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계자 나흘째, 2006.8.3.나무날. 덥다

조회 수 1584 추천 수 0 2006.08.07 11:13:00
111계자 나흘째, 2006.8.3.나무날. 덥다


이른 아침 승현샘은 재신샘과 기표형과 성학이형을 앞세우고
물꼬 논에 갔지요, 삽자루 메고.
바깥 논두렁도 돋우고,
안쪽 물길이 논 안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단도리를 해둡니다.
올해도 작년처럼 우렁이농법으로 짓는 논이지요.
우렁이 녀석들이 올해는 물살을 느끼지 않도록
논두렁의 가장자리 안으로 물길을 내서 흐름을 따로 만들어두었더니
제 역할을 잘해 피를 뽑을 일이 없었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아침마다 피를 뽑으러 나가야 했을 테지요.
공동체식구들 손이 모자라니 품앗이와 새끼일꾼들이 논을 살펴주네요.
아이들이 그 논에서 기른 것으로 먹고 있고,
그 논에서 기른 것으로 먹게 될 것입니다.

논에 간 식구들만 빼고 모두 달골에 올랐지요.
햇살이 젤 먼저 닿는 땅이라는 서라벌처럼
이 골짝 햇살이 젤 먼저 드는 달골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여름 아침은 이른지라 이미 덥습니다.
개울에서 물로 목을 축이고
달골 원두막에서 토마토를 맛나게 먹었지요.
토마토를 절대 안 먹는다던 아이도 손을 내밀게 됩니다.
학교를 내려다보며 그것에 얽힌 세월과
10년 뒤 물꼬의 생태마을 그림,
그리고 20년 뒤의 아이들 나라의 꿈을 밝은 낮에 땅을 굽어보며 듣지요.
내려오는 길은 한껏 맘껏 달려 내려옵니다.
경준 재관 준호가
은숙샘이 몇 알 따서 쥐고 오는 복분자 맛과 색깔을 보고는
어디 있냐, 그 더위에 다시 오르겠다고 해 말리느라 혼났지요.
“저기 이슬 좀 봐.”
다랑이 논에 자란 벼에 아침 이슬이 눈부시게 예뿌다고
곁에 오는 수영이에게 가리키며 보라했습니다.
“이슬은 참 달아요.”
아, 참 맑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국악음반이 밥상을 열어주었고,
손풀기도 하였지요.
아, 이번 계자는
한 스케치북을 계속 쓰면서 자기 그림의 변화를 보여주는 걸 못했습니다.
아쉽네요.
마침 모두 모였을 때 선진샘과 다연샘이
아이들 옷을 한풀 찾아줍니다.
“하다 오빠요!”
현지는 류옥하다의 옷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서로 다른 이의 옷을 챙겨줍니다.
같이 사는 것만 같아, 한 번 더 아이들 얼굴을 둘러보지요.
정말 금새 한 식구만 같습니다.
이번 아이들은 유달리 자기 옷도 잘 찾아가네요.

열린교실을 아이들이 열었습니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열고 아이들이 진행했지요.
온갖 강좌가 다 불려나오고 통폐합되어 정리되더니
저들끼리 신청을 했습니다.
신청한 아이들이 없어 ‘노래방’은 폐강이 되기도 합니다.
샘들은 아이들에게 불려나가 돕기도 하고,
손이 비는 샘들은 더러 빨래를 널고 부엌일을 돕고,
혹은 혼자서 지난 시간의 열린교실을 갈무리하고도 있고
(다연샘은 황토로 물들인 것들을 덧입혔네요),
짬을 내 숨꼬방으로 달려가 몸을 쉬어주는 이도 있었지요.
고래방에 모인 저녁에 서로들 이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샘들이 주도했던 시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한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자랑했지요.
시간이 흐르며 단지 익어져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저마다 제 목소리를 잘 찾아가고 있어서 그지없이 흐뭇했습니다.

매듭의 세계가 놀라웠다는 영우의 말처럼
영우랑 동휘 현진 종훈이는 영샘을 불러다 앉혀놓고
고요하게 실을 엮었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짬짬이 매듭을 하였지요.
고정시켜놓고 해야 하는데,
돌아다닐 수가 없으니 아이들은 기발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자신의 허벅지에 종이테이프를 붙여놓고 하는 겁니다.

혜린 주경 정연 예원 현지는 바느질을 하네요.
바늘쌈지(꽂이)에 지갑에 작은 인형에...
예원이는 단추를 달아 장식도 하였습니다.
은숙샘이 불려나가 함께 하였지요.

샘으로부터 봉숭아 물들이는 걸 잘 익힌 서정이가
규리 지수 은영이랑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습니다.
샘들 없이해서 뿌듯하다는 그들이었지요.
‘다 좋다’에 들어간 수연 민정 수현 류옥하다는
소희샘이랑 감자 당근팩을 하였는데
두 교실이 활발하게 교류하여 들여주고 붙여주고 하였다지요.
숨꼬방에 주욱 누워 피부미용실을 만들고 있었더이다.

