 맡기고

식구들이 같이 계곡으로 가다.

그 댁 강아지가 같이 맞았다.

우리 가습이 제습이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다.

식구들이 모두 달골에서 그 둘과 뒹군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의 어린 날로 그 아이들이 애멕이는 시간도 너끈히 건너듯

어린 존재들 혹은 그들에 대한 기억은 시름을 걷는 것들이라.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었네.

잘들 계신가?

하하, 내게 아이들은, 마흔이고 쉰이 된 이들도 있는!

 

'어른의 학교'에 오는 어른 하나가 물어왔더랬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 어찌 해야겠냐고.

부드럽고 다사로운 태도는 어떨까,

체력이 인성이라는데, 몸을 잘 살피면 좋겠다,

사는 일이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이더라, 마음이 넉넉하면 어떨까,

아랫사람에겐 가르치려들지 않았음 좋겠네,

타인을 좀 돌보는 혹은 살피는 일은 어떨까,

우리 생을 잘 성찰해가며 내 삶을 가꾼다면 무에 더 다른 게 필요하려나,

그 즈음의 얘기를 해보았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356 2023. 6. 7.물날. 맑음 옥영경 2023-07-20 258
6355 2023. 6. 6.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20 260
6354 2023. 6. 5.달날. 맑음 옥영경 2023-07-20 280
6353 2023. 6. 4.해날. 맑음 / 누구 때문이 아니라 다만 그 뜻에 동참하나니! 옥영경 2023-07-19 340
6352 2023. 6. 3.흙날. 맑음 옥영경 2023-07-19 311
6351 2023. 6. 2.쇠날. 맑음 옥영경 2023-07-19 299
6350 2023. 6. 1.나무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3-07-18 257
6349 2023. 5.31.물날. 맑음 옥영경 2023-07-18 261
6348 2023. 5.30.불날. 갬 옥영경 2023-07-18 320
6347 2023. 5.29.달날. 비 멎고 어둔 옥영경 2023-07-13 279
6346 5월 빈들(5.26~28) 갈무리글 옥영경 2023-07-13 285
6345 5월 빈들 닫는 날, 2023. 5.28.해날. 저녁 억수비 옥영경 2023-07-13 295
6344 5월 빈들 이튿날, 2023. 5.27.흙날. 아침 비 가벼이 지나는 옥영경 2023-07-13 261
6343 5월 빈들 여는 날, 2023. 5.26.쇠날. 맑음 옥영경 2023-07-13 290
6342 2023. 5.25.나무날. 먹구름 사이 말간 하늘 옥영경 2023-07-13 273
6341 2023. 5.24.물날. 먹구름 사이 / 크레인에 달린 컨테이너 옥영경 2023-07-05 342
6340 2023. 5.22~23.달~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05 262
6339 2023. 5.21.해날. 황사, 지독한 황사 옥영경 2023-07-05 320
6338 2023. 5.20.흙날. 맑음 옥영경 2023-07-04 278
6337 2023. 5.18~19.나무~쇠날. 비 오고 이튿날 볕 옥영경 2023-07-04 2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