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흙날 맑음, 102 계자 닫는 날

조회 수 1589 추천 수 0 2005.02.10 19:53:00

2월 5일 흙날 맑음, 102 계자 닫는 날

여유로운 계자였어요,
무지 추웠던 날이 무색하게.
이 정도 추위면 이틀쯤은 아침 모임을 못나왔을 저조차
너끈히 가볍게 맞았던 날들이었으니.
외창에다 오래되기도 한 낡은 건물에
숭숭한 바람구멍도 여전했으나 다사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그랬을 테지요.
좋은 어른들이 함께 해서 더 그랬을 겝니다.

간밤엔 불가에서 오래 아이들 하나 하나를 들먹였다지요.
이건 수다예요,
꼭 한 아이의 삶을 온통 관통하는 평가도 아닌,
그저 불가에서 군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며 하는 그런 가벼운 말요.
우리가 한 존재의 생을 어찌 감히 뭐라 할 수 있을 지요,
함부로 잣대를 휘두르지 않으려 어느 곳보다 애쓰는 이 곳이지요.
어디를 봐도 너무 예뿐 아이들,
그저 보이는 면을 요모조모 나눠봤더랍니다.
이런 거예요,
제게(자기에게) 마지막 계자였을 지윤이는
크기 때문에, 또 목소리 또한 높았기 때문에
샘들한테 먼저 이름 올랐지요,
틱틱거리고 요렇게 자기 하고픈 것만 하더라는 한 샘의 의견에,
“특유의 카리스마에
동생들 머리도 묶어주고 배려깊던데...”
누군가는 다르게 받아주는 거지요.
잠시 나들이 왔다는 걸 지윤이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자알 누리다 갔습니다.
주승이도 잘 놀았어요.
혼자 그림 그리는 시간도 많았지만
날이 가며 아이들 속에도 슬금슬금 들어갔지요.
같은 쌍둥이인데도
묻혀서 지내는 도윤이에 비해 순범이는 댑다 수다쟁이였더랍니다.
여기서 엄마가 한 밑반찬을 가져오라고 한 건 정말 좋은 생각이다,
다른 캠프를 가서 거의 밥을 못먹었다던 도윤,
순범이가 주책(?)을 부릴라치면 못하게 말리기도 하던 누나였지요.
순범이요,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지요,
웬 말이 그리 많을지요, 그렇다고 밉지(?)도 않은.
지혁이, 멋있었지요.
“철이 들었어.”
의리 있구요, 단단하구요.
설거지를 하는데 앞에서 느리니
왔다갔다하며 다른 일도 살피더라지요.
손이 튼 지혁이를
가기 전에야 바셀린을 발라주었습니다.
“부모님은 뭐 하시니?”
아버지가 출판일을 하신다데요,
야물던 지혁이 부모님이 궁금도 하였더이다.
멋진 아이였지요.
해리포터의 주인공 주현이는 우식이랑 친했어요.
“친해?”
“우식이는 잘 우겨요. 우긴다 그러면 때릴라 그래요.”
그래도 둘이서 죽이 맞았더랍니다.
우식이, 아마도 학교나 다른 공간에서 치인 경험이 많았을 그는
자기가 이곳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은 듯 보였지요.
나날이 어찌나 순해지고,
그만큼 드러나는 긍정성이 얼마나 많았던 지요.
세영이는 도시아이다웠어요.
말 그대로 참 도시에서 온 도시물을 먹은 도시에서 잘 살.
인영이는 동생 세훈이뿐 아니라 지원이며도 어찌나 잘 챙기던 지요.
아유, 말도 강적이예요,
끊임없이 떠들던 걸요.
영석이는 싫은 건 꼭 남겼어요.
그것이 선천적으로 가진 비위문제가 아니라면
가리는 건 마음일 테니 그 문제를 집에서도 잘 다뤄보면 좋겠습디다.
현석이는 혹 어릴 때 ‘지’를 손상당해 자폐로 가는 유형이 될 만치
아는 게 너무 많아서 탈이었지요.
그만큼 마음도 키우면 좋겠다 했습니다.
아, 그리고 감기가 아니라 비염 때문에 코가 문제라면
손을 써야겠다고들 했지요.
