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조회 수 1555 추천 수 0 2006.05.17 13:11:00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이른 아침의 해건지기가 오늘은 셋째마당까지 있습니다.
요가와 명상을 하고 들길산길걷기에 나섰지요.
이 좋은 봄날 길섶을 채운
미나리냉이, 딸기꽃, 꽃마리, 광대나물, 광대수염들한테 인사했습니다.
달골에 올라
물꼬가 지닌 2014년의 생태공동체마을에 대한 꿈과
2024년의 아이들나라 '아이골'에 대한 소망도 나누었지요.
바램이 차고 넘치면 이루어지지 않더냐,
가슴 한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꿈 하나 꾸고
간절하게 살아가자 하였더이다.

우리가 지냈기 때문만 아니라
다음에 이 공간을 쓸 다른 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으로
먼지풀풀을 합니다.
우리가 썼던 공간들을 모둠끼리 나누어 청소를 하는 거지요.
열심히도 합디다, 보기 좋습디다.

11시, 모두 배움방에 모여 예서 지낸 시간들을 정리합니다.
자기 생각만 해서 미안하다며 더 재밌게 지낼 수 있는데 가서 아쉽다는 정우,
달골에 더덕을 캐러 가서 다섯 잎 토끼풀을 봐서
또 호떡 굽기와 모내기, 대동놀이가 즐겁더라는 문근이,
"처음 왔는데 더 반겨주고 이름까지 금새 외워주더라... 처음 만난 친구들 혹은 동생들도 있었지만 양보와 보살핌으로 친해지고 가족이 된 것같은 느낌까지 들었다"는 지원이,
주머니를 만든 시간이 좋았고
녹화된 방송을 보며 상설학교가 짐작이 갔다는 재혁이는
이렇게도 쓰고 있었지요.
"약간의 가난과 힘드는 게 있지만 항사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연호는 "나는 밖같에서 제미있게 놀고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도 오고 싶다..."고 썼고
"언젠가는 물꼬에 입학하고 말 것이"라는 현빈이,
산삼과 더덕을 구별해서 캘 수 있게 되었다는 성빈이도 환한 얼굴입니다.
수빈이 갈무리글도 들여다보았습니다.,
"...처음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은 승찬이 형이다. 나는 살짝 기분이 좋았다.
...'왜 보통 학교랑 약간 다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다른 점은: 쉬는 시간이 물꼬가 많다, 더 많은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자유인가?
...우리소리 우리가락:모두 다 노래를 불러 친해진다..."
영록이는 또 얼마나 예쁘게 썼던지요.
"그동안 있었던 일이 즐거웠어요. 친구 둘도 사귀고 수빈이라는 형도 만나고 장작놀이 할 때 거기다 감자여서 친구 얼굴에 다 묻히며 놀면서 먹어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보글보글
시간에 감자피자 만들 때 양파, 피망 썰 때 재미있었어요. 맛도 고소해서 좋고 그랬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할 거예요. 또 대동놀이 할 때 강강술래 할 때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세희는 긴 글을 남겼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우고, 욕심을 버리고 자연을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배웠다. 인간의 욕심을 조금이라도 떨쳐버린다면 자연은, 우리 주변의 작은 친구들은 얼마나 평화롭게 사는지... 자유학교에서 남을 배려하는 자유도 배웠다. 이런 때 타지 않은 시골 물꼬에서 자유롭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짧았던 시간이 이젠 더욱 더 짧게 느껴질 뿐이다.
...봄밤의 빛그림, 빛그림은 영화의 순우리말이다, 비 오는 봄밤에 우비와 담요를 서로 같이 덮고, 따뜻한 차마저 차갑게 느껴지는 온도로, 영화를 준비해주신 분들을 위해 끝까지 보며 새로운, 추억을 또 하나 또 만들었다..."
기태도 다 썼다고 가져오네요.
"...모내기할 때 특이한 경험을 했다. 개구리가 논에 알을 낳는지는 몰랐다. 많은 경험을 한 것이 왠지 뿌듯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공부만을 했다. 쉬는 시간은 조금이고, 혼나고, 맞고도 했다. 여기는 쉬는 시간도 길고 선생님들께서 혼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학교가 더 편한 것 같다."
"그런데 기태야, 잠깐 만나며 혼날 일이 뭐 있겠누?
여기서도 일상 속에서 내내 살아 내다보면 야단도 맞고 그런단다."
상위도 했던 생각이 많나 봅니다.
"... 물꼬 이름은 '자유학교'인데 지내보니 자유학교라고 말할 만도 하다. 학교를 자유라고 할 수도 있나? 학교는 무조건 공부를 하지만 자유학교는 학교보다 더 좋은 학습 같고 공부도 물론 실생활에 쓸 수 있지만 이곳에서 배우는 게 더 유익하고 생활에 더 필요한 것 같다.
...자유하교에서 난 진실게임에 나가도 될만한 친구들도 보았다. 잘 누군지는 모르지만 '류옥하다'는 남자인데 여자처럼 하고 다녀 서울 학교에선 놀림받고 왕따 당하고 그러지만 여기서는 안 그런다는 신기한 일을 목격했다."며
특히 모내기와 음식을 만들던 시간이 젤 기억에 남는다 했습니다.
효현이는
"물꼬 전교생이 우리 학생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주어서 너무 감동을 받았다.
.., 나는 학교에서부터 기대가 컸는데 기대에 지지 않고 재미있게 놀았다..."고 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춤을 추어서 대동놀이가 젤 기억에 남는다"는 현승이는
달골에서 캔 더덕이야기가 여러 번 하였지요.

