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5일, 밥알모임

조회 수 1583 추천 수 0 2004.08.18 17:26:00

공부모임도 없고 한데모임도 없는,
그저 애들 얼굴이나 뵈이자고 밥알식구들이 왔습니다.
97 계자 아이들 나간 뒤끝
먼지 털고 나갔다 하나 여전히 손이 필요한 청소에
먼저 오신 분들이 정리를 해주시고
고구마밭에 김도 매셨지요.
밤새 아이들은 긴긴 영화 한 편을 보았고
어른들은 가마솥방에서 곡차를 즐겼더이다.
이튿날 남정네들은 고추밭에 나가
소도없이 쟁기질을 하더니
배추 모종 옮겨심고 무씨도 뿌렸지요.
부엌에선 여인네들이 참과 밥을 내고
사람 흔적 빈지 오래인 조릿대집에서
아이들 이불이며 옷이며 죄다 끌어냈더이다.
빨아오겠다 실어도 가셨지요.
아이들은 옥수수 따들고 내로 갔습니다.
물놀이는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한솥단지 옥수수를 거의 비우고
지치면 나와서 사과를 먹고
시들해지면 나와서 복숭아를 먹고...
같이 키득대다가
다리 아래로 슬며서 들어가 책을 읽다가는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그날, 비로소 왜 다 다리 아래들도 피서가는지 알았다지요.
우리 아이들의 동생들도 엮여갔는데
큰 놈들은 저들끼리 고기 잡고 물장구 치느라 정신없고
이 녀석들 높은 축대에 오르내리기 쉽지 않으니
연신 불러댑니다.
"선생님, 쉬하고 싶어요."
"응가 마려워요."
"선생님, 사과 주세요."
제 무릎은 한 번 일어나기가
혹은 한 번 언덕을 오르기가
범보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지섭이 응가 혼자 올려보냈더니
밭가까지는 가지도 않고
오가는 길목에 크기도 큰 놈을 누었더이다.
어데나 화장실인 이곳이니 뭐 대수로울 거야 있을라나요.
아이들 보니 좋데요,
보고 또 보다가 돌려보냈습니다.
공동체 식구들이 계자로 힘들어 쉬고 있었다고는 하나
갈 때 얼굴은 보고 갔음 하는 아쉬움 들었더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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