수민이, 귀여워 어쩔 줄들을 몰라했지요.
학교 가서 제발 베리지 않기를 바랬답니다.
정후는 홀로 잘 놀고
그만큼 또 섞어놓으면 또 그리 놀아요.
덩치가 비슷한 도현이랑 죙일 붙어다니기도 했지요.
“작은 누나가 좋아요, 큰 누나는 때려요.”
재령이의 동생 재현이가 그랬답니다.
승은이는 그 분위기 땜에 아주 큰 아이인 줄 알았는데
겨우 2년이던 걸요.
참했어요, 남을 살필 줄 아는 아이였구요.
이런 학교 처음이라고 꼭 다시 온다고 다짐하던 도훈이,
나무 나를 땐 꽤 게으름을 피우던 걸요.
대호랑 성욱이는 참말 웃겼어요.
덩굴 감긴 웃긴 나무를 들고 되게 신기하다며 상범샘이 들었는데
“신기하지?”
“안신기한데요.”
“신기하잖아?”
“안신기한데요.”
다시 물었을 때에야 신기해요 라며 씨익 웃던, 웃음이 참 예쁜 성욱이.
바로 그 나무에 대호는 대번에 “우와, 신기하다.”며 눈을 뎅그랗게 떴답디다.
계자에 와서 우리를 모두 순하게 만들던 승진이를 닮은 아이 성용,
맘대로 안될 때 울음이 비질비질 나오지만
떼를 쓰거나 해서 남을 힘들게는 않던 그지요.
“한 해 더 있다 보낼라구요.
실내화 없다고 울면서 저 찾아오면 어떻해요.”
생각 없는(?) 아빠는 올해 그냥 학교 보낸다는데,
엄마랑 저는(자기는) 생각이 다르다며
영인이가 너무 어려서 나중에 학교에 보낼 거라고
엄마처럼 말하던 언니 세인이.
저런 딸은 엄마가 든든하겠다 싶었지요.
호정이는 지난 여름 내내 따랐던 승현샘을
이번에도 찾아다녔지요.
환하게 더 웃었음 싶기도 했더랍니다.
도현이, 우선 몸이 되니까,
우식이랑 틱틱대기도 했는데,
뭐 별 일도 아니다 하데요.
스케일이 크다, 이럴 때도 쓰는 말이지요.
지원이, 대답이 예쁜 아이,
슬슬 장난을 쳐대는데,
맑은 아이예요.
웬수 덩어리라 언니를 때로 부르는,
언니 땜에 스트레스 좀 받는 다원이는 야물기도 하지요.
자기는 오빠를 좋아하는데 오빠는 자기를 싫어하고 때린다고,
여기 오면 아토피 낫는다고 자기 데려왔다는 정후동생 지후,
너무나 무난하고 똘망거리는데
섞이는데엔 더뎌 난롯가에 더 오래 앉아있던 기환,
중국에서 온 작은 움직임의 순한 희주,
작아서 보일 것 같지 않은데도 어데나 껴서 제 일 잘하던 아이 말입니다.
아, 그 땜에 영환이가 한바탕 웃긴 일이 있지요.“선생님, 저 중국 수원시에서 왔어요.”
“정말?”
“히히, 아니요, 그런데 애들이 정말 믿어요.”
영환이 정말 멋진 놈입니다.
수진이는 날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컸지요.
뇌호흡하고 스스로피자를 한다는,
이제야 목소리가 좀 올라가고 제 목소리를 끄집어내는데
가는 날이 와버렸어요.
동생에게 친절하던 현휘,
언니들 틈에 묻혀 다녀 외려 아쉬웠지요.
제 몫으로 더 신나게 전체에 섞였음 해서.
너무 좋아 예 살고 싶다던 지혜,
한 어른에 대해 가진 그의 상처도 머잖아 아물 거예요.
너무나 사랑하는 할머니 계시니.
현서, 독특한데도 그게 다른 걸 거스르지 않아 눈길이 많이 가던 아이,
말은 되게 안듣두만요, 해도 자기 세계에만 갇혀있거나 하지는 않던 걸요.
아빠는 한자샘이고 엄마는 국악당에서 일한다던 덕헌,
끝까지 구운 감자를 들고 싸움터를 지키던 그였지요.

지금쯤 집에 다들 닿았겠네요.
샘들도 갈무리를 끝내고 기차 혹은 버스에 올랐을 테구요.
모두 애쓰셨습니다.
물꼬는 아주 오래 모두를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에게도 물꼬에서 보낸 시간이 문득 문득 돌아봐지길.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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