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3.쇠날. 맑음

조회 수 294 추천 수 0 2023.03.26 12:48:45


학교의 고래방 앞에서 개울 쪽으로 키 높은 전나무가 있었다.

은행나무와 은행나무 사이 조금은 답답하겠네 싶던.

어느 날 눈이 멎어 올려다보니

잎을 떨군 은행 사이에서 그도 가지가 휑했는데,

그제야 죽었구나 했다. 상록수니까.

베어내야지 하고도 여러 계절이 갔다.

베야겠네, 보는 이들도 입에 올렸다.

답답하기로야 사는 이만할까.

저러다 누구라도 다치고 말겠다.

개울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바람의 힘이 어디로 흐를지 누가 알랴.

달골에서 일하다 학교에 내려섰더니,

이 맘 때는 그 쪽으로 갈 일이 잦지 않은데,

김장독 정리할 일을 가늠하러 갔다가 거기 그만 눈이 베였더라.

며칠 내로 해야지 한다.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첫걸음 예(()’가 있다 알리다.

경칩(36일 달날) 아침 10,

시작할 수 있는 곳에 서 있어 고맙다.

한결같이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들의 학교로서의 물꼬를 이어간다.

차를 달여 내고, 낮밥으로 잔치국수도 마련키로.

어디서고 새날을 새 힘으로 열어젖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날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날이든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면 그러할 테니까요.

영차!”

 

 

남의 일 함부로 말할 것 아니다.

우리 사실 다른 직업군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의사세계가 그렇다.

지방의료원이 3,4억을 줘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단다.

그러면 언론은 의사가 모자라 그렇다거나

지방은 안 가는 의사들의 도덕성을 비난하며

의대 정원을 늘이기 위한 여론을 조성한다. 공공의대 같은.

의사가 훨씬 적었던 20년 전에는 지방의료원에 문제가 없었는 걸.

의사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의사가 배불러 지방에 안 간다면,

지방의료원 옆에 민간병원도 의사를 못 구해야 맞는 것.

게다 그런 거액을 주면 민간병원은 적자.

지방의료원이야 세금으로 운영하니 적자더라도 큰돈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고,

의사가 오지 않더라도 그렇게 계속 관심을 끌면 우선적으로 공중보건의를 배정받을 수 있다.

의사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그들이 지방의료원의 구조를 알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막이야 나 역시 그들의 직업세계를 잘 몰라 길게 할 말은 못 되지만

같이 근무하는 한 의사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36시간 72시간 당직근무가 예사이고,

아이들이 있다면 교육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미혼이면 여성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예컨대 원장의 인성이라도 심각한 수준이라면

(그들 세계에서야 정보가 있지 않겠는가)

안 가지, 안 가고 말고.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 소아과가 진료를 중단한 사태들의 보도도 그렇다.

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을 갈아 마셔 성장한다고들 한다.

수련이라는 이름 아래 저임금 장시간 노동 전공의들을 쓰지 않으면

대학병원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입원실, 신생아실 같은 곳은 유지할수록 적자.

보험수가가 너무 낮으니 당연한.

언론은 이 역시 대학병원의 소아과 전공의가 부족해서 그렇다는데, 아니다!

동네 소아과 전문의는 환자가 없어 폐업을 한다.

소아과 전문의는 남아돌기 때문이다. 인구절벽도 한몫하겠지. 지방은 더 심각할 테고 .

어쨌든 의사부족이 아니란 말이다.

대학병원 소아과 전공의는 4년 후 전문의가 되면 대학병원을 나가서 동네 의사가 되는데,

사정이 이러하니 소아과를 지원하지 않는 거다.

의대증원을 한다 해도 소아과는 안 간다. 소아과 전문의가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일반의를 하겠지.

만약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전공의가 전문의가 되면 병원에 고용해주겠다 나서면

소아과 지원은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그리하면 안 그래도 소아과 입원환자를 받으면 적자인데

인건비가 너무 늘어서 못하는 거다.

결국 소아과는 전공의 때 싼값에 쓰고 내보내는 용도로만 의사가 필요할 뿐이다.

공공의대 1곳에 드는 세금으로 대학병원에 소아과 적자를 보존해주는 건 어떤지?

그리하면 필수의료문제도 당장 해결될 텐데.

정치인들이며 그들의 이익에 일조하는 언론들이며 지역 공공의대 설립으로 이야기를 몰아가지만,

그래서 의사 수를 늘여서 문제를 해결할 듯이 말하지만

세금은 세금대로 엄청 쓰고,

전문의가 나오기까지 10년간 필수의료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

 

자식이 대학병원의 전공의가 되고 보니 관심이 크다.

잘 모르는 세계였다.

의사들 욕하는 한 사람이었다.

거참... 남의 일 참 함부로 말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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