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도둑눈이 다녀갔다.

야삼경 함박눈이 내리더니 도톰하게 쌓였다.

눈을 못 보는 계자인가 했더니 이리 또 선물이 찾아들었네.

샘들이 먼저 해를 건지고(수련, 작은 절 백배, 호흡명상) 아이들 ‘해건지기’.

오늘은 눈길을 걸을 참이다.

달골 아침뜨락(명상정원)까지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내일 산오름도 있으니까 연습 겸 걷기.

기울기가 심한 달골 길을 눈에 다 오르기 버겁다면 달골 계곡까지만 걸을까...

눈가래를 들거나 빗자루를 들었네.

마을의 큰길은 이미 제설차가 다녀갔고,

계곡까지도 드문드문 눈이 녹아있었다.

하지만 계곡 위로는 마치 볕이 비껴가기라도 했는 양 길을 다 덮은 눈.

다리께부터 촘촘히 눈을 좀 쓸다.

댑싸리비로 쓸기 시작하니 현준이가 다가온다.

“제가 할까요?”

마음을 내는 데 천근의 쇠를 밀어내야 하는 현준이가 말이다.

그도 크고 있었다. 꼭 기꺼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제 나이값을 하기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새끼일꾼이 되어가는 것.

여기까지 왔는데 더 올라가보기로.

도구를 서로 건네가면서 길 양 가 쪽으로 눈을 쓸며 달골 꼭대기 굽이길까지.

다른 곳 다 녹아도 거긴 오래 남아서 오가는 데 불편을 일으키는 곳.

그 부분은 길을 넓게 쓸고 내려오다.

옛적에는 마을길이며 할머니 할아버지 댁 사립문까지 계자 아이들이 눈을 쓸기도.

아이들도 집에서 생활 어떤 부분을 공유하며 그걸 건사하고,

그들에게 그렇게 가족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주면 좋을.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도 옛적 아이들이 더 어른스러웠을 수도 있었던 듯.

그 사이 멧골에 해가 들고,

달골에서 내려오는 길은 블랙아이스.

설설거리는 발걸음들이었다.

혁준이가 발가락이 아파 더뎠지만 무사히 학교에 닿았고,

맨 뒤에서는 채성샘이 신발이 미끄러워 아주 더뎠다.

넘어져도 혼자 넘어지겠다는 목표대로 넘어질 때 내 손을 놓아버리더라.

- 제 깊은 걱정은요?

- 샘들요!

아이들과 그런 농을 하고는 하는데,

샘들만 내일 산오름을 잘 가면 됨.

아이들은 기어가고 굴러가면서 거뜬히 산을 오르고야 말테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읆조리는 인디언 노래가 아이들 들어가는 입에도 딸려갔다.

가마솥방에서 다 밥을 먹을 수 없어

남자방에 상을 펴고 일부 먹는데,

채성샘과 호수 선준 민준이 거기서 먹고

민준이 미꾸라지처럼 미끌거리는 동안

선준 호수랑 채성샘이 빗자루질로 꼼꼼하게 방을 쓸고 나왔더라.

서한이가 찾아왔다.

- 화장실이 막혔어요!

- 응가 했어?

드디어 했구나,

집 떠난 아이들이 흔히 그러듯 응가를 아직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해서

오늘쯤은 배를 좀 문질러라도 주어야겠다 하던 참.

먹는 건 또 적잖게 야물게 먹고 있었던.

- 똥은 내려갔는데...

화장지가 안내려갔다나.

앞세우고 갔다.

고무 뚫어펑을 이용,

두어 차례 물만 더 차오르고 있다가 마침내 내려감.

- 똥꼬는 잘 닦았어?

그랬단다.

- 그래도 물로 한번 씻어줄까?

  내가 남자샘은 아니지만, 할머니니까 내가 도와줘도 될까?

그러란다. 욕실로 가 내목을 벗으라며 물었다.

- 옷에 묻지는 않았어?

묻었단다. 서너 방울 묻어 있었다.

내복도 갈아입자 하였다.

팬티가 없다하기 옷방에서 팬티 하나 챙겨줄까 하니 내복만 입어도 된다고.

