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계자 사흗날, 2006. 8. 5.불날. 맑음

조회 수 1595 추천 수 0 2008.08.23 15:45:00

126 계자 사흗날, 2006. 8. 5.불날. 맑음



줄을 선다,
모으면 조용해진다,
전반적으로 순하다,
이번 계자의 특징이 되는 갑습니다.
아이들이 좀 복닥이기도 해야지,
말 잘 듣는 아이들이라 할 말도 적나 봅니다.
이리 쿵 저리 쿵하며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아무래도 덜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
물론 그런 만큼 샘들은 또 편하다는 얘기일 테지요.

첫째마당의 몸풀기, 둘째마당의 고요하게 바라보기,
그리고 해건지기의 오늘의 셋째마당은
모둠끼리 침묵하며 풀을 매는 것이었습니다.
여름 아침 마당가에서 톡톡톡 땅을 패며, 혹은 풀을 거머쥐고 뽑으며
땅과 마주한 아이의 눈에 그리고 가슴엔 어떤 것들이 채웠을지요...
그런데 그 서슬로 정복이랑 준기는
틈만 나면 열심히 호미질을 해댔습니다.
저녁답에도 둘이 풀을 매고 있던 걸요.
그들이 이곳에서 찾은 놀잇감인 게지요.

열린교실.
역시 줄부터 하나로 서는 이번 아이들입니다.
별일입니다.
처음 온 아이들이 많아서인가 싶습니다.
뭐 나쁘진 않았지요.
하지만 줄 없는 질서를 즐기는 이곳에선 좀 낯설었습니다.

‘한땀두땀’.
수현 승연 윤정 단아 세아 윤지 유나가 들어가
쿠션도 만들고 주머니도 만든다는데
진행하는 샘들도 처음 열어본 교실이라네요.
그러면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보는 거지요.
딱히 가르친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실입니다.
같이 배우고 같이 익히고 같이 나아가는 교실이지요.
완성을 못했다고 아쉬워라 하는데,
틈틈이 하거나 내일 이어서 이 교실을 채우면 될 일이겠습니다.

‘자연물로’.
부선 지은 미래 진우 민우 석주 규리 지운이 들어갔습니다.
“와, 멋있다!”
모두 모여 펼쳐보이기를 할 때
최고의 반응이었지요.
자연이 담긴 엽서들을 들고 나왔더라구요.
심드렁한 듯하더니
풀 하나가 나뭇잎 하나가 만들어낸 엽서 속 자연이 우리에게 던져준 감흥이
다시 엽서를 들고 있던 아이들을 향해 갔지요.
뿌듯해지는 얼굴들이었네요.

‘단추랑’.
서로 선물해줄만한 물건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이름표도 만들고, 서로에게 팔찌도 만들어주고
누군가를 위해 목걸이도 만들었습니다.
지윤 지인 미경이었지요.

성건 준기 동하 도현 상민 영범 수현 정복이가 들어간 ‘뚝딱뚝딱’은
평화에 기여하는 물건이 되도록 하라는 주문에
탱크가 슬그머니 굴삭기가 되고
총이 살짜기 변하더니 비행기가 되었더랍니다.
새끼일꾼들에게 맡긴 교실이었는데
아이들의 톱질을 불안해하는 그들과 달리
척척 잘해내고 있었지요.
작은 소란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이렇게 하는 거야."
도현이가 동하에게 나름엔 친절하게 알려준 것인데
동하 편에선 잔소리 같아 듣기 싫었지요.
그런데 다툼이 그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던 걸요.
"성건이만 완성한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아이들이 다 작품 하나씩 안고 나타났던 겁니다.
언제 그리 만들었답니까.

‘매듭’.
귀남 민서 윤지 아영 류옥하다는
숨꼬방에 모여 실을 엮었습니다.
더러 쉬고 눕는 우리들의 숨꼬방의 고요는
둘러 앉아 집중해서 뭔가를 하기에도 좋았지요.
“이거 하면 머리 좋아질 것 같애요.”
민서말대로
모다 아이큐 수치 좀 올라갔겠다 했지요.
예쁜 팔찌를 들고 나와
다음 열린교실에선 뭘 할까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결정을 도왔답니다.

‘다시쓰기’.
문성 창영 건표 원이는 공동창작을 했습니다.
시계를 만든다지요.
요걸트 병에 모레를 담아 연결한 후 상자에 담고
부서진 시계에서 겉표지 뜯어내 전지에 맞추어 오려낸 뒤
상자에 구멍을 뚫고 바늘을 끼웠습니다.
건전지만 넣으면 가는 게 맞나요?

‘다좋다’.
예찬 형찬 진서 재우 상민 세원 창현이가
버섯을 썰어 말렸습니다.
햇볕 아래선 표고를 통째 말리는 일이 여간 만만치가 않습니다.
고열의 건조기가 아니면 벌레가 쉬 생겨버리지요.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이렇게 썰어 말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겨울까지도 잘 먹을 수 있지요.
물꼬에 필요한 일 하나를 뚝딱 해치는 교실이었답니다.

