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26.물날. 갬

조회 수 250 추천 수 0 2023.05.31 23:57:23


학교 울타리 경사지에 죽어 있는 나무 몇을 베기로

교육청과 면사무소가 나섰다.

지역의 조경업체가 일을 맡아

이장님과 조경업체에서 현장을 보고 갔다.

누가 일을 할 것인가, 약간의 씨름이 있었고,

예산 부족으로 벌목 후 수목을 잠시 폐교 부지 내 보관이 필요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교육청에서 온 문자였다.

학교 본관 뒤란에 쌓기로 하다.

쇠날 아침 7시 작업을 하기로 했고,

이장님도 오셔서 작업자들에게 상황 안내하기로.

뒷마을 댓마로 가는 길에 가지가 늘어져 통행에 불편을 주는 가지들도 치기로 한.

교육청에서는 위험목이라고 칭했고,

이장님은 고사목이라 말하고,

우리는 죽은 나무라 일컫네.

 

나는 여기 왔는데 그는 거길 갔다.

벗이 사는 동네에 갑자기 일이 생겨 갔던 걸음인데, 벗은 내가 사는 동네를 가 있었다.

낮에 전화가 오고가는 두 사람이 아니었다.

일단, 뭔 일이 있는 거 아님!”

벗이 놀랠까 천천히 이 문장부터 읊어야했더라.

어제 오후 부산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난 허주당 보원스님이 1998년부터 경주에서 보림선원을 열어

소림쿵푸와 중국 황궁다법을 전해왔다.

나는 당신 살아생전 마지막 제자였던.

경주를 거점으로 하다 보니 영남 지역이 황궁다법 강세권.

그러나 이제 스님도 떠나시고, 다법을 이었던 이들도 거개 사라진.

20년을 넘게 황궁다법을 이어왔던 이조차 활동을 접고 있었더라.

황궁다법에서 쓰이는 도구들조차 구하기 쉽잖은.

다법에 쓰이는 다림팔사(차 숲의 여덟 선비?)라면

배사(집게), 다합사(차시), 다엽궁사(차호), 다수사(차칙), 풍사(거풍걷개), 주수자(물주전자), 슬건(다건), 화로.

부산행에 옻칠한 배사는 구했으니 다합사 다수사 풍사는 만들어 쓸.

스님 살아계실 적 보림선원 뒤란의 대나무를 베 다수사를 만들어드리기도.

대나무들을 좀 챙긴다.

 

논두렁 은식샘이 다녀가다.

이번 걸음에는 전동가위며 원형톱이며 이동식 목공 작업대를 내려주었다.

새가 모이 물어오듯 목공 관련 도구들을 하나씩 들여주시네.

커피공장을 꾸리는 이라 커피도 꼭 챙겨주시는.

커피를 손으로 빻는 걸 보고는

지난겨울엔 커피 전기분쇄기를 보내주시기도.

덕분에 좋은 커피향이 채워지는 가마솥방이었더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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