그래도 되겠다 싶어 내복 챙겨 중앙 복도에서 만나기로.

(그 사이 또 사고. 가마솥방에서 그걸 해결하는 사이

서한이가 약속을 잊었을까 하며 나갔더니 저기서 오고 있었네.)

똥꼬도 씻고 앞도 씻고 개운해진 서한이.

이어진 손풀기는 사흘을 결산하는 그림그리기. 명상에 다름 아닌.

다 그린 뒤 자기가 벽이 되어 그림을 전시하고 작품 감상하기.

“하면서, 또 보면서 어떤 생각들이 드셨는지 나눔 하겠습니다.”

서로 탄복도 하고,

좋은 그림은 뭔가 애를 쓴 그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마무리.

누구나 즐기는 예술이라.

‘마지막 손풀기라 그런지 다들 수준급이었다.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해있는 모습은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을 불러일으켰다.’(건호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선준이 다리가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토피 때문.

로션도 가져왔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얼마나 가려울지나.

얼음을 담아 주었고,

손풀기 하는 동안에는 열심히 부채질을 해주었다.

서윤이는 간밤에 두드러기가 났더랬다.

예전 계자에도 그런 적 있다.

습을 주고 향이 없는 로션을 발라주니 좀 나았다.

특정 식품이나 조건에 대한 알러지는 아니라고 판정 받았다 했더랬다.

살펴보고 가라앉지 않으면 약이라도 먹기로 했는데,

낮에는 또 별 말이 없었네. 

어제 한데모임에서 오늘쯤 이맘 때 공간 정리 한 판 하기로 했던 바.

제 가방들부터 정돈하고

방에 널린 것들 제자리로 보내고 쓸고.

청소하고 다시 새 삶을 살 준비가 되었더라.

그것은 산오름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였네.

아이들이 가진 옷가지들을 살피는.

적당치 않은 옷으로 고생을 더하는 경우도 많으니.

열린교실.

전통적으로는 삶의 기술을 나누는 교실이 열리고

수강신청을 하고 들어가는 시간.

바느질, 목공, 염색, ...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루고 거기 예술활동이 더해지기도 했던.

그러다 재료가 많은 것을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이번계자는 또 어떤 방식으로 교실을 열면 좋을까?

아이들이랑 머리 맞대는데 물꼬가 뭐가 많냐 아이들이 물었다.

단추, 양말, 종이, ...

그럼 그렇게 열자고 한다. 다른 방 재료를 얻어오기로도 하자고.

전체 주제는 ‘숲’으로.

채성형님은 컨센트 옆에 자리를 잡고

근엄 엄격 진지 태도로 글루건을 잡고 아아들 부름에 대비, 대기하고 있었다.

‘단추랑’.

윤진 윤수 호수 서윤 혁준 원규가 같이 숲을 묘사해 낸다.

서윤이가 만개한 벚나무 선보였고,

돌멩이 하나로 시작했던 호수는 폭포로, 계곡으로 확장하며

빛나는 창의력을 보였다.

원규는 숲의 흙에 든 지렁이를 만드는 중이었고,

윤수는 사각 바닥을 완성하고 그 위로 나무를 세울랬는데, 계획이 엎어지는 듯 보였고,

나무 만들던 혁준이는 양말 재료가 더 흥미 있어 뭔가로 꿍꿍거리고 있었고,

윤진이는 나무 만든다더니 끈에 끼운 단추가 기어가는 애벌레가 되었던가...

‘양말이랑’.

현준 예린 준형 동우 태양 서한이 들어갔다.

현준은 단추를 구해 와서 나무를 만들었고,

준형은 손전화 거치대를 만든다더니

바늘귀에 실을 꿰는 걸 어려워하다 그 단계가 지나자 일사천리. 빨리는 아니지만.

예린은 제 힘으로 팬터를 끝까지,

동우는 채성샘의 옛날 작품을 떠올리며 아주아주 커다란 지렁이를,

태양은 다른 양말의 곰 세 마리를 각각 오려 자기 양말에 붙이다.

서한은 인형을 만들다 말고 단추로 만든 목걸이를 풀었다 이었다 자기 시간을 즐겼네.

‘종이랑’.

지율 은우 도윤 선준 수범 민준.

