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조했다.

볕 좋았고, 기온도 포실했다.

눈이 다 녹지 않아 겨울산을 실감케도 해주었다.

소나무 위에 얹혀 얼어있던 눈이

바람에 눈싸라기처럼 날리며 햇볕에 부서져

신비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을 주었다.

고마워라, 우리 생의 모든 날씨여!

 

이른 아침 샘들이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물꼬김밥. 단무지도 어묵도 우엉도 당근도 시금치도 들어가지 않은 김밥.

잔멸치와 묵은지만 들어간.

스물다섯이 동행할 산오름에 두툼한 50줄 김밥.

산오름날 먹는 김밥은 비싼 뷔페보다 맛있다는 걸 어렸을 때 몸소 느꼈기에 이 시간이 마냥 힘들진 않았다.’

(현진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곧 아이들을 깨우고 떡국을 먹고.

이불을 개면서도 이미 산에 갈 준비를 마친 173계자 아이들이다. 와봤더란 말이지.

대개는 아침 먹고 복장 장착인데 말이다.

간밤에 윤진이가 언니들한테 그랬다지,

나도 일찍 깨워줘. 스키바지 입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불 모양이 정말이지 창의력이 넘쳐흐른다. 나는 5학년 때부터 아침에 이불개기 강좌와 함께 깔개 덮개 착착 구분해서 

개놓은 것 같은데...’(채성형님)

, 이불 개는 강의를 놓쳤네. 내일이라도 해야지.

 

산오름 안내모임.

173계자는 꾸물거림이 없다.

모이는데 시간이 퍽 걸리는 아이들인데,

이번에는 저들이 더 잘 아니 어느새 모여 있다.

그 미적거리는 틈에도 얼른 기록 몇 줄 하는 걸,

이번 계자 내가 더 바쁜 까닭이 거기 있었고나.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나 눈 덮인 산. 길도 없는.

긴장부터 몸에 붙여야지. 이거 놀이가 아니라는.

산 아래 방 안에서 만나는 친절한 샘 말고 오늘은 산행대장.

대장의 말이 나오면 바로 집중하여 안내를 듣는다. ? 목숨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으니까.

민주지산에서 9841일 훈련을 나왔다가 6명을 잃은 특전사 이야기며

접싯물에도 빠져죽는 게 사람이고,

준비 없이 나서면 동네 뒷산에서도 얼마든지 목숨을 잃는다 강조.

우리들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공유한다;

양말과 장갑과 여벌의 옷, 수건, 화장지, 그리고 행동식과 김밥과 물과 핫초코와 버너와 코펠.

백두대간이 오다 삼도봉을 지나고, 그 언저리 민주지산,

골이 깊고 그만큼 깃든 이야기도 많은.

오늘은 바람산을 찾아 떠난다.

이바구 때바구 강때바구, 아주 먼 옛날 난리를 피해서든 폭군의 정치를 피해서든 여러 가지 까닭으로 산을 찾아들어 

나무를 베어내고 밭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뭐라 하냐 물었다.

자연인요.”

기대하는 답은 화전민이었는데... 유명한 TV프로그램이란다.

다음에서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시험지에 아이들이 거침없이 가구를 골랐다던가.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가 있었던 시절.

날고 싶었던 한 소년이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찾았던 그곳.

높은 곳이면 어디든 뛰어내리던.

그 바람산을 찾아 우리도 모험을 나서보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산에 들어가서!”

 

혁준이가 발가락이 불편한 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험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라고 권하지만,

자신이 판단해보라 하니 비장한 얼굴로 간다 한다.

동우는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손에 부목을 대고 온 그였다. 간밤에 부모님과도 문자를 주고받았다.

눈이 많이 와서 계속 붙잡고 짚어야 한다며 무리가 될 것 같다,는 답을 받았더랬다.

바로 그런 길인 걸.

별 수 없이 남으라고 했다.

남은 윤실샘과 젊은 할아버지를 도와 청소를 하고 쉬며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복장검사.

오늘 산오름의 결의를 다지는.

