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9.쇠날. 흐림 / 문바위

조회 수 210 추천 수 0 2024.01.29 23:58:07

 

겨울90일수행 중.

 

생활 속 동학.

6월의 보은취회를 중심으로 동학모임을 하고 있지만

일상 안에서 끊임없이 찾는 삶의 동학, 일상의 동학이라.

틈틈이 그 흔적을 찾아 길을 걷고는 한다.

옥천 청산 한곡리를 한바퀴 돌았다.

한곡리는 장군봉 아래 있는 마을로 큰 골짝 안에 있는 마을이라 한곡.

이 마을은 한골과 문바우마을로 이루어져 있고,

문바우 마을은 바로 문바우를 감싸고 있는 마을.

 

한곡리 문바위(혹은 장수바위. 바위 위에 장수 발자국이라 전하는 몇 개의 발자국이 남아있어)!

문과 같이 생겨 문바위라는데,

옛날 옛적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딸 계화공주와 재상의 아들 웅인이 사랑하였는데,

권력욕이 컸던 악독한 대신이 자신의 아들과 계화공주를 혼인시키기 위해 두 연인을 모함하였는 바

결국 웅인이 인간 세상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나.

인간세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웅인은 사람들을 해치는 괴물을 무찔렀는데,

당할 자가 없으니 인간 세상에 가서 무술 실력을 쓰지 말라던 옥황상제의 금기를 어긴 죄로 바위가 되고,

웅인을 보기 위해 인간세로 온 계화공주 역시 그의 곁에서 바위가 되었다지.

 

189310월 이래로 이 문바위마을에 해월 최시형이 대도소를 설치하고 가족들과 살며

동학수뇌부들을 포교 지도했다고.

거기 제자 의암 손병희와 구암 김연국 선생 들이 있었다.

1894918일 이 일대에서 전국 동학도에게 기포령(총동원령)을 내렸고,

한때 한곡리 일대에 수만 동학군이 집결했다 한다.

해월이 살던 김성원 집과 문바위 바위벽에 동학군 7인의 이름이 새긴 글귀가 지금도 남아있다.

그 이름이 당시에 새겨진 것인지 후대에 남겨진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

문바위골에는 동학군의 훈련장과 해월의 아들 최덕기(최봉주)의 묘와 한국 동요의 선구자 정순철의 모친 최윤의 자취가 있다.

 

1년여 연인원 30만 명의 농민대중이 참여한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뛰어난 사상적 운동·투쟁이었던 동학농민혁명.

동학,하면 저 바닥에서부터 울분이 비에 젖는 옷처럼 스며든다.

남루한 옷으로 죽창을 들었던 동학군은

우리를 지키는 모든 아비들의 이름이었다.

제국주의 서슬 아래서도 목숨을 걸고 일어났던 건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고,

그것은 아버지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게다.

작고 여린 생명들을 지켜야겠다는 마음도 바로 그 마음일.

그래서 늘 그들의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 보고 걷나니.

 

 

돌아오며 장을 본다.

내일은 발해130026주기 추모제를 지내는 날.

물꼬에서 준비한다.

떡과 동태, 부추, 두부, 산적거리, 동그랑땡거리, 너비아니구이거리,

육탕 어탕 소탕 거리들, 부세조기삼색나물거리, 밤 대추 과일.

과자와 포는 부엌곳간에 있고.

아차, 꽃이 없는 겨울 깊은 멧골, 꽃가지 몇 들여온다는 건 잊었고나...

부침개며 먼저 해도 될 것들 챙기고, 자정에 달골 오르다.

현철샘과 삼촌이 도왔더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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