그림놀이엔 동진 나혜 인혁이가 들어갔네요.
동진과 나혜는 만화를 그리고,
인혁이는 놀잇감에서 만들었던 새총에 그림을 그려놓은 뒤
생일이 다가온 가족을 위해 카드도 만들었습니다.
방도 알아서 책방으로 잘 잡았네요.

영석 종민 기훈 경준 희주 준호 도현 주영 기표 동근이는
뚝딱뚝딱을 하러 비가림 차양 아래 모였습니다,
재신샘까지 불러놓고.
각 모둠이 글집을 담을 수 있는 상자를 만들었지요.
“이걸 꾸미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종민이는 샘들한테 넌지시 의견을 물어가며 정말이지 열심히 합니다.
이번 계자 뿐 아니라 다른 계자에도 잘 쓰일 물건이랍니다.
준호 이 녀석, 부모를 처음 떠나 그리운데
이렇게 놀 땐 멀쩡하다가 빈틈이 있으면 서글퍼지나 봅니다.
서운한 게 있을 때도 뭔가 뜻대로 안될 때도 그럴 겝니다.
하지만 어려운 마음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만큼 또 훌쩍 자랄 테지요.

편지에는 은하 혼자 들어갔네요.
폐강인 줄 알았더니 내가 했다며,
한데모임에 나와서 자랑하고 있었지요.
급조된 바둑교실에 들어간
도연과 상범과 경중이는 바둑알을 가지고 내내 놀았답니다.

해인 승호 지원 영석 동근 영우 혜수 찬 도현이는
튤립나무 아래 평상에 모였습니다.
영우가 나무를 선별하고 자르고, 형아 노릇을 잘도 하였다네요.
승현샘이 내내 아이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야구방망이를 만들고 싶었던 영석이, 못내 아쉬워도
새총으로 입이 함지박입니다.
모두 멋있게 새총을 들고 산골소년들이 되어 우리 앞에 섰지요.

주환 세훈 범순 재관 주빈 승호 준서는 운동교실을 만들었습니다.
배드민턴이며 탁구, 몇 가지 운동이 한 교실에 모아졌는데,
날도 더운데 뙤약볕 아래 처음부터 끝까지 축구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 싸워가면서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을 다 써서 놀데요.

속틀을 좀 바꾸었습니다.
시간표대로 가는 거야 맘 편하고 수월하지만,
아이들에게 더한 걸 주고 싶은 마음이야 아이들 만나는 누구나 그러할 것이고
어렵더라도 더 좋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서 물꼬는 아이들을 만나가면서 시간표를 자주 바꾸기도 하지요.
즉흥, 그것도 준비된 자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닐지요,
세월과 구력이 있는.
열린교실의 방향이 그러하였고,
오늘의 보글보글방이 저녁에서 점심으로 옮겨졌으며
우리가락이 오후로, 그리고 대동놀이가 그 뒤로 이어졌지요.

보글보글.
상범 은하 민정 주경이 감자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민정이는 큰 형님답게 정리까지 잘 하고
주경은 굳은 듯 보인 얼굴이더니 다만 더워서 그렇다며 정말 재밌다 하고
은하는 심부름도 잘했다는 샘의 전갈입니다.
“저요, 낼 샐러드 또 할 거야.”
“낼은 안하는데...”
“안해요?”
“그러면 다른 거 해야겠다.”
상범이가 그랬다네요.

숨꼬방까지 가서 들여다보진 못했는데,
정연 지원 해인 승호 종훈 수연 혜린 혜수 준서 범순 세훈이가 모였답니다.
얼음을 열심히 갈고 있는 팥빙수네지요.
새끼일꾼이 하나만 남아서 더 그랬을 텐데
성학이를 너무나 쫄쫄거리고 따라다니는 아이들입니다.
따뜻하고 순한 성학이형이라 또 잘 받아주었겠지요.
보기 좋습니다.
“처음에 먹고, 중간에 먹고, 마지막으로 또 먹고...
정말 더운 날인가 봐요.”
웬만큼 먹으면 물러설 줄 알았던 아이들이 끝까지 몇 그릇을 먹는 것에
놀란 승현샘입니다.

영우 영석 나혜 인혁 동근이는 감자를 쪄서 후라이팬에 굴리고 있고,
영운 수영 도현 찬 기륜 재관 경중 도연이는 감자 핏자를 만들었습니다.
감자칼국수, 아니 질어서 감자수제비로 바뀐 방은
서정 경준 현지 지수 은영 규리가 들어가 있었지요.

주환 동진 수현 예원 류옥하다 주빈 희주는 감자전을 부쳤습니다.
예전부터 샘의 요리솜씨를 알아봤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주환이,
주빈이의 수준급 칼솜씨는 결국 모두의 박수를 받아냈지요.
수현이와 하다가 숟가락으로 감자 벗겨 넘기면
동진이가 잘게 썰어 믹서기에 넣고
예원이는 그걸 돌렸답니다.
희주는 강판에 갈았다지요.
씨감자 노래를 부르며 진한 감동이 일었다는 선진샘입니다.

‘다정하게’를 연발하는 애교쟁이 현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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