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떨구던 은행나무는 익지도 않은 열매도 하나씩 떨구고 있다.

재래식 해우소와 은행나무 아래가 구분이 어려운 계절.

누군가는 자꾸 냄새가 따라와서 보니 신발 틈에 은행 한 알 짓찧기어 있더라나.


햇살 퍼지길 기다려 물을 주다.

사이집 들머리 언덕 아래 줄 서 있는, 지난 불날 들어와 심기길 기다리는 철쭉들.

학교아저씨와 하얀샘은 차에서 잔디를 내리다.

조경 공사현장에서 떠내진 잔디 있다는 준한샘 소식을 듣고

실어와 달골에 올려두었던 것.


“그러까요? 그라믄 내일 돌격대 또!”

앞에서 얼씨구나 하셨더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일들을 하신다 하기

아무렴 손 하나 보태면 낫지,

마침 해날이라 물꼬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처 나가있는 물꼬 바깥식구들도 모다 들리지 않은 주말이겄다.

해서 일터에 또 가마 했더니 어제의 돌격대 구성원들이 반가워라 하였네.

물꼬에 손 보태는 한 품앗이샘의 현장.

돌격대! 어제 우리는 같이 일한 우리를 그리 불렀는데,

순전히 쓰고 있던 마스크에 상표이름 돌격대가 써있었기 때문이었지.

오늘은 다섯 가운데 다시 셋이 돌격대 분단으로 .


차(car)가 없는 오늘이었다. 금해샘이 물꼬까지 실어다주었다.

차(tea)를 좋아하고 많이 마시며 차를 마시려고 사람들이 찾아들기도 한다는 얘기 듣고

중국 학생들이 선물한 홍차와 청차를 챙겨주시기도.

“연구실에도 다구 세트와 차가 있는데, 물꼬 드리면 참 잘 쓰이겠다...”

물꼬 들어오는 손에 보내주신다지.

달골에서는 이웃 절집에서 굴착기 일을 한 준한샘 종두샘이

하루 일을 끝낸 뒤 장비를 빼 와

아침뜨樂과 사이집이 갈라지는 들머리에 심었다.

지난 물날 들어와 심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느티나무였더랬다.

어둑해서야 같이들 가마솥방에서 만나 바삐 차린 저녁을 먹고

새 차를 따서 달였다.

딱 뜯었을 그때 차가 또 제일 맛있지.


유기농 짓고 산다고 농약을 만질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내가 안 한다고 그런 일 안하고 사는 건 아닌 게 사람살이라.

그래서 내 먹을 일 없다고 침 뱉은 샘에 물 긷는 날이 오기도 하는 게 사람이 사는 일.

조금 생뚱한 비유 같기도 하다만,

오늘 현장은 잔디에 난 풀을 없애는 일이었더랬다.

비닐장갑을 끼고 풀에 약을 도료했다.

그런데, 어제 살포하는 농약 세례를 받은 걸까,

어제는 눈이 따끔거리고 피부도 따끔따끔하더니

오늘은 얼굴에 울긋불긋 뾰루지가 돋아나기 시작했는데,

일시적인 피부 문제인지, 그야말로 일시적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316 9월 16일, 바깥샘 도재모샘과 오태석샘 옥영경 2004-09-21 1835
6315 9월 17-19일, 다섯 품앗이샘 옥영경 2004-09-21 1405
6314 9월 21일 불날 흐린 속 드나드는 볕 옥영경 2004-09-21 1558
6313 9월 22일 물날 맑음, 딴 거 안먹어도 옥영경 2004-09-28 1291
6312 9월 23일 나무날 맑음, 밭이 넓어졌어요 옥영경 2004-09-28 1238
6311 9월 24일 쇠날 맑음, 령이의 통장 옥영경 2004-09-28 1203
6310 9월 24일-10월 3일, 한가위방학 옥영경 2004-09-28 1181
6309 9월 21-4일, 밥알식구 안은희님 옥영경 2004-09-28 1411
6308 9월 25일 흙날 맑되 어스름에는 흐려진 옥영경 2004-09-28 1279
6307 9월 26일 해날 흐림, 집짐승들의 밥상 옥영경 2004-09-28 1268
6306 9월 28일 불날 더러 맑기도, 우리집 닭 옥영경 2004-09-28 1521
6305 9월 26-8일, 방문자 권호정님 옥영경 2004-09-28 1815
6304 10월 4일 달날 흐림 옥영경 2004-10-12 1285
6303 10월 5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0-12 1338
6302 10월 6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10-12 1361
6301 10월 7일 나무날 아침 햇볕 잠깐이더니 옥영경 2004-10-12 1353
6300 10월 8일 쇠날 흐림 옥영경 2004-10-12 1292
6299 10월 9-10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10-12 1297
6298 10월 10일 해날 맑음, 호숫가 나무 옥영경 2004-10-12 1657
6297 10월 10일, 가을소풍 옥영경 2004-10-14 12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