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이 해왕성의 냉기를 이 골짝에 뿌렸다?

네, 그렇습니다.

점심에도 날렸던 가는 눈발, 이 밤에 다시 폴폴거리네요.

 

낮엔 해까지 뵈지 않으니 춥기 더 독했지요.

가마솥방 난로 곁에서도 발이 너무 시려워

부엌에서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갔더랍니다.

이런 것만으로도 추위가 한결 나은.

 

고추장집에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좋습니다,

된장집서 씻고.

가끔은 난로 위 주전자 물이 아까워 부엌에서 씻고 올라오기도 합니다.

날 춥다고 아침밥은 더디 먹습니다.

나이 먹은 사람이 없이 어린 사람들만 있으니 홀가분합니다.

일찍 일어나되 이불 안에서 책을 읽거나 뒹굴거리지요.

그러다 살포시 잠이 다시 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방을 건너오기도 하고,

방과 방 사이로 큰 목소리로 얘기들을 주고받기도 하고....

12시 아침점심, 7시 저녁,

끼니로 두 끼는 역시 아쉬워 참으로 가벼운 주전부리.

하루 세 끼 다 밥으로 챙겨먹어야 하는 성빈이도

어느새 이곳의 오랜 식구처럼 적응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은 이 추위에도 싱싱합니다.

개밥 닭밥을 주러 가고,

장순이를 데리고 산책도 다녀오고.

하다는 성빈이랑 자전거도 타고 싶은데,

여러 대가 있어도 초등 1학년이 탈 건 없어 아쉬워하네요.

한편 류옥하다는 성빈에게 며칠째 젓가락행진곡을 가르쳤습니다.

제법 곡이 돼요.

오늘은 제가 바이엘을 놓고 가르칩니다.

피아노는 처음이라지만 리코더를 불어봐서 악보를 볼 줄은 알지요.

재밌어라 합니다.

보글보글방도 있었지요; 경단.

“옥샘, 혜준이 생일에 만들어준 거, 그거 뭐지요, 그거 되게 맛있었어요.”

먹고 싶어요, 또 만들 수 있나요, 쯤 되는 말이었겠지요.

마침 찹쌀가루가 있어 같이 빚고 끓이고 찬물에 담그고 고물을 묻히고...

“너무 맛있다아!”

“옥샘, 진짜 맛있어요!”

둘로 나누더니 두 녀석이 각자 접시를 안고 아껴들 먹고 있었답니다.

 

사람이 참 무심합니다.

많이 따르는 선배 있는데,

그리 좋아하면서도 정작 그가 이곳 산골 식구들을 만나고 올려준 사진들을

이제 와서야 보았더랍니다.

지난해 3월 명동성당 사순특강을 갔던 때였지요.

상대가 말을 해주지 않은,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리 묻혀가고 있으려나요

 

19일 서울 가는 걸음에 같이 가기로 한 성빈이,

다시 30일에 가기로 하더니

하루라도 더 있고 싶다하여 다시 31일이 되더니만

(그게 또, 30일에 있는 EBS 한국기행 영동편을 여기서 같이 보고 간다지요,

하다 형이 나오는.)

결국 2월 3일에 떠나기로 하였답니다.

4일과 5일 발해 1300호 추모제도 있고,

4일 또 다른 일정, 홍대 앞에서 품앗이샘들 모임도 있어.

하여 그나마라도 그 아이의 개학을 위해

그 하루 앞서 덕소를 가기로 한 거지요.

“꼭 자고 가세요.”

그리고 우리를 맞을 계획을 발표합니다.

“손님방에 가서 밤에...”

집 아래 위층을 다 훑어야 한답니다.

덕소 사거리 가서 옥샘 옷도 사주고, 하다 형 맛있는 것도 사준다고도 해요.

“왜 옷을 사줘?”

“옥샘은 옷이 없으니까.”

아, 그랬군요.

저녁에는 또 가마솥방의 일정표를 보며,

“꼭 자고 가세요. 6일까지 자고 7일 아침 일찍 가세요.”

7일 인천에서 특강 있는 줄 알고.

사람들과 통화하는 중에도 3일 덕소 갔다가 서울 간다 말하고 있으면

“하룻밤 자고!”라고 정정하는 성빈이.

정말 자고 갔음 하는데, 자긴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선정샘네랑 저녁 먹고,

마침 덕소 간 걸음에 혜준네랑 저녁밥 뒤 차를 마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곤 상계동으로 건너가야 또 다음 날 일정들이 순조로울 테지요.

 

참, 드디어 냉장고를 통합했습니다.

가장 큰 영업용 두 대를 그저 당연히 쓰는 것이려니 하고 써왔지요, 이 겨울에도.

더구나 계자가 아닐 때도.

계자여도 그렇지, 한 대라면 어찌어찌 또 그런 줄 알고 썼을 겝니다.

깨어있기!

여름 계자까지 한 대는 쓸 일 없도록 할 것.

빈들모임 정도는 한 대 만으로 꾸려갈 것.

규모 있게 잘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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