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3.해날 / 2006학년도 입학 설명회

조회 수 1614 추천 수 0 2005.10.26 00:31:00

2005.10.23.해날 / 2006학년도 입학 설명회

학교 안내하는 날입니다.
2006학년도 입학 설명회지요.
정오 무렵 사람들이 들어와 떡국을 나눠먹고
1시 30분, 고래방에서 작은 음악공연을 나누었습니다.
1차 전형을 통과한 셈인 열 네 가정이 초대장을 받고 왔지요.
우리 악기 몇과 서양 악기 몇이 만나 조화를 이뤘다는,
음악적 성과야 알리 없는 우린
그저 유쾌하고 또 유쾌했더랍니다.
그 덕에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안내'가 다소 무게를 덜잖았나 싶데요.

우리 사회의 실질적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조차
경쟁력강화라는 국민적 신화에 대해서는 여간해서 도전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하는 '녹색평론'의 글 한 편으로 입을 뗐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한편으로는 가르치는 데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솎아내는 데도 있다."는 말도 안되는 국립대 총장의 발언에
어떤 식으로든 이 사회가 동조하고 있는 속에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나로부터 현재의 문제(교육)를 바꾸는 방법을 찾아보자 설득하는 글이었지요.
"경쟁과 아비규환의 이 세계가 내게 사무치도록 싫다면,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예, 바로 거기서 물꼬는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물꼬는 이 세계가 사무치도록 싫습니다." 선언하며.

오늘 참석하기 위해 보낸, 1차 서류를 읽으며 들었던 생각들부터 전했습니다.
"재수한 가정이 넷이더라구요."
'거절'을 당한 경험은 사람을 주춤거리게 한다는데,
필요하다면 정말 그래야지 않냐는 동의도 하고,
이런 곳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힘들이 있어야 하는지
헤아리는 마음이 모자라 보였던 얘기,
물꼬가 아이를 고르지 않는(정작 어떤 부모랑 만날까 고민하는) 까닭,
'신뢰'의 본질이 무엇일까,
오랜 세월 물꼬를 지켜보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긴 시간이 왜 필요한가,
초등학교만 이곳에 보내려는 경우의 한계들을 짚었습니다.
결국 보내주셨던 대부분의 글들처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흐름을 갖는 거지요.
"다른 곳에 보내지 못하는 것이 경제적 까닭이라면..."
그러면 돈이 생기면 이곳에 안보낸다는 말 아닌가,
그건 물꼬의 생각이 위배되므로 일찍 입학의 뜻을 접는 게 좋겠다고 권했습니다.
오늘의 자리는 물꼬가 할 수 있는 걸 열거하는 자리가 아니라
외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게 될 거라 하였지요.
'낭만적 기대', '환상'을 벗는 자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상교육의 의미,
이곳에서 하는 공부,
물꼬가 아이들을 받는 까닭,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라 같이 키울 사람을 만나고프다는 바램,
2004학년도와 2005학년도, 그리고 2006학년도가 다른 점도 따져봤습니다.

"질문을 통해 하는 대답이 저희를 잘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물꼬에 우려되는 바,
교사로서 인간적인 어려움이 무엇이냐,
대해리로 귀농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길,
밥알들(학부모)끼리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가냐 물어왔습니다.
물꼬랑 결합하는 게 맞을까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합할까,
그래서 질문도 물꼬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사느냐에 있지 않고
갈등의 방식같은 것을 어찌 풀어나가느냐들에 있습디다.
밥알들이 하는 대답이 길었지요.
"우리는 아이가 학교 갈 나이가 됐을 때 학교 갈래 하고 묻지 않아요.
그런데 유독 대안학교는 묻습니다..."
문경민 엄마가
'아이의 학교에 대한 의사'에 대해 정말 그게 존중인가 생각해보자 되려 말을 던졌습니다.
밥알 김현덕 엄마가 내놓은 '단순한 삶'에 대한 촌평은
오늘의 어떤 말보다 핵심이었지요.
만만찮은 두 해를 살아내신 경험의 소산이겠습니다.
"삶이 단순해진다, 내 안의 것을 내려놓는 것이기도 하고 아이에 대한 기대도 내려지고...
내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머물며 아이를 통해 내 생활도 편해지고, 재미
도 있고(인간 관계를 잘 맺으면).., 내가 줄 수 있는 걸 주고 선생님께 받고... 갈등이 생긴
것도 가만히 근원을 따져보면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내가 얼마나 그를 이해할려 했
는지 생각하는 기회이기도 되고,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내 중심을 똑바로 잡고 정확하게
보려는 눈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쿨한테 어른들은 잘 안돼...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칼
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하고..."
여러 생각들이 뒤섞이느라 뚝뚝 끊어져 들리긴 했으나 이런 말씀들이었지요, 거의.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누구에게서 선생님에 대해 들었는데 물어보기도 뭣하고 시간이 흘렀어요.
그런데 뒤에 물어보니 그게 아니었던 거야.
그런데 그 기간동안 내가 오해를 아니, 다른 정보를 가지고 '알고' 있었던 거예요."
학교에, 샘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물어보라'시데요.

