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문을 열며 후욱 뒤로 밀리는 몸이다.

이틀째 거친 바람, 추위.

꽃샘추위 절정이라는 아침이다.

아침 7시면 소사아저씨는 사택 된장집 문을 밀고 나왔다.

날마다 아침이면 당신은 그랬다.


오전 학교 일정을 끝내고

오후에는 수도산 남쪽 거창 가북 고비마을 토굴에 들었다가

보해산 너머 지리산 천왕봉을 봤다. 복이다.

그리고 한밤 눈보라치는 우두령을 넘어왔다.

사나운 사람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사흘 밤이 지난다.

수행하시는 분 먹을거리를 좀 넣어드리고 돌아왔다.

누군가의 수행을 돕는 것도 좋은 세상에 기여하는 일일 터.

정진하시옵기.

그런데, 어른들한테 갈라치면 되돌아오는 게 더 많다.

죽는 날까지 그렇게 어른들 그늘에 살고,

한편 자신도 그렇게 어른 노릇을 어느 날부터는 하는 걸 게다.

고로쇠수액과 마른멸치를 한가득 실어왔다.


50대를 시작하는 선배가

한대수가 50대 중반에 만든 메탈곡 호치민(Ho Chi Minh)을 아침부터 보내왔다.

http://pann.nate.com/video/179488695


호치민에 대해서 말하자면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학자의 집안이고 불란서 점령 당시에 왜 서양세력이 자기 나라를

이렇게 장기간 동안 점령하느냐 거기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또 워낙 문학가 집안이니까 여러 책을 보면서 연구를 하게 되죠

호치민 호치민 호치민

그래서 적을, 적을 이기려면 적을 알아라라는 요런 명언이 있으니까

불어를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 그래요)

그런데 불란서를 가야 되겠는데 유람선의 요리사 조수로 취직하게 됩니다

불란서에서 불란서 공산주의자들과 접촉이 이루어지고 또 거기에서 맑시즘을 배웠고

드디어 어떠한 계기에서 모스크바를 방문합니다 (아 그래요)

모스크바에서 공산주의 대학교에 입학해서 과연, 제국주의, 자본주의 요런 데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다가 러시아의 힘을 얻고 중국에 또 이사를 갑니다

여러 가지 민중의 고통, 민중의 핍박, 또 프롤레타리아 거기에 대해서 배우고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옵니다

호치민 호치민

미국이 이젠 등장하는데 그 부패된 고딘디엠 정부를 지원하면서 (반)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아주 지속된

전쟁의 끝없는 폭격 약 3,200일의 끝없는 폭격을 밤낮으로 당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이겨낸 유일한 사람입니다 (아 그래요)

호치민 호치민 호치민

you are a nguyen ai quoc(구엔아이콱), you are a phan chu trinn(판추치린)

you are a nguyen sinn cung(구엔싱쿵), you are a nguyen tat tranh(구엔타트랑)

you're not a chung ryang lee(청량리), you're not a chang kai shek(장개석)

you're not a jung tae choon(정태춘), you're not a zhou en lai(주은래)

you are a van tien dung(반티엔둥), you are a hoang quang binn(황광빈)

you're not a sun yat sun(손문), you're not a park jung hee(박정희)

you're not a shin bal dae(신발대), you're not a pal dae gi(빨대기)

you are a nguyen ai quoc(구엔아이콱), you are a phan chu trinn(판추치린)


공연기획자 박준흠은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한대수가 존경스럽다 했다.

호치민 개인에 대한 경외감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신선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이 놀랍도록 신선해

또 한 번 그는 타고난 창작자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한국의 대다수 노인네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선명한' 느낌이 든다는.

어쩌면 그 나이가 동시대가 되는 우리들에게

노래 호치민은, 혹은 한대수는

네 나이가, 네 시대가 어째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76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566
6275 2009. 7. 4 흙날. 는개비 마른비 개고 / 진고개~노인봉~소금강 옥영경 2009-07-10 1565
6274 97 계자 마지막날, 8월 14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08-15 1565
6273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64
6272 2005.10.22.흙날.맑음 / 감 깎다 옥영경 2005-10-24 1563
6271 2월 3일 나무날 맑음, 102 계자 넷째 날 옥영경 2005-02-07 1563
6270 2007. 5. 2.물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562
6269 5월 18일, 5.18과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562
6268 6월 23일, 책방에 더해진 책 옥영경 2004-07-04 1561
6267 6월 15일 불날,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19 1561
6266 2006.4.5.물날. 축축한 아침이더니 햇살 두터워지다 옥영경 2006-04-06 1560
6265 3월 12일 흙날 맑으나 바람 찬 날 옥영경 2005-03-13 1559
6264 2012. 1.26.나무날. 나흘째 언 세상, 흐리고 옥영경 2012-01-31 1558
6263 98 계자 사흘째, 8월 18일 물날 비 옥영경 2004-08-20 1558
» 2015. 3.10.불날. 눈보라 날리는 우두령을 넘었다 옥영경 2015-04-09 1556
6261 12월 19일 해날, 황토 찜질방 옥영경 2004-12-22 1557
6260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옥영경 2006-05-17 1556
6259 9월 21일 불날 흐린 속 드나드는 볕 옥영경 2004-09-21 1556
6258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555
6257 2022. 4.17.해날. 맑음 / 교실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 옥영경 2022-05-07 15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