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 해건지기.

가마솥방에서 하게 돼 대배를 못하는 구조라 작은 절로 백배.

몸을 풀고 호흡명상하고 작은 절까지.

날마다 죽고 날마다 살아나는 우리라.

새로 태어나 새 생을 살겠다. 이번 생은 좀 낫겠지.

백배하고 나니 몸에 김이 올라왔다.’(휘령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해건지기.

오늘도 해건지기에 진심인 모습들은 인상 깊었다.’(안현진샘)

아이들이 태극요가 여덟 동작까지 하고,

호흡명상하고,

지율과 7학년들을 따라 마당을 걸었더라.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종이 울렸다.

아침 때건지기가 이어진다.

 

손풀기.

명상이자 데생 시간.

연필로만 그린다.

오늘은 슬리퍼 두 짝이 가운데 놓인 상에 올려졌다.

직관적으로, 전체로 그리는 아이들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그래, 그래, 그 감각을 보고 싶었노라.

바닥을 검게 칠하고 지우개로 그리는 방식을 택한 예린을 따라 윤진이도 그리 그렸다.

윤수는 면보다 선으로 질감을 표현한다. 주위에 그린 다른 그림들도 그러했다.

원규는 지우느라 못다 그렸는데, 신중해서도 그랬겠지.

동우는 주제를 굵게 그려놓고 배경이 즐겁다. 즐거운 동우.

현준,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굵직굵직 당당한.

태양, 그림의 변화로 그를 본다. 타인을 툭툭 치고 자기도 잘 울고 그러더니

여유가 생겼다.

서한이는 사물을 둔 상까지 옮겼는데, ‘본다’.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힘이 큰.

민준, 도화지에 여러 켤레의 슬리퍼가 있다. 그의 눈망울처럼. 가격도 매기고. 재밌는 민준이.

지율의 그림은 담백하다. 그의 손끝 같은 깔끔함.

호수는 자신의 표정 같은 슬리퍼였다. 맑은.

서윤, 그림이 좋다. 선이 자연스럽다. 디자인감각이 좋은 그는 그림 관련 일을 하겠다지.

도윤, 간결하다, 시끄럽지 않은 그의 말처럼.

은우의 슬리퍼는 담담했고 정갈했다.

혁준, 제 눈으로 제 식으로 정리한 슬리퍼.

도현, 그가 그림을 그리며 엉덩이를 붙인다! 그림은 좋은 명상이기도.

선준은 선의 굵기를 잘 잘 써서 표현한다. 풍부한 그림이었다.

수범(의 그림)은 섬세하다.

, 그런데 중심을 잘 잡은 그림이었지만 대상이 매우 작아서

혹 무엇이 그를 누르는 건 아닌가 살펴본다.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림이 그를 다 설명하는 것도 꼭 아니지만.

잘하고픈 마음이 많은 그니까, 그만큼 잘하기도 하니까.

윤진, “옥샘은 왜 갈수록 어려운 걸 가지고 오세요?”

단 사흘의 손풀기인데도 날로 다르니까. 일취월장이라.

게다 우리는 어떤 어려운 걸 가져다놔도 걱정이 없음.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릴 거니까.

그래서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던 아이들조차 물꼬에서는 그림이 쉽다고 했던.

첫날 윤진이의 질문은 이번 계자 제목이 왜 사부작사부작 성큼성큼이냐였다.

질문이 많은 아이.

아이들의 질문이 좋다. 질문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 집중하는 모습 너무 예쁘다.

특히 동우, 잠깐씩 흐트러지더라도 고쳐 앉고 집중하는 모습.’(채성형님)

 

들불.

현철샘이 마당에 불을 크게 피웠다.

교육청에서 울타리 경사지 나무를 베고 컨테이너 곁에 마구 쌓아둔 나무는

땔감으로 쓰기에도 손이 너무 많이 가고 불땀도 썩 없어

태우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던 참.

그걸 죄 끄집어내 마당 한가운데 쌓았다.

바람이 조금만 더 거칠어도 편치 않았을 텐데

불을 피워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바람이었다.

그야말로 만족스런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버너를 쓰는 곳에는

작은 바람이라도 활동에 걸림이 없게 가림막을 세워주셨다.