기차 시간이며에 쫓겨 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긴 하나
보고 또 보고 하면 되지요,
더 했다고 또 이해도가 얼마나 높아졌을라구요,
어차피 이미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한도가 있을 걸.
오신 분들은 서로서로 카풀을 해서 해 진 대해리를 총총히 빠져나가셨지요,
이것도 연줄이 되어.
귀농을 준비하는 분들은 끼리도
벌써 연대 고리를 만들어 어둡도록 뭔가를 오래 논의하나 봅디다.

안에서 어른들이 모임을 할 동안
바깥에서 물꼬 아이들이 손님으로 온 아이들을 맞고 돌보아(?)주는 일을 맡았지요.
공동체식구모임에서 자기들이 맡기로 했던 역을 어찌 수행 했나 궁금합니다.
젊은 할아버지는 고구마를 구워내셨고
무대에 올랐던 이들은 해산물을 구웠다는데
넉넉했나 모르겠습니다.

산골짝, 오랜만에 사람으로 붐볐지요.
함께 해서 귀한 자리를 만들었던 모두,
고맙습니다.
잘 돌아가셨길,
무엇으로든 좋은 연으로 닿기를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36 6월 8일 불날, 반딧불 반딧불 옥영경 2004-06-11 1620
6335 2005.10.1.흙날. 물김치독에 붓는 물처럼 옥영경 2005-10-02 1617
6334 12월 8일부터 머물고 계신 큰 엄마 장유경샘 옥영경 2004-12-17 1616
» 2005.10.23.해날 / 2006학년도 입학 설명회 옥영경 2005-10-26 1614
6332 3월 4일 쇠날 맑음, 새금강비료공사의 지원 옥영경 2005-03-06 1615
6331 6월 20일, 물꼬에 사는 작은 식구들 옥영경 2004-07-03 1615
6330 7월 26일, 성적표(?)를 쓰기 시작하면서 옥영경 2004-07-30 1614
6329 123 계자 사흗날, 2008. 1. 8.불날. 흐림 옥영경 2008-01-13 1612
6328 146 계자 갈무리글(2011. 8.12.쇠날) 옥영경 2011-08-18 1610
6327 112 계자 이틀째, 2006.8.8.불날. 맑음 옥영경 2006-08-11 1610
6326 6월 23일 나무날 선들대는 바람에 숨통 턴 옥영경 2005-06-26 1609
6325 1월 28일 쇠날 맑음, 101 계자 다섯째 날 옥영경 2005-01-31 1609
6324 6월 23일, 찾아오신 분들 옥영경 2004-07-04 1608
6323 2007.11.20.불날. 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7-12-01 1607
6322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07
6321 126 계자 사흗날, 2006. 8. 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8-23 1606
6320 5월 16일, 풍경소리 옥영경 2004-05-21 1606
6319 10월 26-8일, 혜린이의 어머니 옥영경 2004-10-30 1605
6318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05
6317 119 계자 닫는 날, 2007. 8. 3.쇠날. 소나기 옥영경 2007-08-10 160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