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21.불날. 맑음

조회 수 287 추천 수 0 2023.03.17 23:58:21


비닐하우스(옛 목공실) 안 낙엽들 치우다.

 

한복공방 작업실에 있었는데,

사람이라고는 공방주인과 나.

낮밥이야 각자 알아 먹을 일인데,

앞서 두어 차례는 같이 작업하던 이가 도시락을 싸와 나눠주기도 했더랬는데,

갑자기 잡은 일정이라 챙겨가지 못했다.

하지만 빵집이며 카페며 마트까지 있는 곳이라

뭐라도 요깃거리를 마련할 수 있는데,

점심시간에 공방주인이 공방과 가까운 곳에 있는 댁으로 가시면서

못내 미안해라 했다.

점심을 먹은 뒤

아내의 일을 거드는 사부님도 들어와 한 마디를 건네셨다.

식사를 같이 하면 좋은데, 이 사람이 살림을 안 해서 집에 먹을 게 없어서...”

그 마음씀에 대해 생각했다.

다사로웠다.

 

, 지역의 작은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다음 소희>

<도희야>를 만들었던 정주리 감독.

‘20171,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콜센터의 극심한 감정노동 실태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고,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는 제주도의 생수 공장에서, 여수의 요트 업체에서, 그 밖의 수많은 일터에서 또 다른 어린 이름들을 만나야 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가 앳된 젊음들이 스러졌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이야기가 창작에서 재밌기는 쉽지 않다.

선언처럼 되어버리기도 흔한.

그래서 기사로도 아는데 굳이 영화까지 그런 말을 해야느냐 외면당하기 십상.

하지만 고발 영화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물었다. 정말 몰랐냐고, 그리 열악한 줄 몰랐냐고.

우리는 알지, 우리는 대학을 가는 열아홉만 안다.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어른들과 모르면서 다 아는 척하는어른들의 혐의는 다르지 않다.”

영화가 끝나면 다시 영화 제목을 쳐다보게 된다. 

소희 다음 또 다른 소희가 있다. 

이런 작업들이(관심!) 다음 소희를 웃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당연히 영화만 할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마련 실태조사’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제도적 구조적 학습권 침해, 현실 실습제도가 노동시장 이행에 미치는 유의미한 효과 관찰 전무

특성화고 학생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조사와 자료 미흡 들을 열거하고 있었다.


대학을 가는 열아홉 못지않게 일터로 가는 열아홉도 늘 물꼬의 관심 대상이다.

전국 특성화 고교노조에 달마다 하는 작은 기부도 그런 것.

잊지 않는다는 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깃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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