옷이 여의치 않은 이는 물꼬 옷을 입었고,

지율이와 민준이는 물꼬 신발을 신었다.

아이 열아홉과 어른 여섯이 함께 한다.

6학년 학생장 지율과 7학년 준형 태양 현준, 그리고 샘들은 형광 조끼를 입고 있다.

아이들 눈에 잘 띄게.

아이 열다섯에 어른 열인 모양새다.

샘들이 사이사이 걸을 것이다.

, 그런데 동우는?

내가 더 많이 잡아주고 정히 안 되면 업고라도 가리.

가자!”

덩실덩실 춤추는 동우.

옥샘, 이번에 저 산 못 가면 다음에 물꼬 안 올라 그랬어요.”

아이고, 내가 잘못했네. 이제 동우 안 볼 수 있었는데, 아이고 내가 잘못하였고나!”

신발끈이 풀렸다. 동우도. 그야 손이 아프니 매주고,

태양이도 끈을 못 맨단다. 오랫동안 끈 없는 운동화를 신었다고.

물어보니 신발끈 못 매는 애들이 생각보다 많다.

소근육이 갈수록 퇴화한다 할 만하다.

신발끈 묶기 강의도 한 번 해야겠네.

 

한 고개.

학교를 나선다.

맨 앞에 옥영경, 맨 뒤 정환샘이. 그 사이에서 움직이라 하였네.

먼저 가거나 뒤에 온다, 김밥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고 싶으면 그리하셔요.”

숲속 자연화장실을 쓰는 법도 안내.

학교를 끼고 뒷마을 앞을 지나 산에 다가간다.

초입부터 벌써 가시밭길, 길이 없다.

설마 설마 했다고. 정말 길이 없다고.

가시들은 지난해보다 더 많이 무성해져있다.

이제는 산을 오는 이들이 거의 없으니.

그래도 짐승이 다닌 흔적이 길잡이기 되기도.

그때 고라니 한 마리 놀라서 뛰어갔다.

그들의 삶터를 침입한 우리라.

아이들이 가시가 박히거나 얼굴을 긁히거나.

우리는 그 부위들을 안고 일단 나아가고 산을 내려가 살펴보기로.

손에 가시가 두 곳 박히다. 불편하다. 내 가시박힘을 알리지 말라, 하하.

지팡이로 쳐내가며 길을 뚫고,

바로 뒤 선발대 역할을 하게 된 선준이와 예린이가 바짝 붙으며 상황을 뒤에다 알리고,

서윤이가 가시 줄기를 밖으로 꼬아놓기도 하고.

작은 통나무가 가로질러 물길 하나 건너게 한다.

그 위로 기어 오기도, 어여 달려 건너 잠시 숨들을 돌리네.

사탕 두 개 씩 입에 넣고.

바람소년은 높은 곳이면 올라 맨몸으로 뛰어내리고 다치기를 수차례,

한지로 연처럼 날개를 만들어 달아도 보고,

돼지오줌보를 펼쳐 써보기도 하고

드디어 돛처럼 만들어 날기를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날려면 필요한 환경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지요.

어떤 조건이 필요했을까요?”

바람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 지점에서.

 

다시 물줄기 하나 길을 막고 선 곳을 내려가 건너 다시 오르고.

능선으로 올라타려면 조금 편한 길로는 너무 돌아가기에

가파른 길을 바로 질러 오르기로 한다. 산판했던 현장이다.

아직 길이 단단해지지 않아 퍽석거리는 흙.

그러니 땅이 힘이 없어 빠지기하고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길임직한 곳에 올라서다.

모두 길 위에 서서 고개 들고 저 멀리 겹겹이 산을 건너다 본다.

민주지산 본류가 그리 이어져 있다.

좀 더 치고 오르니 능선, 벌써 땀에 절였다.

볕 쪽으로 모여앉아 초코파이 하나씩 먹어두고.

이제 계속 능선일 것이었다. 다만 오르고 내려야 할.

이야기는요?”바람소년은...”

다음 이야기는 다음에서 김밥과 함께.

 

두 고개.

능선을 오래 걷는다. 다시 길은 골짝으로 내려선다.

