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6.나무날. 비

조회 수 321 추천 수 0 2023.05.04 23:57:48


6월에 담양에서 중국 황궁다법 시연을 하기로 했다.

다인들과 소리꾼들이 한 초대였다.

황궁다법 보유자가 전라도에는 거의 전무하다 했다.

있기는 있었다는데, 보이차를 값비싸게 팔려는 이들이 만든 판이었다는 무성한 뒷얘기.

오늘 기획하는 이들을 만났다.

시간을 따져보고, 구성을 어찌할지 논의하고.

6월 둘째 주 쇠날 늦은 오후,

여는 무대로 소리 공연이 있고,

본 무대로 황궁다법 시연을,

그 즈음 마당에 저녁이 내리면 밥을 먹고

찻방으로 들어가 한 어르신을 팽주로 모시고 달여 주시는 차를 마시기로.

한때 중앙의 한 방송사에서 피디로 일하다 지방으로 내려와

자신의 작품을 한다는 다큐멘터리 작가가 영상에 담기로도 하다.

음향 담당자도, 사회자도 정해졌고,

황궁다예 팽주 좌우의 사령도 세우기로.

문제는 정작 나다.

코로나19의 그늘 아래 멈춰 있었던 일이고,

같이 시연을 하던 이들은 이제는 접었다.

스승인 허주스님 돌아가신 지도 십년이 다 되어가는.

다행히 한 축제에서 시연했던 내 영상이 남아있어 도움이 될.

밤, 남도의 다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찾아들 들었다.

대학에서 차를 가르치는 이도 있었다.

행다를 가르치는 이들도.

, 서서히 부담스러워지기도 하는 거라.

뭐 연습만이 살길이다 그런...

 

지은 한복을 입고 사람들을 만났다.

치마가 짧으니(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아져 살짝 깡쭝거리는)

어릴 적 갑돌이 갑순이 무용할 때 입었던 한복 같은 느낌도.

어린 날 새 옷을 입고 팔랑거리던 그 순간 같은 모양새이기도.

그 왜 한밤에 내복을 입고 있다

누군가 선물로 사온 새 옷을 내복바람 위에 입어보던 그런.

평상복으로 입으려고 만들었던 거라 크게 불편치도 않았다.

재밌어들 했다. 곱다고도 하고.

에이, 처음 한 사람이 아니네!”

한복을 손수 만들었다던 나이 많은 할머니는 그러셨다.

선이 부드러운 깃과 아주 잘 빠진 섶을 알아보신.

우연이지. 후속 시집이 첫 시집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처럼

첫 작품에 최대의 공력이 들어가 우연히도 잘 만들어진 그런.

이제 면으로 만들어 더욱 일상복으로 만들어보려는데...

 

한식이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하던 그 한식.

그러고 보면 참 큰 날이다. 설, 한가위, 단오와 함께 4대 명절이었다 하니.

비바람 심해 불을 금해 찬밥을 먹었다는 한식에 걸맞게 비가 들었네.

성묘들 나서기 어려웠겠고나.

농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점이라지만

기후가 어그러진 지 오래.

기후위기를 생각는 날이 느는 지구 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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