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라, 이번 계자 매우 사납게 시작했던 날씨는 날을 더할수록 기온이 올라가

오늘은 아주 푹했다. 나가는 걸음이 가벼울.

아침엔 거칠던 바람도 아이들 갈 무렵엔 가라앉았고.

이른 아침 삼거리집에 다시 온도도 높여놓았다,

부모님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며 화장실을 쓰십사.

 

이불을 털고 개고 올리는 것으로 해건지기에 대신.

그리고 반짝 한데모임’.

밥 때 다섯 차례 천천히 울리는 종과 달리 댕댕댕댕댕댕댕 요란스러운 종소리.

뭔가 긴급한 일이 생기거나 도움을 청할 때 내는 소리.

처음으로 내가 요청한 임시한데모임이었다.

이불 개는 강의가 먼저 있었고, 내 마음에 대해 도움을 청하다.

영화 <서울의 봄>의 쿠데타 때문이기도 하였을 것인데

아이들의 칼이 난무한 계자.

아이들은 그저 재미에 불과했지만 내 마음은 불편했노라.

이 마음이 무언지도 잘 모르겠는데, 여러분에게 도움을 청하노라 한.

열린교실에서 뚝딱뚝딱(목공)할 때조차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만들자는 물꼬인데

칼이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싸움이 일어나고, 급기야 찌르고 죽이는 흉내까지 나왔다.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불편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었고, 가자지구에서 무수한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고,

나는 우리 아이들이 전쟁에 무감각해질까봐 걱정이 된다.

말하면서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말은 원활하게 되지 않았으나 아이들은 공기로도 듣는 존재라.

건너편의 윤진이가 알 것 같아요.” 했다.

총칼을 갖고 놀지 말라고 하자, 만들지 말자고 하자,

그러나 법과 규범 안에 우리의 행위를 어떻게 다 집어넣겠는가.

그런 말들이 오고가는 속에 나는 위로가 되었다. 믿음도 갔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전쟁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 종료.

 

따뜻함이 우리에게 이르는 것도 알려주어야지.

연탄재를 깨러 나가기로 했다.

교문 앞 살짝 파인 곳에

젊은 할아버지가 밤새 아궁이불을 때고 들어가시면서 연탄재를 가져다 두었더랬고,

아이들이 가서 밟고 왔네.

도윤 윤수 준형 동우 호수 현준 중심으로.

 

원규가 열이 난다. 다리에 힘도 없단다. 밥을 조금 먹이고 일단 눕게 한다.

약을 먹이고, 꿀물을 타주고, 머리에 얼음팩을 대주고,

잠깐 곁에 앉아 들여다보다 일어난다.(한 시간여 지나 괜찮다고일어난 원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정리하기도 해야 한다.

어제 산에서 문제의 갈등도 짚어주어야.

마음이 상한 아이와 문제의 상황들을.

줄줄이 불러 듣고 말하고 정리하고.

그때 그 상황 말고도 그것에는 배경이 있고, 맥락이 있는.

때로 우리 어른들 걱정이 정작 문제이기도. 사실 저들은 별일 아니기도 한.

동우의 손 보호대로 다시 살펴줘야지.

누들거리는 반창고 떼고 글루건을 쏘아볼까.

해보기는 하나. 나중에 보니 다시 툭 끊어졌던데.

이제 집을 가니까 다음은 부모님께로 넘기고.

예린이 장갑도 찾아주어야지. 마침 현철샘 계셔 부탁했다.

세 차례로 달골길을 훑었다는데 없단다.

옷방에서 장갑 꺼내 마음에 드는 것 고르라 하고,

질로는 더 좋은 게 있는데 제 마음에 드는 건 또 다른 거라.

그건 또 여러 곳이 터져있다. 꿰매다.

종종거리는 아침이다. 밥바라지까지 할 땐 다 어찌했나 몰라.

밥의 질이 좀 떨어졌거나 놓친 일들이 여럿이었거나 했을.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 버블티다!”

진짜!”

이게 되네요!”

배달 시켰어요?”

된다. 한다. 할 때까지 해본다. 물꼬가 그렇다.

우선 공부가 필요했지. 버블티, 무엇을 그리 말하는가? 버블이라니, 탄산이라도 들어가나...

