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달날. 흐리다 비 많은

조회 수 548 추천 수 0 2019.10.16 02:17:05


가을 장맛비가 시작되었다...


무밭을 돌보았다, 아이들 돌보듯.

풀은, 어찌 저리도 질긴가.

무보다 빠르고 배추보다 빠르고 때로 나무보다도 빠르다.

사람으로서는 백전백패다.

그들의 세상에서 그저 사람의 자리를 조금 엿볼 뿐이다.


소유와 자유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는 벗의 문자를 읽는다.

형님네로 들어가 억지 전세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소유할 게 왜 이리 많은가 하는 푸념.

침대 2개를 중고로 들이고, 냉장고에 세탁기에...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일하겠다고 처음 한국에 나왔을 때

차도 없고 집도 없던 그때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듯’하다는.

몇 자 답을 하였네.

‘뭔가 가진다는 건 또한 그만큼 챙길 게 많아지는 거지.

가진 것도 덜, 사람 관계도 덜,

내게 부디 그럴 수 있길.

사람이 사는 데 그리 많은 게 필요한 것 같지 않음!

그대 목록만 해도 침대가 우리에게 언제 그리 필수품이 되었나... 싶음 :)

그나저나 살림은 그리 장만하는 재미가 한편 있을.

물꼬도 혹 뭐 나누줄 게 있으려나 살펴봐야겠군 :)’


내가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었다.

곧 사람들이 몰렸고, 그러면 나는 떠났다.

그저 나물처럼 순하게 새 길을 다시 걸어갔다...

지난 8월이 저물던 어느 날 끼적거려놓은 문장이었더라.

물꼬가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던 시기며

물꼬에서 글쓰기를 하고 열린교실을 하고 계절학교를 시작하고

연극수업을 하고 새로운 학교를 열고

손말(수어)을 가르치고 화백제도를 재현(한데모임)하고 명상을 하고...

때때마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작업들을

그 어떤 곳보다 먼저 시작했던

지난 역사를 돞아보며 썼던 글이었을 것이다.


구내염으로 또 고생이다.

지나가는 여름이 그렇게 몸으로 남았나 보다.

한밤 장 청소를 한다. 대장 내시경을 준비 중이다.

바로 준비되는 몸이라. 단식으로 단련된 시절도 있었으니.

배가 불러 그렇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3리터의 관장용 물을 반 나눠

나머지는 내일 오전 이어가기로 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76 한 방송국에서 답사 다녀가다, 2월 20일 옥영경 2004-02-23 1563
6275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562
6274 2005.10.22.흙날.맑음 / 감 깎다 옥영경 2005-10-24 1561
6273 2월 3일 나무날 맑음, 102 계자 넷째 날 옥영경 2005-02-07 1561
6272 5월 18일, 5.18과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560
6271 6월 23일, 책방에 더해진 책 옥영경 2004-07-04 1559
6270 6월 15일 불날,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19 1559
6269 3월 12일 흙날 맑으나 바람 찬 날 옥영경 2005-03-13 1558
6268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58
6267 3월 29일 주 옥영경 2004-04-03 1558
6266 2012. 1.26.나무날. 나흘째 언 세상, 흐리고 옥영경 2012-01-31 1557
6265 2007. 5. 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557
6264 2015. 3.10.불날. 눈보라 날리는 우두령을 넘었다 옥영경 2015-04-09 1556
6263 2006.4.5.물날. 축축한 아침이더니 햇살 두터워지다 옥영경 2006-04-06 1555
6262 12월 19일 해날, 황토 찜질방 옥영경 2004-12-22 1555
6261 98 계자 사흘째, 8월 18일 물날 비 옥영경 2004-08-20 1555
6260 9월 21일 불날 흐린 속 드나드는 볕 옥영경 2004-09-21 1553
6259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옥영경 2006-05-17 1551
6258 노트북컴퓨터 바뀌다 옥영경 2004-05-08 1551
6257 4월 1일 쇠날 봄 봄! 옥영경 2005-04-07 15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