달고나와 가래떡꼬치가 만들어지고,

장작불 곁으로 놓인 화로 위에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그 곁에서는 은행이 구워졌다.

예비 새끼일꾼 태양이는 떡에 꼬치 끼우는 일을 맡아 끝까지 다했다.

휘령샘이 만든 달고나 첫판에 모두 환호성.

두 번째 것부터 지율이가 옆에 앉아 반죽을 누르고 굳히고 나눠주고.

그 역시 끝날 때까지.

중간에 고구마도 떡꼬치도 먹고 오라 해도 극구 사양하며 자리를 지켰다.

지율이가 없었다면 최고수 이미지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휘령샘,

고맙다고 크고 예쁜 달고나를 선물했다지.

달고나 2호기 채성형님, 17년 인생 첫 달고나가 엄청 만족스러웠다고.

아이들의 훈수에 시달리면서 실시간 쌍방향 의사소통으로 달고나를 만들었다.’(채성형님)

달고나 집이 문을 닫으려는데 들어선 이들이 있었네, 도윤 윤진 현준.

접었던 판을 다시 폈더란다.

하늘을 다 안은 마당에서 아이들이 불가에 앉아 겨울과 인사한다.

예린이, 건호샘한테 도라에몽 목소리 내주세요.” 했네.

연규샘이 초등학생인 내게 뽀뽀해주면 도라에몽 목소리 내준다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건호샘)

예전 계자들이 그렇게 자주 소환된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거기에는 과거가 담겨있다.

외면하고 싶은 과거도 악수하기로.

 

먹을 게 바닥을 보일쯤

구원투수처럼 정환샘이 어묵꼬치를 한 솥단지 들고 나왔다.

벌써 부른 배로 커다란 꼬치를 두 개씩 더 얹자

낮밥을 못 먹겠다고들.

그래서 저녁을 더 일찍 먹기로 하였더라.

, 현철샘,

화로위에다 양미리를 얹으셨다.

한 이가, 먹어본 이가 더 잘하고 더 잘 먹는 법.

먹어본 적 있는 예린, 뼈까지 먹는 거라며 엄청 맛있다고 선전.

모든 계자 가운데 양미리를 먹은 건 173계자 뿐,

그리하여 또 특별한 계자가 되었나니.

 

진돗개 습이들을 데리고 한 산책.

아직 불가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을 적.

아이들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렇다.

아이들이 개를 산책시키고 싶어 했다.

선준이가 내 곁을 걷고 도윤 서한 민준 도현 예린이며들이 따랐다.

제습이를 먼저, 다음 가습이를.

학교 가장자리를 걸었다. 건물 뒤란들이며.

어묵국물을 들고 배달 온 현준.

정말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국물이었다. 배달할 만했더라.

다시 개들을 묶어놓으러 갔는데,

서한이와 도현이가 제습이 가습이 묶인 곳에 따라 올라왔다.

아쿠, 서한이가 옷을 물려 넘어졌다.

놀랬을 텐데, 조금 울다 말았다. 씩씩하게 불가로 걸어가 현철샘의 위로를 받았다.

다른 아이들도 달래주고.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개도 만만한 이를 안다. 저들보다 작으면 얕잡아보는.

그래도 주인이 있어 물지는 않지만 위협을 한다.

제습이를 아주 혼을 내주었다.

 

들불이 끝나고 채성형님과 지율이 한판 뜨기로 해서 배드민턴 라켓 두 개를 꺼냈는데,

우르르 몰려 대동판이 벌어졌다.

하는 이들이 행복했고, 구경하면서도 행복했다.

이제 들어가자, 그때 빗방울 몇 얼굴로 떨어졌다.

절묘한 시점에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민준 서한이가 불 앞에서 마지막까지 꺼져가는 불을 보고 들어왔다.

 

대동놀이.

아이들이 모이고 있을 때

원래 하고 있던 라이어게임에 대한 이야기부터 갑자기 눈치게임을 자연스럽게들 하고.

핸드폰 없이 서로에게 기대어 노는 모습이 보기 좋고 내 마음도 편안했다.’(휘령샘)

1부는 휘령샘과 건호샘이.

2부는 안현진샘과 채성형님이 진행하다.

