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계자 사흗날, 2006.1.22.해날. 맑음

조회 수 1581 추천 수 0 2006.01.23 11:08:00

109 계자 사흗날, 2006.1.22.해날. 맑음

< 뚝딱뚝딱은 참 깨끗한가 봐 >

"이젠 살만한 갑지?"
재잘거리는 경준이를 보니 부기가 다 빠졌습니다.
이래저래 돌려봐도 멀쩡합니다.
휴우, 자고나면 또 어떨까 싶더니...

"손풀기, 좋더라구요."
"손풀기, 참 좋았어요."
"손풀기 잘하더라구요, 쓱싹쓱싹. 덜 시끄럽고..."
하루를 늦게 합류한 새끼일꾼 미리형님도 신기하고 좋아라 합니다.
태석샘도 손풀기가 참 여유롭더라지요.
이 시끄러운 아이들이 아침 해건지기의 요가와 명상에서 정말 끽소리도 안내고
이렇게 손풀기에서도 거의 묵언을 지켜내는 게
다만 희안하다는 샘들입니다.

"지준이!
이눔의 자슥, 다친 손을 못살게 굴어 꿰매러가질 않나,
경준이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질 않나, 넌 이제 죽었다."
아이들이 무슨 일인가고 밥을 먹다 다 쳐다보고 있습니다.
"꼼짝 말고 있어!"
강정을 그득하게 쌓고 초 하나를 꽂은 쟁반을 들고 나가니
그제야 알아차린 아이들이 축하노래를 불러주었지요.
지준이 생일이란 소리를 뒤늦게 들어
저녁 밥상에서야 작은 잔치가 있었더랍니다.

태호랑 재이가 한데모임 진행을 맡았지요,
"열린교실들에서 뭘 하셨나요?"
워낙 태호란 녀석 어수선하니 온통 모임이 소란해졌지만.
그래도 아이들 굳건히 저들 한 것들 자랑스레 들고 나옵디다.
단추곤충패들이 나왔지요.
승엽이는 장수풍뎅이를, 현민이와 성규는 잠자리를,
영준이가 사슴벌레를, 경준이가 매미를, 경민이가 풍뎅이를,
그리고 승재는 애벌레를 만들었습니다.
반응들이 대단했지요.
우리들은 그들이 가르쳐도 주기 전에 매미인지, 잠자린지
다 알아버렸더랍니다.
지난 계자에선 나무가 곤충이 되더니
오늘은 물꼬에서 요새 넘쳐나는 단추가 곤충이 되었습니다려.

짚을 다룬 아이들은 한결같이 앞에 서서 쑥스러워합니다.
어제는 시작도 안 되던 녀석들이 제법 짚이 꼬아져 있습디다.
민수도 무척 겸연쩍은 표정이고 준희도 승주도 샘 뒤로 가서 숨는데
현석이도 얼굴을 돌립니다.
그래도 새끼들은 다 제법 꼴새를 갖추었데요.
그나마 앞을 바로보고 섰는 서윤,
때늦게 와서 함께 작으나마 꼬았는데
그만 잃어버렸답니다.

'다 좋다 아이들'은 부엌일을 도왔지요.
패를 나눠 마늘을 까고 양파껍질을 벗겼더랍니다.
상원 철원 준형 철순 성수 지준이가
마치 대구대표패 서울대표패가 된 듯
서로 시비 걸어가며 말도 쉬지 않고 손놀림을 따라 가더라지요.

단추다루기도 굉장했습니다.
지선이는 예쁜, 희영이는 분위기 있는 모빌을 만들었지요.
"걸어주세요."
지영샘은 감탄에 감탄입니다.
"어쩜 저렇게 예쁘게 했데요?"
"3주에 걸쳐 왕국을 만들었어요."
류옥하다는 아주 커다란 상자 안에 자리를 잘 잡아 들고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하나 달라며 줄을 서기도 했지요.
"진짜 잘 만들었다."
예슬이가 감탄하며 들어왔습니다.
하수민과 경은이가 탑을,
그리고 재성이가 커다란 잠자리 같은 모빌을 만들었답니다.

