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물날. 맑음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2007.05.14 02:04:00

2007. 5. 2.물날. 맑음


‘우리말 우리글’ 시간에 꽃차를 만드는 요즘입니다.
“쇠뜨기꽃차 만들어요.”
“벌써 꽃이 벙글었을 걸...”
“아니예요, 되게 많아요.”
쇠뜨기꽃차는 꽃봉오리가 터지기 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꽃을 뜯어다 그늘에서 말리되 반드시 한 차례 털어주어야 하지요.
“왜냐하면 말리는 과정에서도 꽃이 피어나버리기도 하거든.”
책도 뒤적여봅니다.
‘이뇨 혈압강하 심장 수축력증가 지혈 등에 효과,
최근 각종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 씌어 있었지요.
“암에 좋다고?
이거 만들어서 <안녕 할아버지>에 나오는 할아버지한테 주고 싶다...”
요새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 할아버지 암에 걸리셨지요.
점심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바구니를 들고 나가 꽃을 따왔습니다.
“어머, 봐, 꽃이 다 펴서 말라버렸잖아.”
"진짜네."
그제야 저들 눈에도 꽃머리가 펴서 말라버린 게 보인 게지요.
오늘은 그 실패담이 글이 됩니다.

‘국화’의 미죽샘이 이 달에만 요일을 바꾸자셨지요.
“이 참에 좀 쉬셔요.”
“에이, 무슨... 애들 공부를 그리하면 안 되지.”
어찌 저리 마음을 쓰실 수 있을까요,
그래서 아이들도 더 열심히 그리나 봅니다.

‘국화’를 막 마쳤을 무렵이었습니다.
장순이가 크게 짖었지요.
고양이가 지나거나 할 때랑은 다른 울음입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웬 가족이었습니다.
커다란 여자애가 인사를 꾸벅하데요.
그 옆에 그의 어머니가 입을 벙긋거리시는데,
‘재원이요’ 그럽니다.
아, 아, 당장 달려나갔지요.
참 희한도 하지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물꼬를 스쳐 가는데,
이렇게 몇 해만에 나타나 들먹여주는 아이 이름에도
금새 알아차려질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금방금방 커버리는 아이들은 못 알아봐도
크게 변하지 않는 어른과 함께 등장하는 거라면 더욱 그러할 밖에요.
7살 재원이입니다.
아니지요, 아니지요, 이제 열 여섯 재원이입니다.
김포에서 동교동(물꼬 서울학교)까지 그림놀이를 왔던 아이.
계절학교도 왔었지요.
물꼬가 있어서 고맙고 고맙다 했습니다.
그 기억이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를 말했습니다.
학교를 그만 다니기로 결정하였다지요.
“잘했다. 너무 많이 다녔어.”
이왕 일이 그리되었다면 외려 격려해주어야겠다 싶습디다.
“당장 뭘 하라 하지 말고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려주셔요.”
부모님께 그리 주문 드렸지요.
“올 여름엔 곁에 와서 비서노릇 좀 하거라.”
분주한 물꼬의 계절학교에 좀 쓰겠노라 부모님의 허락을 얻었네요.

수영 다녀오는 날이지요.
돌아오는 길에 꼭 해지는 호숫가에 들립니다.
숲에서 보내는 시간 같지요.
늘 강이 그리운 산골, 우리들은 여기서 흠뻑 물에 취합니다.
수영이 불러온 허기도 채우고 말입니다.
마치 하룻일을 마치고 ‘저문 강에서 삽을 씻’는(시: 정희성) 이처럼
혹여 있었을 지도 모를 그늘을 그 호수에 씻는 듯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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