서로 자신이 대답하는 사람이고 싶어

은우와 동우는 술래에게 차은우(연예인), 장원영(아이돌)을 닮았다며 구애에 열심이었네.

열아홉 아이들이 모두 모여 노는 순간 자체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끝나고는 삼삼오오 모여 그림 그리고 놀았다.

민준이 또 한바탕 울다. 엄마 보고 싶다고. 하루의 구색이었다.

그래도 할 말 다하고 먹을 것 다 먹는 민준.

아무도 안쓰러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달래주고.

또래 윤진이는 울면 엄마 못 본다며 다그치기도 하고.

울음의 길이는 그제보다 짧고 어제보다 더 짧다.

 

구들더께.

구들장을 지고 한껏들 뒹굴었다.

오늘도 물꼬리뼈 호텔이 가동되고.

혁준이의 정성스런 안내가 이어졌다.

지금은 아직 준비 중입니다. 예약만 가능한데 예약 도와드릴까요?”

!”

그럼 이따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소꿉놀이에 같이 빠져 노는 어른들.

덕분에 샘들이 좀 쉬어갈 수 있는. 마사지도 받고 눈도 붙이고.

(이그, 일을 좀 끝내고 가지 했더니 곧 밥종이 울려 오늘은 그 호사가 날아가 버렸을세.)

그런데 물꼬리뼈에 대항할 머리뼈가 생성 중이었다.

윤수 동우가 주도하여 호텔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쿠데타 조직.

남자방에서는 동우 윤수 호수 원규가 종이와 테이프로 칼을 만들고 있었네.

실패하면 반란이고 성공하면 혁명아입니까!”

영화 <서울의 봄>이 이곳에서도 함께하고 있다지.

수범의 배신으로 와해되었다는 소문도 들리고,

호텔 본부장이던 선준이가 알고보니 쿠데타 조직원이었다

호텔 내부에서 비난의 화살이 날기도 하였다고.

오해는 풀렸는데 선준이가 속이 좀 상했다.

그 과정에서 윤진이와 선준이가 언성을 높였는데

우는 윤진이 곁엔 언니들이 달래느라 여럿 붙어

마치 윤진이 편을 들어 선준이를 함께 몰아부친 듯 그가 느낀 것.

문제상황에서 어른들이 다 나서지 않는다.

저들끼리 얼고 녹고 때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무더운 여름이 되기도 하는.

지켜보다 좀 방향이 필요하겠네 싶을 때 한 발 앞으로 나서는 샘들이라.

 

저녁 때건지기.

서한이와 예린이가 설거지를 하러 들어와서 식구들의 모든 접시를 다 닦았네.

기꺼이 하고 있는 일은 보는 이들도 즐겁게 하는.

밥상에서도 쿠테타는 화젯거리다.

물꼬리뼈 호텔이 폐업위기까지 간.

채성형님이 짓궂게 호텔 회장님 지율에게 호텔 그거 망해야 하긴 하는데...” 했다.

가마솥방을 나가던 지율이 문을 닫기 전 채성에게

채성샘은 더 아팠으면 좋겠네요.”

채성이 급체해서 바늘로 따고 아파하던 참.

치명적인 반격이었을세. 실제 하룻밤 심하게 아팠던 채성형님이었던,

오늘의 교훈, 애들한테 말 잘해야 한다.

쿠데타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율이, 일 년에 겨우 두 번 오는 계자인데

좀 있으면 자기 은퇴한다고 얼마 안 남았다며(7학년까지 계자 아이로 올 수 있다)

정말 이거 하고 싶다 했다.

반군들이 바로 설득돼버렸더라.

 

저녁밥상을 물린 아이들이 난롯가에서 모둠방에서 또 논다.

아이들은 정말 잘 논다. 뭔가를 끊임없이 한다.

책방 난롯가에 현준이가 책상 위로 가서 앉기 시작했다. 난로에 가까우니까.

아이들이 따라서 둥그렇게 앉아 마피아놀이나 라이어놀이를 이어갔다,

은우가 주도해서, 가끔 서윤이도 하고.

선준 현준 예린 호수 윤수 동우 수범 도윤이 들이었네.

그렇게 모였다 또 각자들 떠나고, 다시 누군가 합류하고.