보글보글 시간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김치가 주제입니다.
김치부침개.
유나 재우 현진 환일 환규가 반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빵을 구울 기세입니다.
“응, 그냥 쓱쓱 저으면 되는데...”
열린교실도 그렇지만 보글보글방 또한 어디 누가 뭘 가르치는 자리이던가요.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다행히 누군가 지나다 발견하고 가르쳐주기도 하고
저들끼리 실패한 뒤 원인을 찾아가기도 하며 배우게 되지요.
“아니, 이렇게 간단한 거였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김치수제비.
지인 윤지 귀남이가 열심히 토론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 진 거 같애요,
그래서 밀가루를 더 넣으면
아니예요, 전에 해봤는데 이것보다 더 딱딱해야 돼요,
그렇게 반죽이 끝나고
야채는 어떻게 썰어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반죽을 떼서 넣어야 하는지,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가는 배가 되느냐
아니면 좋은 토론의 장이 되는가도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입니다.
다행히 무열샘이 잘 조율하고 있었지요.

김치볶음밥.
지운 석주 민서 창현 아현 서진 건표 형찬.
어려운 요리야 아니지만
아이들과 같이 붙들고 하자면 일입니다.
그런데 그만 형찬이가 크게 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희중샘이 해결하고 있었지요.
“달래서 심부름 많이 시켰습니다.”
심부름 안 시켜준다는 울음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자라면
이제 심부름을 시킨다고 퉁둥거리는 놈들이 생긴단 말입니다.
웃긴 아이들입니다.

김치스파게티.
아는 것이 많으니 말도 많고
의견도 분분합니다.
그래도 김치가 다져지고 양파가 다져지고...
상민의 활약이 특히 컸다지요.
상민 동하 소영 지은 규리 영창 부선 태현 미경 류옥하다가 같이 했습니다.

승연, 단아, 조수현, 아영, 예찬 세아는 김치주먹밥을 다지고
‘김치로 아무거나’는 정복 원 준기 영범이가 들어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만들었습니다.
찌개만으로는 아무래도 싱거웠던 게지요.
진우 민우 도현이도 거기 있었던가요.
나머지 아이들은 김치버섯구이를 했습니다.
통통한 버섯을 돼지기름위에 지글지글 굽는데,
굽는 건 흉내만 냈으나
된장소스 맛으로 다 흠을 가렸다지요.

진서가 또 찾아왔습니다.
“또 먹을 게 없어?”
먹을 걸 가리는 아이들도 예 오면 이틀 넘기기 무섭게
맛나게 이곳 음식들을 먹습니다.
게다 자기가 만든 거면 그 맛으로 또 먹지요.
그런데 이 녀석의 벽은 아주 높습니다.
“뭘 먹고 싶은데?”
“핏자 먹고 싶어요.”
“그런 거 여기 없는데... 여긴 돈도 소용이 없어, 가게가 없으니까.”
“아니요, 있어요.”
저 확실한 대답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진서를 따라가 봤습니다.
아하!
그가 저를 데려간 곳은 교무실 앞 문구류곳간으로
거기 작은 탁상달력 무더기가 있었습니다.
용범이 용하네가 청주에서 하는 가게에서 온 것인데
잡지와 함께 미술시간에 쓰려고 챙겨둔 것이었지요.
거기 핏자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하하하, 주문하면 된다는 진서였답니다.

하루 종일 책방만 기웃거리는 듯 보이던 아이들도
오늘 즈음엔 아이들 속에 있습니다.
밤에 물꼬축구 격하게 하며 진하게 뒹굴고 나면
거의 너나없이 어우러져있지요.
진서도 나와 있고 세원이도 나와 있었습니다.
우울하게 시작하던 환일이의 이 곳 생활도
‘하루재기 때 남자 애들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구요.
“환일이와 세원이의 바뀐 모습에 많이 놀랐구요, 많이 밝아지고 세원이도 또래들과 잘 어울려...”
샘들하루재기에서 새끼일꾼 소연형님의 보고였지요.
중학생 (김)수현이와 윤지는
애도 아니고 새끼일꾼도 아닌 소속의 애매함으로 고민인 듯하더니
맏언니 노릇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흔들리다, 그러다 다 자리잡아가기 마련이지요.
그러므로 처음의 흔들림을 그리 걱정할 게 아닙니다.
다만 기다릴 일이지요.

샘들 서로가 서로에게 존경스럽답니다.
어쩌면 그런 계자 진행의 분위기가
계자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겝니다.
전체적으로 수월한 계자가 되고 있는 것도 그 까닭 하나이지 않을지요.
샘들의 성실과 헌신에 놀랍습니다.
무열샘과 희중샘을 보고 새끼일꾼들은
선생님은 아무나 못할 것 같다고들 입을 모읍니다.
어른들의 이런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교육이면 교육일 테지요.
아이들은 가르친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보고 배운 대로 하니까요.
가르친 대로 될 것 같으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겠는지요?
다 우리가 사는 대로 아이들이 따라 살고 있는 겁니다.
잘 살아야겠습니다.
여기 잠깐 지내는 동안일지라도
곧게 아이들 앞에 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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