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행. 정확하게는 설악산이라기보다 내설악 용대리에서 여드레를 보내고

마지막 하루만 외설악 쪽 산오름.

4월에야 움직일 계획이었다. 예년이라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덕장 봄일이 3월에 다 끝날 예정이라는.

어제 급히 연락이 왔고, 오늘 넘어 가마 했고, 왔다.

설악산 이야기를 담을 책의 마지막을 장식할 용대리라.

구성이야 어찌 될지 아직 모를 일이나.

 

달골을 여미고,

교무실과 부엌을 들여다보고,

달골에서 습이네들 사료도 학교로 내려놓고,

현장 상황을 몰라 작업복도 서넛이나 챙긴 짐.

늦은 오전에 출발.

면소재지에서, 온실돔 바닥에 깔려고 주문할 모래도 확인하다.

모래도 여러 종류가 있더라고.

 

오색의 형님이 친구 분께 부탁하고,

친구 분은 또 용대리에서 한때 이웃이었던 분께 부탁을.

다른 작업장은 거개 끝났는데

아직 일이 제법 남은 덕장 하나 있어 성사된.

할 수 있겠어요?”

덕장일이 거칠고 거칠단다.

못할 게 무어겠는가.

나는 물꼬에서 사는 사람인 걸.

물꼬에서 반년만 굴러도 세상 어디 가서 한몫한다던 농들을 더러 했다.

물꼬에 산지 30년도 넘어됐다.

 

소개해준 댁에서 기다리는데,

밥까지 얻어먹고도 덕주(덕장주)에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밤이 깊어서야 소개해준 어르신이랑 그 댁을 찾아 나섰는데,

또 다른 사람을 걸쳐 그 집을 알아내고 찾아간.

술이 떡이 돼서 못 일어나네. 낼 다시 가야겠네...”

술, 떡, 이란 낱말들로 현장 일의 강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달까.

누군가를 맞는 일보다 바쁘고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얼마든지 있을.

나를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하여 언짢을 것까지야.

스스로 환대인(환대받는 이)이 되기.

 

그나저나 지난 세 해동안 익은 오색까지 넘어가자니 밤길 꼬부랑 고갯길이 한 시간은 족히 되겠고,

그러느니 가까운 곳에서 숙소를 잡아야 하리.

현장 측에서 숙소를 제공하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기는 하나.

소개하신 분이 안내한 펜션은 미리 난방을 못해 어렵다고도 하고,

숙박비가 너무 높기도 하고,

이레 여드레 지내더라고 값을 깎아주지 못한다고도 하니

15km 원통까지 나가 모텔에서라도 하룻밤 자야 할 상황.

용대리를 떠나 원통으로 차를 꺾는데

, 벽에 붙어져 있는 펼침막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 현장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숙소였다.

옳다구나.

여러 날이라 좋은 가격으로 방 하나 얻다.

 

그렇게 낯선 방에서 짐을 푸는 밤.

바람이 몹시 거치니(늘 이렇지야 않지만 바람 많다는 용대리) 심란함도 같이 일어나는.

사람이 오래 들지 않은 방과 욕실과 부엌 청소부터 하며

열흘 가까운 용대리살이를 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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