지나다 책방을 들여다보니 동우 서윤 현준 호수가 난롯가에 둘러앉아 있길래

잠시 들어가 말을 섞었다. 참으로 평화라.

아이들은 때로 샘들을 붙들고 고민들을 말하며 조언을 구하기도.

우정은 아이들끼리만 쌓고 있는 게 아니었네.

 

한데모임.

본진행 전 예비진행은 샘들을 중심으로 모두가 둘러앉아

물꼬 노래집 <메아리> 부르기라.

오늘은 안현진샘이 생애 처음으로 예비진행을 맡다.

그렇게 물꼬의 한 부분을 확대해가면서 샘들도 나이를 더해간다.

아이들은 노래를 좋아한다.

옥샘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것을 가사도 모른 채 따라하는 서한이의 눈과 입“(휘령샘).

온몸 바쳐 부르는 혁준.

언제나 신명나는 신아외기 소리! 불러 좋았다.’(휘령샘)

어른들도 좋아하는 계자의 주제가 같은 노래.

이어 오늘 하루를 묻는데 민준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감정이 올라왔는데 자리를 피해서 폭발하지 않았음에 대해 스스로 잘했다 했다.

참 잘했다.

오늘 저녁쯤 되니 아이들이 춥다는 소리를 더는 안했다.

기온이 올라가서도 그럴 것. 적응도 좀 되지 않았을는지.

아궁이불도 더 안정적이어서 그럴 수도.

그런데 겨울은 춥고 여름은 따뜻한 게 자연스러운 것.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까지를 말하는 건 아니고.

내복만 입고 맨발로 있으면서 춥다고 하면

집에서는 보일러 온도를 올리겠지요.”

춥지 않게 하는 노력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안내를 또 한다.

여기서는 옷을 입는다든지, 문을 잘 닫는다든지.

너무 따뜻하게, 너무 시원하게 살아서 우리들이 날씨에 대처 능력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그게 바로 환경문제 기후위기를 부르는 한 몫일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해보다.

 

모둠 하루재기.

예린 혁준 원규 준형 현준 ... 다들 기억에 남는 들불이 되었다고들 했다.

서한이는 아직 글씨를 모른다.

곁의 동우가 물었다. “어떤 말을 쓰고 싶어?”

그리고는 덧쓰기를 하도록 도와주었다. 어느 날 형님들이 되나니.

지율이의 글집은 꽉 채워져 있었다.

오늘 새끼일꾼이 된 것처럼 일한 것을 썼다고 뿌듯해했다.

 

서한이가 칫솔이 없다고 했다.

없어서 어제는 형아 걸 썼다고.

그런데 오늘도 이미 이를 닦았다네.

데리고 욕실 칫솔통 앞으로 가보았다.

이걸로 했어요.”

칫솔통에서 제 키가 제일 잘 닿는 낮은 쪽의 것을 갖다가. 남의 것이다.

이걸 융통성이라고 해야 하나.

휘령샘이 칫솔을 하나 챙겨주었다.

 

각 공간 출입문이 드나나나 할 때 덜컹대는 소리가 여간 크지 않다.

들불을 진두지휘하러 들어왔던 현철샘이

출입문 창틀마다 창 둘레 틈에 실리콘을 쏘았다.

낡아서 그렇겠거니 늘 그러고 살았는데,

창문이 흔들려서 그런 거였든.

관성으로 살기 쉽다. 잘 보고 잘 헤아리고 때로 멈춰서 생각하기! 정신 차리고 살기!

모둠방 남쪽 창의 커튼 트랙 롤러(이걸 부르는 용어가 있을텐데...)가 빠진 것도 끼우시다.

아이들은 숨는 걸 좋아한다.

좀비놀이를 하며 끌어당겨 온통 빠져 커튼이 겨우 붙은 숨처럼 걸려있었더랬다.

난로들에 기름을 넣어주고, 그걸 쉽게 하는 방법을 샘들한테 교육도 하고.

 

잠자리 머리맡에서 샘들이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아이들이 잠에 든 뒤

샘들 하루재기.

휘령샘이 벌써 세 번째 맡고 있는 계자교장 자리.

참 잘한다. 유쾌하게 무겁지 않게 노련하게.