옥샘, 그런데 (버블티)공부는 하셨어요?”

민준이가 여러 차례 물었더랬다.

우선 뭘 알아야 내가 만들지. 걸음을 재고 다니느라 그거 한번 확인이 어렵더라고.

엊그젯밤 공부 좀 했다.

핵심은 짜이더라고. 짜이라면 네팔이고 인도고 티벳이고 길거리서 늘 먹었던 차.

밤에 홍차를 내려두었다.

보통 짜이는 우유를 섞게 되니 그리 좋은 차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고급 홍차로.

거기다 단맛이라면 떼오오랑주며들에 자주 쓰기도 하니 이미 시럽은 만들어둔 게 있고,

이제 펄(타피오카)만 있으면 되는. 카사바 알뿌리에서 얻은 전분 덩이. 주문했다. 좋은 세상이라.

근데 이곳은 택배들이 한 번에 모아 들어오기 일쑤여 하루 이틀 늦어지는 일도 흔하고,

물꼬 같은 경우 아예 오시는 분들 배려하야 그리 해주십사 미리 연락을 해두기도.

그런데 이것만큼은 즉각 배달을 요하노라 택배기사에게 문자까지 넣고.

 

이거 특별한 빨대가 있어야 하는데...”

하하하, 그것도 있지.”

이게 또 어이 마련이 되었냐 하면...

주문을 하려니 배달 시점이 아이들 떠나기 전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는 거라.

여기는 깊고 깊은 멧골.

하여 어제 들어오는 윤실샘 편에다 그젯밤 급히 연락을 해본 거라.

정히 안 되면 음료는 일반 빨대로 먹고 펄은 숟가락으로 떠먹지, .

윤실샘, 구해오라는 특정 빨대를 영동역에서 6군데 편의점, 가게, 카페서 구하다가

영동역 앞 마지막이다 싶고 기대도 거의 없이 들른 카페에서 그것도 넉넉하게 얻다.

그냥 가져가라시더라고, 파시라 해도.

일이 될라고.

물꼬의 기적을 몸소 체험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던 윤실샘.

정환샘이 타피오카를 뜨거운 물에 20여 분 담갔다 찬물에 헹궈내고

이것들을 잘 배합하여 내놓은, , 이름하여 버블티였더라!

 

아침 설거지는 모둠에서 가져가지 않고 현철샘이 맡아주었다.

정환샘은 마지막 끼니를 준비하고,

윤실샘은 아이들이 가져온 반찬통이며들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먼지풀풀’,

먼저 제 가방들을 싸서 복도에 내놓고 청소를 시작하다.

우리가 지냈던 곳 정리하는 걸 넘어

다시 이곳을 쓰려고 오는 이를 위해 기꺼이 하는 맞이준비라,

우리가 여기 왔을 때 그리 되어 있었던 것처럼,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꼬장터’.

빨래들이 들어오고 주인을 찾고,

서로 잃어버렸던 물건도 찾아주고,

뒹구는 물건들 주인도 부르고.

그리고 남자방에 엎드려 173계자를 톺아보며 갈무리글을 썼더라.

책방 앞 복도에서 마친보람을 하기 전

교문에서 할 작은 공연을 준비하다. 노래 하나지만.

마침내 마친보람을 하고 낮밥 때건지기를 하러 가마솥방에 들다.

낮버스로 아이들을 데리러 온 지윤샘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아무나 못 들어오십니다요, 하하.”

이미 물꼬 일정(2월 어른의 학교)에 참가해보셨더랬고,

물꼬의 논두렁이시기도 한 그라 들어와 점심을 나누기로 했던 바.

식구란 게 그리 더없이 반갑고 편하고 좋더라.

 

교문 앞에서 신아외기소리를 목청껏 부르고 아이들이 떠나고,

임용 2차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특강이 있는 정환샘이 바로 출발한 뒤

모두 들어와 짐을 정리하거나 못다 먹은 밥을 먹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이게 말이지, 지윤샘과 윤실샘이 붙어 돌아갈 때까지 그릇을 부시었는데,

생각 없이 그걸 보고만 있고 말리질 못하였네.

하이고, 멈추게 하고 차를 냈어야지!