뚝딱뚝딱은 식구가 늘어나 소사대를 못하고
오늘도 톱질 망치질 연습으로 기본기를 익혔답니다.
"나무 자르는 게 빡시던데요."
원형입니다.
승호는 하나를 자르고 용기를 얻어 다른 나무 토막을 또 하나 톱질했다지요.
"망치질도 꽤 어려웠어요."
동근이도 한마디 합니다.
현욱이도 희성이도 인혁이도 채현이도 태우도 석중이도 같이 했지요.
정말 멀리서 들으니 뚝, 딱, 뚝, 딱 하던데요.
"정말 뚝딱뚝딱하네요."
교실 안에서 아이들이 그랬더이다.
"그런데 왜 한땀두땀은 소리가 안 나지?"
어제는 재혁이가 그 소리를 듣고 바느질을 하다 그랬다지요.
"한, 땀, 두, 땀!"
바늘을 옷감에 오르내리며 말입니다.

한코두코.
서로 실로 엉켜서 떨어질 수가 없는 규리와 박수민,
어제 하던 아이들이 그대로 들어간 곳에
재혁이가 끼워달라 서성였지요.
태호가 강력하게 추천까지 했다 합니다.
재혁이와 태호, 죽이 잘도 맞더라지요.
"이거 너무 어렵다."
"원래 다 어려워."
서로 위로하고 가르쳐도 주고.
"순간 순간 사고가 일어났지만 어렵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하고..."
재혁이의 소감이었네요.
지수는 색깔이 참 곱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자주 듣고 있는 지수입니다.
여기선 다른 문화를 만나보자 했더니 곧 빼데요.)
호정 은영이도 열심이지요.

한땀두땀에는
어제의 재이 동희 예슬에다 연호가 꼈네요.
"동생 줄 거예요."
머리띠 열 개를 만든 뒤 머리끈들을 만들었다 합니다.
말 많이 하는 우리 연호 입을 듣다 듣다 재이가 틀어막았습니다.
"어제는 내 얘기를 들어주셨는데..."
재이도 언니같은 소희샘이랑 할 말이 많거든요.
"선생님, 제가 곰 모자 왜 가져왔게요?
사람들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요."
우리 재이 꿈은 코미디언이잖아요.
규방은 온갖 소문이 무성하기도 한 곳이지요.
"여기는 월급을 안 받지요?"
동희입니다.
"그러면 뭐 먹고 살아요?"
"밥 먹지."
그때 우리의 연호 선수,
"가마솥방 가면 밥 주잖아."
그러자 아이들이 다 끄덕끄덕 하더라지요.
그때 태호 등장입니다.
"태호야, 열린교실 뭐 했어?"
"뚝딱뚝딱요."
"뚝딱뚝딱에서 뭐 했어?"
"망치질 했어요."
역시 연호 한 마디 더하지요.
"뚝딱뚝딱은 참 깨끗한 가 봐요."
"왜?"
"양치질을 하잖아요."
아, 망치질을 양치질로 알아들었던 겝니다.

"한 명도 안 올 줄은 몰랐는데..."
수강신청 벽보가 백지더랍니다.
"망했어요."
아이들이 폐강된 매듭을 보고 그랬지요.
"홍보 부족입니다."
열택샘이 나가서 열심히 선전합니다.
"이게 얼마나 근사하냐 하면..."
명상하듯 엮어대던 견본을 휘두릅니다.
저도 팔목모델로 나가 매듭을 여섯 개나 하고 있는 걸 보여주었지요.
"다 수용할 수 있어요, 다 오세요."
어찌 감당하려 저러실까...

한데모임은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더랍니다.
무데기 무데기로 얘기 무성했지요.
소희샘 무릎에는 김천의 신기가 앉았습니다.
"내가 좀만 어렸어도 이 자리는 내 껀데..."
정운오아빠 따라온 자그만 신기가 소희샘은 그저 귀여워
앞에다 앉혀놓고 있는데 우리의 태우 선수가 그랬다지요.
"너도 일곱 살 때 정말 예뻤어. 신기랑 되게 닮았었어."
"그럼, 얘는 어린 태우네."
그러자 우리의 태우 선수, 신기가 밖에 나갈 때도 옷을 잘 여며주더라지요.
"넌 어린 태우야."