지율과 도윤과 은우와 수범은 나무들을 만들었고,그 나무에 앉는 새는 민준이가 만들었다.

둘러앉아 손은 작품제작에

입은 저들 사는 이야기를 쏟았는데, 달동네 부업하는 엄마들 모임 같았어라.

끝나고 로블록스 게임도 같이 하기로 했다지.

은우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연상해 이름을 붙였고,

지율은 나뭇잎 결을 표현하느라 종이를 구기고 색을 덧입히고,

도윤은 숲속 오두막까지 지었다.

나무를 만들려던 선준이는 불꽃을 종이에다 그렸는데,

숲 속 오두막 안의 아궁이였나.

펼쳐보이기,

한 교실씩 나가 자신들의 작품을 설명하고 보여주고.

하면서 보면서 어떤 생각들이 들었나 물었지.

민준이 손을 번쩍 든다.

노인네인 나는 말을 귀도 어둡고 듣기에 둔하여

이게 무슨 말이냐 아이들에게 물었네.

윤수가 풀어주다. 윤수가 곧잘 해온 역할이다.

민준, 제 말이 그 뜻이 맞노라고.

사람들 작품을 보니 보기에 쉬워보여도 애를 썼을 것이다, 그런 말.

풍부한 말주머니를 지니고 있는 아이.

하느라고들 애썼고, 그래서 보느라고 퍽 즐거웠다.

때건지기.

‘하루 3번, 당연하게 먹다보니 갈무리에도 잘 남기지 않게 되지만 

항상 힘을 내게 해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시간이다. 밥바라지 샘께도.’(안현진샘)

선준이가 안경 코가 부러졌다 들고 왔다.

엄마한테 전화해야 한다고.

- 아니, 그대 코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한들 멀리 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 집에서 부친다한들 떠나는 모레까지 도착이 어려울 수도.

궁리하다 글루건으로 일단 붙였는데, 그것도 세 차례나 수리했건만

자꾸 만지작거려서도 또 부러졌네.

끼고 다닐 수는 있다 하기 그냥 쓰기로.

밤에 선준이네 사진은 보내서

오실 때 안경을 들고 오십사 연락해두었네. 안경점에 기록이 있을 것이니.

연극놀이.

두 패로 나누어 연극이 시작되기 전 과자 몰아먹기.

이쯤 당이 필요할 테다. 따순 집을 떠나 거친 환경에 와서.

초콜릿 껍질 속에 짱구 과자를 넣어 친구들을 속이는 놀이가 유행키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놀이들.

‘자유·1’모둠; 지율 현준 태양 은우 수범 도윤 도현 선준 민준 윤진

모둠장부터 뽑는데, ‘인덕을 쌓은’ 지율이가 되었다.

연출계의 기린아 현준이가 출중한 솜씨로 이야기를 직조하고 진행하다.

선준이 조연출 역할을 하고.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인데 회의만 40여 분, 결국 리허설도 제대로 못한 채 무대에 올랐다.

그것도 첫 순서로.

옛이야기 ‘흥부와 놀부’에다 영화 ‘서울의 봄’의 쿠데타를 접목해서 <흥부의 봄>.

민준 윤진은 형 누나 오빠들 이야기를 잘 듣고 따라간다.

나이로 학년을 구분하지 않는 이곳에서는

형님들을 통해 삶을 배우는 옛 공동체 문화가 되살아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준이가 도윤의 다리를 실수로 차서 싸움이 일었는데,

전사가 있었던 탓에 끝까지 선준이 날을 세우며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물꼬리뼈 호텔 쿠데타 사건으로 쌓인 마음이 있던 선준이었고,

도윤은 호텔에 지배권이 컸던.

슬퍼진 도윤이를 수범이가 달래주고 있었네.

때리던 수범이가 말리는 수범이가 된. 수범이의 내일을 기대하나니.

‘자유·2’모둠: 동우 윤수 서윤 원규 서한 혁준 호수 예린 준형

전래동화와 공포로 장르가 좁혀지고,

혁준과 준형의 흔쾌한 양보 아래

서윤 예린 윤수를 중심으로 중심 이야기가 결정되고.