물꼬 교육의 한 부분을 아주 툭 떼어 그에게 진행을 맡길 만큼

물꼬에서 보낸 시간도 적잖고, 깊이 만나왔던 이.

손이 좀 더디다고 하지만 그것도 하다 보니 늘고.

무엇보다 유머가 있는 사람. 아이들을 잘 섬기는 사람.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살피고 돌보는 사람.

훌륭한 교사로 앞에 설 만한 이라.

적은 샘으로 이루어진 계자라서 더욱 막중한 마음이 듭니다.

머리를 돌릴 때마다 일거리가 많이 보여서 계속 움직여야 하는 것이 하나씩 행동해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 뿌듯하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일을 보는 눈이 생겨서 그런 듯합니다.

계자를 통해 제 인생 전반에 있어서 너무 큰 배움이 되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이번 계자는 적은 인원으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한명한명 얕지 않은 관계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건호샘)

그런 장점까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 이 일을 하고 있겠는지.

사진 찍는 역할을 잘 맡았다는 안현진샘.

의도적으로 모든 아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기록해야 하는 의무감이 샘으로서 움직이기 더 수월했달까. 그리고 아이들의 

일주일을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생각나 개개인 더욱 신경쓰고 싶었다. 이것 또한 각자의 매력을 아는데 

수월했다.’

 

밥바라지에 정환샘이 붙으면서 내게 여유가 생기기는 하였으나

종종거리고 다니기는 다른 계자 못잖네.

이번 계자 샘들이 적어 그들의 움직임이 원활하도록 그 사이를 메우는 뒷배.

해건지기라거나 손풀기 한데모임 산오름안내는 아직 내게 남았지만.

화장실 변기를 닦고, 뭔가를 고치고, 샘들이 요청하는 일들을 하고,

때건지기에 샘들이 배식을 시작하면

음식을 하기까지 나온 잔해들을 치워내고 부엌바닥도 닦아두고,

부엌곳간을 정리하고.

어떤 일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앞과 뒤가 있는가.

지율이랑 은우가 첫날이던가 물었더랬다, 옥샘은 계자 안하면 어디 사냐고.

여기 산다 하니 계자 안하면 그냥 있는 거냐 했다.

그냥? 허허.

상담도 하고 강의도 하고 계자 말고 다른 교육도 하고 멀리 강의도 나가고,

무엇보다 풀과 풀과 풀과 풀과 풀이 있는 나라에서 살지.

계자를 하기 위해 앞뒤가 또 있는.

계자 중에도 보이는 앞말고도 뒤가 있는.

일이란 게 그러하다. 서사가 있는.

 

목감기가 돌 기세라 선제적으로 모과꿀차 혹은 꿀차를 멕이고 있다.

모과차는 계자를 위해 준비해두었던 것,

꿀은 현철샘이 산에 꿀통을 두고 거둔 것.

아끼지 않고 퍼내고 있음.

잠자리로 가는 아이들에게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더러는 핫팩을 붙여준다,

자는 방일 뿐만 아니라 활동을 하기도 하는 공간이라

잘 때야 이불을 까니 온기가 조금 더뎌서.

 

부모 부재의 자리에 넘의 아이들을 건사하는 일의 무게는

아무리 오래 이 일을 해도 줄지 않았다. 당연하기도.

지난겨울에는 독감으로 아이들 보내고 밥상머리무대에 거의 쓰러졌던.

이번계자는 잠을 좀 원활하게 자기로 결심했더랬다.

새벽 4시를 넘기는 일은 없기로 작정했고, 현재 성공 중.

밤에 기록을 하고 퇴고는 낮에 틈틈이 교무실에서 하고,

아이들이 자면 난로가 있는 가마솥방으로 옮겨 그때는 랩탑으로 이어간다.

작업이 좀 번거롭다.

교무실 PC에서 메일로 파일 보내놓고

가마솥방까지 와이파이가 되지 않으니 폰으로 연결해 메일을 수신해서 쓰다가

다시 교무실로 올 때는

랩탑에서 메일로 보내고 기존의 파일에 덮어서 이어 쓰고.

그러다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뭐 그렇다.

하지만, 어떤 조건이든 우리는 한다, 하고 있다.

3시 반이 넘어간다.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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