내렸으면 다음은 오름.

예전에 한바탕 쉬던 뉘의 무덤가를 이번엔 지나치기로.

그늘졌기 때문. 마른풀이 무성도 했고, 무엇보다 바람이 거칠어.

멀리 소나무들 위에서 얼어있던 눈이 바람에 흩어져 내리고

볕에 부서졌다. 신비감이 들었다.

이 어디께가 바람산일지도 모르겠다.

치고 오른다. 만만찮다. 눈길에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례.

여기서 먹으면 안돼요?”

현준이가 능선길에서 먹잔다. 그늘이다. 당장은 괜찮지만 곧 추울 테다.

식은 김밥에다 그런 자리에서 먹는다면 영락없이 체한다.

온 얼굴에 못마땅함이 가득했던 어릴 적 현준이가 아니다.

이제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산오름이 하나의 작은 계자처럼 느껴졌다. 전혀 예정되지 않은 산오름이 짧은 시간 안에 민준이를 단단하게 만들었다.“(건호샘)

울기만 하다가 울음을 떠나보내버린 민준.

서한이의 씩씩함은 산오름에서도 발현되었네.

아무리 넘어져도 웃으며 일어난다. 채성 형님 어릴 적처럼.

서한이는 갈대를 맛있다고 씹다가 코를 찔러 피가 나오는 일이 있기도.

건호샘이 무슨 맛이냐 물었다.

- 아무 맛도 없어요. 아무 맛도 없는데 맛있어요.

그저 오르며 넘어져도 웃던 서한이의 웃음이 위로고 기쁨이더라는 샘들.

우리는 이 아이의 내일을 물꼬에서 보기를 바라나니.

 

세 고개.

이제 방향을 틀어 꺾어서 능선을 탄다.

한편 길이 없는데 길이 있기도 하다는 윤수.

으응, 먼저 걸어봤지!”

사실 여기까지 답사를 온 건 아니고 멀리서 가늠만 해두었더랬다.

그건 짐승들이 다닌 길이기도 했다. 대체로 이동에 안전한.

기울기는 크고 큰 돌들 사이 흙을 짚으며 내려선다.

딱 볕이 좋은 자리. 북을 막고 남으로 볕이 드는.

거기서 낮밥을 먹기로.

신비하게도 그 앞에 마치 일부러 출입구마냥 나무 한그루 둥글게 휘어져있었더라.

우리는 그곳을 통과해 다음 지점으로 갈 거거든.

예린이는 어느새 억새풀이며들도 예쁜 장식 빗자루를 만들었다.

혁준이가 부러워 저도 만든다고 따라했네.

물꼬김밥을 먹는다. 산 한가운데서도 밥노래 부르고.

도현과 도윤이는 휘령샘 앞에서 5개째예요, 7개째예요, 외쳐가며.

우리는 그 김밥을 다 먹었다.

선준이가 1개만 먹는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알고 배부르게 못 먹어 아쉬워하다.

대신 핫초코를 더 먹었더라지.

 

물을 끓인다. , 종이컵을 놓쳤다. 짐 챙길 때 서로 사인이 비껴가 상대가 챙긴 줄 알았던.

이런 일이 무에 대술까. 그건 위험도를 나누는 종류가 아니니까.

방법을 찾다. 물통 두껑들을 이용키로. 그래서 또 특별한 173이 되었네. 새옹지마라.

흔쾌히 아이들이 네 명씩 다섯 패를 나누다.

입 안 닿는데요.”

각 방향에서 마시면 된다나.

그런데 태양 준형과 도현 혁준 수범이 시끄럽다.

마시는 방법에 갈등이.

그래서 안 마시기도.

한 아이가 먼저 마셔서 같이 마시기 싫다는 거다.

동우가 나서서 니네는 얼마나 깨끗하냐 한소리 날리다.

이런 건 내려가서 다루자.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가시밭길을 조금 비껴 소나무 아래를 헤쳐오다.

산판한 차가 다니던 길에 이르러 이제 대로라 할만 했다.

