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29.달날. 비 멎고 어둔

조회 수 282 추천 수 0 2023.07.13 02:54:17


간밤부터 오늘 오전까지 마을이 떠내려갈 듯 내린 비였다.

정오가 지나며 기세가 꺾이더니

늦은 오후 수도꼭지 잠그듯 멈춘.

 

아쿠! 비가 할퀸 자국이라.

굴착기 들어와 밭을 정리하고 언덕 쪽으로 돋운 땅이 있었다.

아침뜨락 들어서는 계단 앞쪽.

아침뜨락 북쪽 울타리를 타고 내려오는 수로에 이어

감나무 아래를 지나 계단 앞으로 매트를 지나 수관 하나 묻었더랬는데,

그 끝으로 커다랗게 패인 땅 있었는데,

자꾸 무너져 돋우었던.

돋운 흙 사이로 관 하나 이어 묻어야지 하고 있는데

비 이리 크게 와버렸다.

이전에 패여있던 땅이 원래대로 패여 버린.

괜찮아요.”

수로를 걱정하자 앞에 있던 이가 그리 말했더랬다.

여기 살지 않는 그가 한 말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믿은, 믿고 싶었던.

여기 상황은 내가 알지 않던가.

내가 편한 쪽으로 믿어버린 말이라.

무너진 흙은, 회복은 어렵고(언제 또 굴착기가 들어올 날이 있겠는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땅이 좀 굳은 뒤 손보기로.

 

저녁답에야 아침뜨락에 들었다.

낯선 이가 손을 보태러 왔다가

그만 민트가 풀인 줄 알고 다 뽑아버렸더랬다.

무한대와 아고라 나오는 자리 하나에 있던 민트 무데기.

오늘 햇발동 꽃밭에 있던 것들을 뽑아다 거기 옮겨심다.

또, 달못 가 배롱나무 겨울옷을 이제야 벗겨주었다.

보온재로 감싸고 철사로 묶었던.

봄이 오고도 냉해가 두어 차례 있었던 봄날.

이제는 벗겨야지 하고 5월이 끝나가고 있었던.

학교 사택 고추장집 앞에 있다가 아침뜨락의 아가미길로 옮겨진 명자나무,

가지 하나를 바로 세우느라 보조용 막대를 세우고 묶어주다.

 

만들고 있는 구두목골 작업실둘러보다.

현철샘이 일을 맡아 5월 가운데 꼬박 열하루를 일했다.

학교아저씨가 자주 붙기도.

경사지를 써서 철제로 바닥을 만들고,

있던 컨테이너를 돌려서 앉혀주고, 다른 하나를 구해와 맞은편으로 놓고,

그 사이가 목공실이 될 거였다. 지붕을 씌울.

아래로는 벙커, 지하창고가 될 것이다.

5월 빈들모임 동안 컨테이너 둘에 페인트를 칠했다.

오늘에야 작업한 것들 확인.

지하창고는 비닐을 전체 두르고 두 개의 문을 달 예정이고,

목공실은 지붕을 이고, 벽으로는 비닐하우스 문을 양쪽으로 달.

낡은 컨테이너는 바닥을 해체해둔 상태. 방수합판 깔고 장판을 덮을.

 

, 6월 일정 둘 누리집에 공지하다보은취회와 연어의 날.

연어의 날은, 마치 그것을 중심으로 한해가 도는 듯한 큰 모임.

모이는 구성원들만 해도 살아왔던 한 해를, 그리고 살아갈 한 해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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