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이 머문다.

07:25 대구에서 사람 셋이 왔다.

08:20 굴착기와 함께 작업할 두 사람이 왔다.

따뜻한 음료로 일을 시작하다.

12:00 수행에 특별히 초대한 이도 남도에서 들어왔다.


물꼬스테이는 대개 일수행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사이집을 중심으로 일하다.

덩어리 덩어리 울타리 쪽으로 철쭉을 심다.

키 작은 나무에서 키 큰 나무로, 다시 작은 나무로

살짝 둥그스름한 선이 만들어지도록.

창고 컨테이너 옆으로 또 한 줄을.

측백 너머 큰 바위들을 이어 놓고,그 너머 가장자리로 또 철쪽을 심다.

일부는 장승 옆 느티나무 둘레에 잔디를 심다,

어디서 작업하느라 패 낸 나무 자리 아래에 있던 잔디를 얻어와.


10시. 오전 참을 내다.

창고동에 난로를 피워 구운 고구마였다.

맑은 가을 하늘아래 달골에서 일을 멈추고 사람들이 모여 먹는 고구마,

손에 닿는 따스함이 마음의 온도도 높였다.

양파즙을 같이 냈다.


멀리 남도에서 온 이가 낮밥을 먹고 상을 물리며 말했다.

- 밥을 먹은 거 같아요.

밥 같은 밥이라는, 든든하다는 말이겄다.

- 사무실에서 밥을 해먹어야겠구나...

혼자 있지만 바로 옆 사무실에 또래도 있다지.

밥을 귀히 바라보게 되더란다.

‘물꼬 한 바퀴’를 하고서 나도 내 공간을 예쁘게 꾸며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이 낡은 살림에서도 그리 빛나는 걸 찾아내는 이들이라.

- 정갈하다는 느낌이었어요!


녹힌 떡으로만 내는 참은 좀 성의 없는 듯하여

오후 참으로는 빵을 굽다. 잼과 미숫가루와 함께.

낮 3시 참을 먹고 모두 달골에서 일하다.

한 쪽에서는 굴착기가 앞서가며 구덩이를 만들거나 돌을 옮기거나 하고

따르는 무리들이 나무를 심고 덮고 잔디를 덧붙이고...

또 한 무리는 사이집으로 가는 들머리의

느티나무와 두 장승 둘레에 잔디를 깔다.


같이 일을 하는 시간은 또한 타인의 삶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한 사람이 당신 아이 이야기를 했다.

내 언어가 그의 언어일 수는 없겠지만...

- 엄마!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이 있어.

  그런데 감옥에서라도 행복한 마음이어야 해, 억울해야 해?

엄마는 감옥에서라도 행복한 마음이면 좋겠다 하니

아이도 동의하더라지. 어디서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아이가 또 말하더란다.

- 엄마! 지옥은 있어, 없어?

아이는 그것이 마음에 따라 있고 없는 거라 생각한다지.

- 엄마! 신은 있어, 없어?

아이는 있다고 했단다. 우주에 관여하는 힘이 있을 거라 여기는 게지.

그 아이의 꿈은 남을 도와주면서 살고 싶은 거라고.

아, 우리 아이들이 부처라, 스승이라!


밤, 두멧길을 걷는 대신 차를 마시다.

홍차와 보이차를 내다.

달건지기와 호흡명상이 이어졌다. 고마워라!

누군가 베어 문 달인데도 휘영청 떴다 할 만했다.

동쪽 달 반대편으로 서니 이 쪽 하늘은 별이 총총했다.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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