작년에는 화려하게 눈썰매를 지치던 물꼬 아이스링크는

짐작대로 날이 푹해 들어갈 수 없었다. 그저 구경만 가능했던 얼음과 눈.

대신 그곳을 배경으로 모두 모여 기념사진 한 장.

돌아온 학교 마당에서 혁준 서한 윤진은 눈밭에서 뒹굴며 나오지를 않았네.

윤실샘이 사왔던 휘낭시에와 주스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찼다던 어묵꼬치라도 나왔을 것이나.

 

저녁 때건지기.

씻고난 아이들은 여전히 뛰어다니다 저녁 밥종 소리에 모였다.

요리 좀 하는 현철샘이 등장, 캠프에서 먹기는 호사스럽다 할 수 있을 음식을 준비했네,

수제돈까스.

현철샘이 밥바라지 한숨 돌리라는 의미로도 준비한.

고기를 떠서 간해서 빵가루 묻히고 튀겨...

게다 고기를 먹지 않는 이들을 위한 생선까스도 준비.

워낙 손이 큰 현철샘, 아이들 원없이들 먹다.

서한과 예린이, 설거지 짝꿍 둘은 이 계자의 1모둠 설거지를 마무리하였네.

아이들은 난로에 귤도 구워먹고.

지율과 작도(도윤을 가리킴)가 돌아다니며 사람들로부터 귤맛 별점을 받아보기도.

우리가 비운 학교에서는 그 사이 작은 사건도 있었더라.

우리 없는 줄 어이 알고, 현철샘 들어온 줄 어이 알고, 싱크대 수도 코브라가 샜단다.

달골 햇발동에서 떼어다 임시로 붙임. 고맙기도 하지. 하늘도 사람도.

엊저녁 뒷마을 어르신 한 분 아이들 멕이라 들고 온 곶감을 후식으로 나눠먹기도 하였다.

 

밥상머리공연이 따로 없었던 173계자였다.

동우에게 북공연을 하랬더니 거절했고,

북을 다 준비해준다고 난타를 해보자 해도 윤수 예린 들이 별 반응이 없고,

피아노 연주를 준비한다던 지율도 준비가 안됐다 내려놓고.

그래서 지율과 어제 잠깐 가마솥방에서 상담이 있었더랬지.

이곳에 오면 아이들에게 숙제 하나씩 엥긴다.

관찰하고 있다가 도움이 될 말을 전하거나 하는.

너무 준비를 다해서 하려는 지율에게 힘 좀 빼주기.

그 때문인가 오늘 저녁 지율은 도윤과 함께 나루토춤을 추었더라니까.

자기를 던져버린 거지, 좀 망가져도 보는 거라,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이어 원규가 자기도 하겠다고 나섰더라지.

나 역시 판소리든 피아노든 장구든 해도 좋았으련

그래서 무대공간 쓰기를 나눴으면 좋으련

그럴 짬이 또 안났던 거라.

밥상머리공연은 물꼬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

담엔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할세.

그 공연을 위해 준비해오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는데.

다음 계자를 기약해보겠다.

 

한데모임.

시작 전 물었다, 복도에 밤에 켜는 (나무로 만든 전통 등이다)의 한지를 누가 찢었는지.

이곳에서는 야단을 치기 위해 책임을 묻기 위해 묻는 게 아니다. 상황을 알고 싶은 거다.

그걸 알기에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잘 터놓는 아이들이다.

서한이가 궁금해서 보다 실수로 발로 뻥 찼다나. 그랬구나.

그렇게 옥영경의 일을 하나 더해주셨군.

바람산 이야기도 마무리지었다.

날고 싶었던 소년은 결국 날았고,

그가 발견한 바람이 시작되는 바람산은

우리가 뭔가 간절히 바라는 그 바람의 의미도 담은 바람산이었다지.

산에 왜 갔는가, 어땠는가도 나누었다.

민준이는 담대(*마지막에 자신의 감정에 맞는 낱말을 찾기에 내가 대신 찾아주었다만)해졌다지.

서로를 기대서 갈 수 있었다고, 김밥이 너무 맛있었다고, 정말 즐거운 모험이었다고들 했다.