예린이가 과거와 미래를 잇자는 안을 내놨다.

그래서 아비의 용왕 세대에서 아들의 시대로 이어진 구성.

알고 있는 별주부전의 재탕이려니 했다가

극을 보던 이들에게 반전을 선사한.

서윤이가 세부적인 각색을 더했더라.

이 극단의 주 연출자는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예린.

연출자의 주문,

관객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 장면 이동은 자신의 해설로 하겠다고.

각자 하고픈 인물들을 정하고, 바로 리허설.

준형은 본인이 용왕을 맡겠다더니 걸맞았고, 어울리게 해냄.

이후 용왕님으로 내내 불렸지.

평론가도 부른 연극공연이었더랬다.

일당 3백,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 2호기 윤실샘, 그리고 옥샘, 3백의 관객을 놓고.

오랫동안 아이들의 연극을 봐왔는데,

어느 때보다 오달지게 웃었고나.

이번 173계자는 이런 부분에서 그 높은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나니.

촘촘하게 잘 짰더라.

상황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서 제 각각 대사를 내놓은.

‘연극의 내용을 다 떠나서 아이들이 협력하여 무언가를 성취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모두 

몰입하여 최선을 다한다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쉬베 기대하기 힘든 모습들이다. 학생들은 조별과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수행평가는 개인과제로 수행하고 평가받길 원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인데 물꼬 아이들은 꺼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참 보기 좋았다.’(정환샘)

무대도 잘 쓰더라. 왔던 아이와 처음인 아이의 차이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신 별주부 동우 같은 경우 용왕 앞에서 곁으로 선다든지,

옛 별주부 원규가 아직 무대에 익지 않아 용왕을 가리며 서 있다든지 하는.

배역은 어쩜 저리들 제 모습을 닮았을까,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자신을 참 잘 아는 듯.

소품도 잘 썼더라.

토끼 같은 경우 보송보송한 귀마개로 토끼를 상징한다든지 하는.

한참을 웃었다.

뿌듯함이 우리 모두를 채우고 있었다.

때건지기.

이 시간이면 엄마 보고 싶다고 울던 민준이었는데

나날이 눈물량(안현진샘 왈, 강수량이라고)이 줄더니 오늘은 맑음.

가마솥방이 넘쳐 남자방에서도 밥을 먹는데,

마침 이 남자방 밥상에 샘들이 우르르 앉았던 거라.

민준은 남자방에서 밥을 먹는 걸 편해 하였는데, 오늘도 거기 있었다.

샘들의 호응에 나루토춤이며 쟁반춤을 추던 민준,

추면서 저가 더 즐거워 엄마를 잊었다. 엄마가 춤에 졌다.

저녁 때건지기를 끝내고

윤수 태양이 적지 않은 설거지를 즐겁게 했다.

즐겁게 하는 노동은 곁에서도 즐겁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겨울 한밤의 멧골,

난롯가에서들 도란거리다.

첫 연애에 대한 소망이 있는 동우에게

경험 있는 현준이와 선준이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연애의 기술을 전하고 있었더라.

그때 도윤이가 내게 왔다.

“어떤 분이 찾아오셨어요.”

현철샘을 말하는 걸까?

교실까지 들어섰다고?

어릴 적 엄마를 떠나 이 산골 할머니 손에 자라며 일고여덟 살을 보낸 아이는

이곳을 떠난 지 오래였더랬다.

약간의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끔 자전거를 타고 물꼬로 놀러도 오던 아이는 고교생이 되어

엄마랑 할머니댁을 찾아들었네.

학교가 왁자하니 와본 것.

세월이 또 그만큼 흘렀다. 반가이 맞고 우리에게 넉넉한 귤을 들려 보내다.

아이들이 그 상황을 편히 받아들이다. 그건 우리의 안정감에 기댄 바 컸을.

한데모임.

173계자는 신아외기소리도 저들끼리 부른 계자.

그건 소리를 매기는 옥샘이 있어야 가능한 노래라는 인식들이 있었는데,

오래온 이들이 절대적으로 많으니 자기들끼리.