"...봄밤의 빛그림이 너무 재미있었다. 영화 배경이 비 오는데 우리도 비가 와서 더욱 더 신났다.
...이제는 남녀구별 없이 놀게 된 것 같다.
...보글보글 시간에 들나물을 선택했는데 내가 나물을 싫어했는데 직접 캐고 만드니깐 싫어하던 나물도 맛있게 먹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희수 글 한 문장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지요.
"밥을 먹는 것에 대하여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는데 이런 식물을 먹는 것도 괜찮은 식생활 같다."
명윤이는 아래와 같이 쓰고 있었습니다.
"자유학교 사람들은 스스로 가난을 택한다. 이 선택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유학교 사람들은 배려심이 넓고 자신보단 남을 먼저 생각해주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한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땐 이렇게 소박하고 가난한 삶 속에서도 웃음과 기쁨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자유학교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는 스스로 살려 섬기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할 것이다."
그런데 민이는 뭘 그려얄 지 생각이 나지 않아 그만 눈물이 나오고 말았지요.
"민아, 괜찮아. 니 마음에 여기서 보낸 시간을 그려놔두 돼."

상설학교 아이들은 계자를 하며 어떤 마음들이었을까요?
나무물총을 만들고 논 기쁨이 컸던 정민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숯 검댕 묻히기)할 때도
왠지 더 친해지는 느낌이었다"는 승찬이,
영화가 아주 감동적이었다는 동희,
"6학년 형들이랑 친해져서 좋았는데 오늘 헤어져서 싫다"는 령이,
장작놀이가 젤 좋더라는 신기,
부침개를 부치기 위해 들어갈 야채를 썰던데 젤 기억에 남는다는 종훈이,
"장작놀이 금방 끝나서, 2박 3일이 너무 빨라서 아쉬웠던" 창욱이였습니다.
나현이는 이리 쓰고 있었지요.
"...여자애들이 착해서 좋았다.
...모내기를 하는데 큰 애들부터 시작해서 나가버렸다. 난 처음에는 애들이 재밌어서 더 막 튀기고 오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서울에서 온 주애, 지원이, 세희, 명윤이, 효현이를 만나서 좋았다. 그리고 세 공주 문근공부, 현승공주, 수빈공주를 만나서 좋았고 영록이 민이도 만나서 반가웠다. 짧았는데 좋았다."
아, 정민이 동생 효민이는
자신이 꿰맨 주머니를 가지게 돼 행복하다 했네요.
류옥하다는 먼지풀풀 때 빗자루질이 너무 재밌었고,
영화를 보는데 마지막이 너무 슬펐다 합니다.

복도 끝에서 한 줄로 주욱 서서 마친보람(졸업장) 도장을 찍으며
불편한 곳에서 잘 지내주어 고마웠다고,
너 때문에 즐거웠다고,
가을에 같이 추수해서 떡 해먹자고도 말해주었지요.
하나 하나 안으며 아쉬움으로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대해리에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영동역으로 가는 아이들은
김밥을 한 아름 들고 있었지요.

참 좋은 아이들이, 물꼬의 귀한 품앗이 승현샘 태석샘 선진샘이,
그리고 소중한 공동체식구들과 마을식구들이 만들었던
아름다운 시간이었더이다.
어른들이 서로 서로 만든 안정감이
또 아이들이 사이좋게 보낸 결 고운 관계들이
상생의 시간으로 우리를 끌어주었겠습니다.
계자의 신명으로
까부룩 가라앉던 마음이 벌떡 섰다마다요.
한참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게 모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을 보내놓고 공동체식구과 마을식구 몇은
모가 모자라 남겨놓았던 논배미에 마저 모를 얻어다 심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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