여기서 아이들이 자라는 걸 봐왔다.

일곱 살이 7학년이 되었고, 자라서 동생들을 돕고 산행을 겁내하지 않고,

그들이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논두렁이 되고...

나 또한 그랬다. 산을 타면 탈수록 더 잘 타고 그 어려움을 웃으며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휘령샘)

 

강강술래.

재미나더라. 같이 노는 건 이런 것.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우리놀이.

장작놀이 나가기 전 예린이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고 울었다.

마지막날 아침이 얼마나 바쁠지 뻔히 보이나 그래도 다녀오겠다 약속했다.

그래도 없을 땐 물꼬 것을 챙겨주고, 엄마한테 말하는 걸 도와주겠으니

지금은 지금을 놀자 하였네. 비로소 편해진 예린.

예린이의 장갑을 찾아봐주겠다던 따뜻한 옥샘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진짜 옥샘은 최선을 다하신다(감동!!)’(휘령샘)

휘령샘의 최선은 나를 또 북돋우고.

서로 서로를 밀며 우리는 계자를 한다.

 

장작놀이.

현철샘이 준비해주었다.

옥샘, 불쇼, 불쇼, 불쇼!”

작대기로 불더미를 한 번씩 쳐서 빛싸라기를 날렸다.

지율, 어쩌면 저것들이 별이 돼 빛나는가 싶다고.

불가에서 계자를 톺아보다.

예린, 안 온다고 했는데 아빠가 물꼬 건물 고쳤다고 해서 왔다고.

안 바뀌었는데 옛날, 그러니까 지금이 더 좋다지.

정말 잘 왔다고.

민준, 날이 갈수록 엄마 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재미가 더 크다고.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벌써 다음계자들을 기약하고.

윤진은 가마솥방에서 그랬다. 물꼬오는 걸 기다리는 건 긴 데 오면 너무 짧다고.

우리는 밥바라지 정환샘과 아궁이바라지 젊은할아버지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6학년 지율과 7학년들 애썼다는 인사도 더했다.

 

인디언 놀이.

현철샘이 화로에 구워준 감자였다.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에 검댕을 묻히며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윤진이가 현철샘 얼굴에도 재를 묻혔다.

지난겨울에는 뒷배로만 있다가 이젠 안으로 한발 더 들어온 현철샘.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해주시고 설거지에 장작까지 수고 많으시다, 감사하다 했더니

내가 좋아하잖아(하는 일들) 하며 씩 웃으시고, 장작놀이를 준비하러 나가셨다.’(휘령샘)

 

모둠하루재기.

특수학급에서 공부하는 준형이 오늘은 휘령샘과 같이 모둠하루재기를 진행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자기 역할들이 있다.

아이들이 훌륭하다. 물꼬는 특수학급을 따로 두지 않고 같이 교실을 쓴다. 자연스럽다.

한 아이 한 아이의 고민을 같이 걱정해주는 샘들이다.

관심과 애정, 아름다운 낱말이다. 우리 안에 있는 낱말이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이도 있었다. 갔다가 물꼬 또 오면 되지.

 

이불깔기 전 채성샘이 동우 호수 비행기도 태우고

도윤 선준을 목마 태우기도 하고, 김현준 공주님 안기도 하였다나.

휘령샘이 애들을 몸으로 놀아주기도.

휘령샘, 저도 해주세요.”

너는 희중샘한테 부탁해라.”

그래서 또 희중샘이 불려나오고.

이번 계자를 위해 귤을 보내기도 했던.

채성이 어릴 적 산오름 줄의 맨 뒤를 희중샘이 맡았고,

채성이를 아주 끌다시피 데리고 올랐던 산.

 

아이들도 자라고 어른들도 자란다.

산오름은 계자의 정점이라.

마지막날 전날 산오름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눈덮인 겨울산을, 길을 만들며 아이들과 크게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왔다.

모두 욕봤다. 그리 같이 걷는 거다. 그리 헤쳐 나가는 거다.

마침내 우리들의 바람이 우리에게 현현하는 날을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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