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17.달날. 맑음

조회 수 366 추천 수 0 2023.05.16 23:53:48


저 사람들이...”

이웃이 버섯을 들여주었다 한다.

학교아저씨가 학교 곁 길 아래를 가리켰다.

내다보니 낯선 이들이다.

비탈을 내려서서 다가갔다. 쑥을 뜯고 있었다.

대해리에 들어와 살아 보려고 땅을 샀으나

황간에 뿌리를 내리게 되어

이곳 밭에는 나무를 심어놓고 가끔 들여다보고 있다는 부부.

아들이 귀농을 하여 버섯농을 한다고,

아들 따라 내려왔다네.

청년 기특하고 고마울세.

지난해는 이장댁과 앞집만 챙겼는데,

이번에는 학교도 인사를 건네는 거라고.

들어오십사 해서 차를 내다.

언제 그리 또 얼굴을 보겠는가.

지금차를 달이기!

 

저녁에는 마을 부녀회 모임이 있었다; 어버이날 잔칫상 준비

마을회관이 공사 중이라 물꼬 가마솥방에서.

딱히 그러자고 한 것도 아닌데

어느 댁에선 방울토마토를, 떡을, 과자를, 곶감을 들고 와

다식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었다.

어버이날이 달날인데 그날로 할까아니면 주말로 할까에서부터

음식을 무엇으로 장만할까까지.

이어 그간 못다 나눈 두어 가지 의논도.

신입회원 환영을 어쩌면 좋을까친목야유회를 겸하면 좋겠네,

그 비용은 일부 자가부담도 하기로.

해왔던 대로가 아니라

논의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해왔던 대로 혹은 나이 드신 두어 분의 강력한 당신들 뜻대로 꾸리던 부녀회가

수년의 신구 갈등을 겪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뒤

새 부녀회의 날들을 맞고 있다.

긴 세월 살고 이제야 이런 날을 보는.

논의의 장말이다.

여전히 제 뜻대로만 하려는, 똘똘 뭉친 몇의 텃새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나

그런 장은 함께의 즐거움을 알게 할 거라.

그리하여 서로를 살펴주는 날도 오잖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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