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26.해날. 맑음

조회 수 276 추천 수 0 2023.04.18 11:34:47


마늘밭 고랑을 팼다.

벌써 기세가 여간 세지 않은 풀들이다.

겨울을 난 마른 풀들 사이 겹쳐오는 봄이라.

 

한 계절을 보내고 또 다른 계절을 맞고,

사는 일이 그렇다.

보내는 계절을 여미고 맞는 계절을 위해 준비하고.

겨울이 모질고 긴 대해 골짝이다.

가마솥방의 성탄 장식물(겨울 장식물이라 말할)을 떼어내고

꽃밭의 소나무에 달린 성탄볼을 정리하다.

풀어내고 씻고 말리고 상자에 넣고.

달골 햇발동 앞에도 있으나 한번에 한다고 굳이 오를 건 아니고

그건 거기 일들을 볼 때.

 

마을에서 연락이 왔다.

잠시 걸음 할 수 있겠냐고.

사랑방 구실을 하는, 밭 가운데 비닐하우스였다.

부녀회에 신입회원으로 셋이 들어오게 되었단다.

몇 해가 지나도 데면데면하다가,

두어 해 동안 마을에 스며들려 애쓰다가,

예닐곱 해가 되어도 얼굴만 삐죽삐죽하다가 비로소 회원들이 되는.

스물댓 명을 회원으로 부녀회가 있었고,

신구 갈등이 심했던 2013, 2014년에 어거지로 부녀회장을 했던 적 있었다.

그 갈등이 다시 불거진 지난 두어 해를 봉합하면서 올해 부녀회장을 맡게 되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은 노인회와 부녀회에 걸쳐 있었는데

1월을 건너며 70세 이상은 부녀회에서 탈퇴를 하기로 했고,

그렇게 열둘이 남았고, 이제 셋을 더해 열다섯이 되었다.

한 시절을 보내고 새 시대를 맞았달까.

어떤 것이든 시작의 설레임이 있다.

 

산골 들어와 살며 마음 붙이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물꼬라는 울타리가 있어 안전망이 된 부분도 적잖았지만.

한편 그 울타리가 경계가 되기도. 마을사람과 학교사람이라는.

오죽 했으면 20년을 살아도 외지인, 외지인도 아니고 외지것,이라던 어르신들.

그래도 세월 가니 마을 사람이 되었다.

시간은 힘이 세다.

들어오는 이들이 어여 뿌리내리도록 잘 돕고 싶다.

흔히 서러웠다던 시간을 그들이 겪지 않도록.

사는 일도 벅찬데 마을에서 부대끼기까지 해서야...

그의 삶이 조금 더 가벼울 수 있도록 돕기.

부녀회는 자원봉사가 중요한 목적 하나임을 상기하다.

환영한다, 새 벗님들.

새 회원이지만 나이는 5,60.

시골 나이들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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