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흙날. 물김치독에 붓는 물처럼

조회 수 1616 추천 수 0 2005.10.02 12:07:00

2005.10.1.흙날. 물김치독에 붓는 물처럼

자박거리며 내리는 비랍니다,
물김치독에 붓는 물처럼.

간밤엔 곶감집에 노래방이 들어섰다지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져야지 돌아가는 기계랍니다.
품앗이 태석이 삼촌, 열택샘이랑
모두 한 방에 모여 기계 앞에 앉았다데요.

아침 9시, 호숫가 나무에 갑니다.
벽을 향해 앉아 깊은 명상부터 했지요.
다음은 자기 보물동굴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소중한 어린 날이 닮길 그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수학이고 과학이고 사회고 음악이고 역사고 국어고 일기이겠습니다.

풍물이 이어집니다.
드디어 서서 합니다.
장구 끈매기부터 익혔지요.
상범샘도 와서 도왔습니다,
같이 무언가를 배워두니 좋데요.
쉬 매는 법도 있으나 동철샘이 가르쳐준 대로 하면 흘러내리질 않습디다.
장구를 매온 수 해 동안 어느 누구에게서도 배워보지 못한 거였지요.
풀고 매고를 한 시간여나 하는데 그래도 매고 또 매는 아이들이랍니다.
휘몰이 새 가락 하나도 배웠지요.
이제는 입장단으로 한참 익히고 장구를 두드릴 것 없이
장단을 들려주면 따라서 소리를 내는 이들입니다.

실어 나를 차가 문제여서 그만두기로 했던 춤을
이번 주부터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3시 30분에 하던 것을 2시간 당기게 되어 점심을 서둘러 먹고 읍내 나갑니다.
째즈댄스라고 이름을 붙이고서도 잡다하게 여러 춤을 했던 봄 학기와 달리
정말 째즈를 시작했지요.
몸을 부분 부분 나눠서 움직이는 것 말입니다.

장에서 가래떡도 뽑고
천변에 오늘부터 문을 연 난계국악축제도 한 바퀴 돌아보고 왔지요.
실내화 내려놓기 무섭게 오목도 두고 바둑도 두고 뜨개질도 하는 아이들의 오후입니다.

어른들은 큰 해우소를 잘라 연탄창고도 짓고
장작을 자르고 쌓고
조릿대집 아랫채 굴뚝 흡출기도 달고
연탄도 3000장 들였지요.
가마솥방과 작은 해우소 앞도 일대 정리했습니다.
가구 자리들을 바꾸고
가마솥방 곳간에서 불려나온 씻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가고
마른 빨래들이 사람을 찾아 정리될 칸도 만들었지요.

지난 여름방학 속리산모임에서 홍세화님을 초대했는데,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어떻게 탈의식화하여 자유인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주창하는 강좌였더랍니다.
택시를 타고 가거나 하며 사람들이랑 얘기를 나눌 기회마다
한결같이 느끼는 것은 무식한 사람이 없다는 거라지요.
이 사회의 구성원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절대적인 고집과 아집, 편견)을 반영한 이 한국사회,
그럼 어떻게 그것이 형성되었는가를 짚는 것으로 강좌를 초반부가 흘렀지요.
그들의 앎은 어디서부터 이루어진 걸까,
폭넓은 독서냐, 아무리 봐도 아니더라지요.
그러면 사물과 현상에 대한 열린 토론이냐, 당신 보기엔 것도 아닌 것 같더랍니다.
아, 그렇다면 도를 닦은 거다,
하지만 역시 아니었다지요.
내가, 그대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폭넓은 독서냐 열린 토론이냐 도냐 잘 살펴보랍디다.
아이들이랑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 하나를 가르쳐주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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