‘밖에 있었는데 옥샘의 “자!”가 선명하게 들림. 제가 학교에서 좀 써먹고 있어요.’(채성형님)

‘자!’는 내가 아이들의 시선을 모을 때 쥐는 주먹과 함께 내는 소리.

실제 물꼬를 다녀간 많은 교사들이

물꼬에서 익힌 것들을 당신들의 현장에서 펼치기도.

물꼬는 그렇게 확장되나니.

대동놀이.

“대동놀이 안 해요?”

“엥? 낮에 하기로 한 거 아니여?”

“낮에 두 번, 밤에 한 번 하신다고...”

“음, 그럽시다...”

밤마실을 가려고도 하였는데, 길이 미끄러우니까 접고

그럼 가볍게 앉아서 손놀이로.

그런데 이미 하도 저들끼리 재밌어서 자꾸 말이 건너가지지가 않았다.

시작도 못하고 있었던.

- 어머, 초대해놓고서 이게 뭐람요.

안 한다고 와 버렸지.

곧 7학년들이 왔다.

저들이 동생들 잘못 가르쳐 그렇다고.

- 그래? 그래, 왜 잘 못 가르쳤대?

히히덕거리며 도로 갔네.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들어야만 진행이 되는 놀이.

왔던 아이들이 <토끼와 거북이>이라고 아는 척하다.

하하, 우리는 내용이 넘치는 곳이라. 할 것 많지. 토끼 거북이 말고도 등장인물 많음.

오늘은 콩쥐와 팥쥐의 온 집안사람들이 불려나오고...

아이들이 마주앉아 잡은 손은 갈수록 벌게지고,

마주보며 숨이 넘어가도 이를 악물고...

안했더라면 정말이지 억울할 뻔했다지.

도현과 혁준은 자꾸 서로의 성질을 긁더니

밤마다 둘이 같이 덮던 이불 안에서 오늘밤은 등을 돌리고 누웠더라나.

“형제 싸움은 집에 가서, 동네 싸움은 동네 가서 하시고!”

둘은 같은 학교 같은 동네 친구사이.

머리 맡 책읽기.

여자방에서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 읽혀지고

남자방에서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국부론>을 읽을 땐 하나도 안 자더니

좀 이해가 잘 될 만한 동화를 읽으니 너무 잘 잠. 나 너무 어리석어~~! 뿌듯했어요.’(채성 형님)

엄청 어려운 책으로 아이들을 재우고 말겠노라며 <철학사전>을 읽는 샘들도 있더니...

낮버스로 윤실샘이 들어와 밥바라지 2호기로 합류했다.

김현진샘과 윤호샘이 비운 자리였다.

대해리 들어오는 버스에 오른 윤실샘의 문자,

물꼬의 기적을 몸소 체험했다는데.

이 기적은 마지막 날 아침 공개될 것이렷다.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이 한숨 돌리고,

우리 모두, 정말 모두 마음이 쉬어졌다(쉬워졌다가 아니라. 아니다. 쉬워진 것도 맞네.).

‘사람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물꼬에 다녀가 봐야 안다. 사람 참 귀하다. 

주변사람들에게 정말 잘해야 되겠다는 깨달음과 반성을 하게 되는 오늘이었다.’(정환샘)

‘오늘 윤실샘 얼굴을 보니 참아왔던 졸음이 몰려왔다.’

대동놀이 때 눈을 붙인 게 밤을 지낼 수 있는 힘이 됐다는 휘령샘.

달골 가는 길에 윤진에게 건호샘이 엄마 보고 싶냐 물었다지.

“네, 오늘 엄마 오잖아요.”

‘나도 윤실샘이 보고팠다.’건호샘도 날적이에 그리 썼지.

‘역시 정환샘의 밥은 맛있었고, 윤실샘의 도움도 굉장히 달콤했다. 

덕분에 일적인 부담이 많이 줄어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건호샘)

나 역시 비로소 머리를 감으러 욕실로 들어갔다니까.

생생한 손발 수급되었다.

이제 남은 계자는 윤실샘이 다 하실. 하하.

아이들이 씽잉볼을 가지고 치며 돌아다닌다.

어느 계자는 악기로 가져다둔 목탁을 그리 치고 다녔다.

좋다.

그렇게 부른 평화도 우리를 적시며 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