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22~23.달~불날. 맑음

조회 수 266 추천 수 0 2023.07.05 00:00:29


달날 대처 식구들 이사를 거들고(포장이사라지만 지켜 서서 확인해줘야 할 것들이 있는),

이튿날인 오늘 짐정리를 돕다.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이 사는 법이 있으나

삶은 또 어디서도 인간 삶이어, 그것도 모국어를 쓰는 곳이라면,

어디라고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이 마을에서 사는 법 몇 가지를 두엇에게 묻고, 들었고,

집안이야 제 집안 제 식으로 사는 거니 되는 대로 정리를 하면 될 게고.

부엌과 세탁실 겸 다용도실, 욕실,

주로 엄마 손이 필요한 공간들을 중심으로 잘 여며주고 나오다.

 

달골에는 구두목골 작업실현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길어져도 일주일이면 되겠거니 한 일이었는데,

지난 5일 달날부터 한 일이 한 주가 가고 두 주가 가고,

그리고 셋째 주를 맞고 있다.

저녁 7시 달골 데크에서 밥을 먹었다.

화로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고등어를 굽고.

뻐꾸기가 울음을 쉬었고, 고요가 들더니

어둠이 내리자 소쩍새가 짠하고 울기 시작하였네.

 

 

바르셀로나에서 1년을 살고 돌아오던 그때,

비행기 수하물의 양을 맞추느라

포기할 걸 포기하고 꼭 넣고 싶은 것들로 짐을 꾸렸다.

그 가운데 인도에서 스페인까지 건너왔던 천으로 된 물건이 둘 있었는데,

넓은 면은 무게가 상당하여 그것들을 가져오자면 아쉽지만 내려야 할 게 여럿이었다.

바르셀로나를 다시 가기 쉽잖겠고,

인도는 왕래하는 이가 있어도 퍽 무거운 그 물건까지 부탁하기 어려운.

한국으로 돌아와서 짐을 푸는데, , 그 물건들이 없었다!

대처 식구한테 전화를 했다.

그쪽 짐에 없냐고, 훑어보지 말고 하나 하나 짐을 꺼내가며 확인을 하라 했다.

없다고 했다. 혹여나 하고 다시 보라 했다. 역시 없었다.

학교에서 잘 쓰일 물건이라 더 찾아보느라

바르셀로나에 있을 당시 다녀간 한국 인연 몇에게도 연락했다.

혹시 한국으로 내가 보낸 물건이 있지 않았냐고.

그렇게 물건은 영영 떠났고,

매우 아쉬워라 하며 해가 가고 또 갔다.

 

이사를 하거나 가구를 옮기다보면

가끔 동전이나 잃어버린 어떤 것이 뜻밖의 곳에서 나오고는 한다.

서재의 베란다에는 거의 열 일 없는 상자들이 쌓였더랬는데,

그 짐을 헤집다가 나온 물건이 있었나니,

맞다, 오랫동안 찾았고, 이제는 아쉬운 마음도 떠나보낸 그거였다.

이 기쁨을 주려고 다섯 해를 보냈더냐.

돌아와 주어 고맙다.

그것 없이도 살아지는 삶이었으나

그것으로 더욱 기뻐진 삶이라고 하겠다.

 

뭐냐고? 학교의 수행방이나 달골 창고동 찻방에 걸 천이었더라.

들고 왔다. 곧 걸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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