남아서 천천히 하면 되는 걸, 아쿠... 미안하고 고마웠네.

물한발 2시 차에 나갈 지윤샘과 파란하늘 아이들 다섯 헐목까지 실어다주고

(아직 미열이 남았던 원규는 기다리며 추워해서 숄을 바지 위로 둘러주기도),

동시에 현철샘이 영동역까지 윤실샘과 아이 셋 보내고,

비로소 남은 샘들은 마무리 청소를 하였더라.

교무실에 우겨넣었던 각 교실의 물건들이 도로 자리를 찾아가고.

 

책방의 난로 둘레 책상 위에 아이들처럼 올라앉아 갈무리모임’.

관성적으로 오지 않나, 하지만 오면 그게 아니란 걸 안다는 휘령샘은

샘들이 적었지만 계자를 한다에 방점을 찍으며(이심전심이었다!)

나한테 맞는 계자 움직임을 찾아가게 되더라.

계자 오름샘이었던 그다.

그대가 있어 한 계자였을세.”

한껏 뜻대로 하시라, 책임은 내가 지겠노라 했던.

샘들이 적었지만 아이들을 봐 줘야 하는 상황이 덜했다고들.

예컨대 윤진이만 해도 지율이가 전담으로 씻긴다거나.

그렇게 아이들이 샘들 일을 나누며 그야말로 같이 꾸린 계자.

그렇다니까, 그것들을 믿고 계자를 한다니까.

그래서도 샘들 적어 힘들겠다 했는데 더 힘들지는 않았다는 현진샘,

내가 하면서 즐거웠다는 채성형님, 그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대목이라.

우리 어른들이 행복한 게 아이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그런 어른들을 보며 아이들도 어른이 될 내일을 기대하지 않겠는지.

건호샘은 잊었던 감각을 살리는 시간이었다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청소하지 않고 돈 주고 청소한 곳을 가거나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곳에서는 다 해야 하는.

그렇다. 우리는 공부 못지않게 몸을 쓰며 일하는 것도 큰 배움이라 여기는 곳.

이곳의 교사는 앞에서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

보육과 교육이 함께 있는 곳.

물꼬는 어른들이 먼저 삶을 잘 살아 그것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나니.

애쓴 이름자를 깊이 고마워하며 다시 적어보나니;

강휘령 신영철 문정환 박윤실 박현철 김현진 안현진 이건호 이윤호 임채성 옥영경

 

어느 때보다 편안한 흐름이었던 계자였다.

밖에 있어도 샘들이 일을 나눠 계자 준비를 차곡차곡 해왔더랬다.

하다샘이 명단을 정리하고 휘령샘이 여행자보험과 글집을 맡고,

안현진샘이 계자 글집을 찾아서 들어오고.

각자 계자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들의 일을 미리 하거나 밀거나.

나만해도 계자 직전의 기록들을 정리해야 계자 기록이 올라가니

누리집에 2주 단위로 쓰는 기록을 미리 거의 다 써놓기도 했던.

계자 기록이 다 올라가고,

계자 사후 통화가 끝나고,

하다샘이 사진을 모아 네이버 자유학교물꼬저장소에 올리고,

며칠 구석 뒷정리들을 하면 비로소 계자 일정이 마무리라.

겨울계자는 밤새 불을 때는 게 매우 중하고,

뭐라 해도 밥바라지는 늘 젤 큰일이라.

젊은 할아버지와 정환샘(윤실샘 현철샘 포함)이 가장 욕보셨네!

부모님들이 찬들이며 간식을 살피고 넉넉히 보내주어 힘을 덜었다.

아쿠, 김부각은 꺼내지도 못했다. 물꼬에서 남은 식구들이 잘 먹겠다.

 

사람들을 다 보낸 뒤 현철샘이 부엌 정리를 도왔고,

저녁밥상에 굴국밥도 끓여냈다.

세탁기는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고.

두고 간 이 신발은 누구 것일까?

그 사이 계자에서 해야지 했다 못다 한 일들을 챙기다.

교실마다 출입문 여닫는 곳에 문 여는 방향을 가리키는 손가락도 그런 일 하나.

이제라도 자르고 붙이고.

너무 늦지 않은 저녁 올라와 계자 기록을 이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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