오후에 인형놀이가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줄인형으로 들려줄
'화장실에 못간 피노키오' 공연은 무산됐지요.
잠깐 한눈파는 사이 구경하던 녀석들이 실을 엉크려놓았더이다.
그래도 장갑으로, 목도리로, 부직포로, 그리고 실로 만든 인형들을 선봬줍니다.
다음은 모둠들끼리 들어가 놀이를 했지요.
"저번 계자 때는 힘이 들더니 이번은 너무 뚝딱뚝딱하더라구요."
지영샘이 그러데요.
'흥부와 놀부', 또 '흥부와 놀부', '아기 돼지 삼형제',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아이들이 준비하는 인형극입니다.
"짚단이 바람에 날려야 하는데..."
"나무는 부셔져야 하잖아..."
그런데 너무 튼튼해서 걱정이라지요.
박이 있는 흥부네 집, 없는 흥부네 집도 나오고,
인형을 척척들도 만들더랍니다.
"참 달라요, 다들."
그래요, 어쩜 저리들 다 다를까요...
우리 존재들 하나 하나 이 우주에서 얼마나 고유한지요.
이런 순간이 또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놀랍고 사랑스럽게 다시 보게 하지요.
세이샘이 그럽디다,
"평소, 경민이 그렇게 쏘다니며 노는 것만 보다가..."
바느질들을 또 그리 꼼꼼히 하더라지요.
인혁이는 배경을 맡았습니다.
흥부 집 박이며 창문에다 문 앞 신발도 대여섯 켤레 늘여 놓습니다.
시간 반을 꼬박 그리 앉았더라지요.
마칠 무렵 놀부 집 그리는데 밑부분이 미완성이길래 태석샘이 도와준다 나섰겠지요.
"성의 없게..."
구박 받았답디다.
지난 계자의 인형놀이는 복작복작 잔치 같더니
이번은 또 움직임이 아주 작은 가운데 일이 진행되더랍니다,
말은 무성하면서.

낮에 불놀이 잠깐 있었지요.
상설학교 아이들이 만든 작은 노천가마에서 말입니다.
"이런 맛에 물꼬 온다니까."
"이런 건 어디서도 못해."
뻐겨대며 신나했다지요.
그런데 어른들 없이 열댓 명이 또 그리 둘러서서 불놀이 했던가 봐요.
아주 혼이 났답니다.
어디서나 조심해야할 불이지만
예는 특히 산중이잖아요.

밤마실 나갔지요.
"모진 겨울 바람을 뚫고 어둠을 뚫고!"
바람이 꽤나 거칠어진 한 밤입니다.
대동놀이 하러 고래방으로 갈까 망설이다 떠났는데,
역시 잘 다녀온 듯합니다.
아이들을 또 다르게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컴퓨터 하지 말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
엄마 보고픈 승재입니다.
"난 안 듣고 싶다."
물을 것도 없습니다, 그 옆엔 꼭 영준이 있으니.
"다 우리 잘 되라고 하는 거야."
승재가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지요.
가로등도 없고 달빛도 없는,
별빛만을 안내로 삼은 산골의 밤길,
여자 아이들이 무섭답니다.
"뭐가 무서워! 오빠가 있잖아."
지준이 떡 버티며 그랬지요
그런데 영준인가 승재,
"나는 남자야."
그러자 지준이 이리 받아주었습니다.
"여자 애들만 들으라고 하는 거야."
달골에서 대해리를 내려다보며 물꼬의 꿈을 나누고
우리들의 바램을 위해 맘도 모았지요.
"갈라진 나라가 하나 되게 해주세요."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방을 주세요."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제 꿈을 위해 노력을 게으르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내' 평화가 번져 모두가 평화롭기를...

어느 아이이고 뜬금없이 우리들을 놀래키지요,
저것들 속에 뭐가 들었을까 싶게.
경민이도 가끔씩 깊이 있는 질문을 해요(안 어울리게?).
부엌에 와서 그러더라지요.
"선생님 직업이 뭐예요?"
"물꼬에서 일하잖아."
"그게 무슨 직업이예요. 에이, 돈도 안받잖아요."
"니네 엄마 직업은 뭐야?"
"엄마."
"돈 받어? 돈 줘?"
이번에는 아이들로부터는 빨래가 안 나오네요.
닷새치 옷을 다 갖고 왔지 싶답니다.
몇은 아예 그러데요, 엄마가 다 싸오라 그랬다고.
굳이 내놓으라 안할라구요,
젖어서 냄새가 나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사실 예서 일도 주니까요.

"(물꼬에선 요새를 읽으며)옥샘이 어떻게 모든 것을 다 아나 했더니
여기서 정보를 얻는군요."
샘들 하루재기를 함께 해본 김천의 정운오아빠, 이제 알았다 알았다 하십니다.
그러게요, 제가 무슨 재주로 구석구석을 다 안답니까.
"예지로부터 아무런 정보가 없이 왔는데..."
앞의 계자를 다녀간 예지의 아버지 정상열아빠는
다른 샘들 얘기 들으며 참 재밌노라시네요.
오늘은 방문자 장영선님이 저녁 버스로 나가셨습니다.
"영선샘이 가서 싫었어요."
정 많은 상원이가 그랬지요.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의 생태공동체 안에서 머잖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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