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 3.나무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764 추천 수 0 2019.11.23 22:40:19


준비도 없이 온 겨울처럼 본관 현관 들머리에 국화가 피었다.

피어버렸다.


어제 종일 내린 비는 밤새도 내렸다.

아침에도 조금씩.

그런 일은 드물다.

짱짱한 해를 보고 나섰는데 안개에 잠기는 산 아래 마을로 들어서는 그런 일.

눈발 날리는 멧골을 나서서 산을 내려가면 비가 되어 있거나 하는 건 흔하지만.

햇살 퍼진 산을 나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

아직 평지 마을은 안개에 잠겨있었다.

가을에는 안개가 많다.

강을 낀 마을이라면 대부분의 가을아침이 그렇다.

차는 안개 속을 헤엄치고 있었다.


나무를 보러 갔던 길이다; 주목

왜 주목인가 했다.

줄기의 껍질과 속의 색깔이 모두 붉다지.

향나무의 재목도 붉지만 그보다 더 붉단다.

그 때문에 적목, 적백이라 불리고

경기도에서는 경목, 제주도에서는 저목 또는 노가리낭이라 부른다고.

남도는 어디라도 상록수가 많아 그리 눈에 띄지도 않을 나무,

그러나 눈 내리는 곳이나 높은 산에서는 얼마나 그 존재 당당할 것이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지만

그런데 오래된 주목의 나이는 정작 알 수 없다고.

오래 묵으면 껍질만 살아 있고 줄기 속은 대부분 비어 있어.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의 지팡이가 주목으로 만든 거라지.

주목 지팡이는 가볍고 튼튼하고 휘어지지 않아 좋다는데

그보다는 붉은 빛이어 귀신을 쫒아내고 무병장수하는 힘이 있다 여겼기 때문일 것.

우리 옛 사람들은 주목 지팡이 선물이 노인들한테 가장 큰 효도라 했단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수 위그드라실이

실은 물푸레나무가 아닌 주목이라는 주장도 들었다.

서구에서는 활의 재료로 혹은 홀을 만들기도 했다 한다.

조선에서는 붉은 줄기에서 추출한 액으로

궁녀들의 옷감을 치장하거나 임금의 곤룡포를 염색할 때 물감으로 썼다지.

주목의 껍질에 들어 있는 '탁솔' 성분은 항암제로 효과가 뛰어나다 한다.

우리 선조들도 아득한 옛적부터 신장염, 부종, 소갈병 등에 민간약으로 써왔다.

주목은 유행성 감기와 보통 감기에도 특효약이며

달일 때 날달걀을 넣는 까닭은 달걀이 주목의 독성을 모두 빨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그 약성을 처음 발견하여 염증치료의 '비약'으로 써 오기도 했다지.


주목 세 그루를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앞에 들이기로 했다.

요새 재능기부로 인문학강의를 나가는 곳에서 물꼬에 나눠주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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