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공덕이래?”

날이 좋았다. 겨울비가 반가울 건 아니나

눈이라면 오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을 이 멧골이라.

 

발해130026주기 추모제.

201618주기를 물꼬에서 지내기도 하였다.

21주기 추모제를 지낸 뒤로 코로나를 건너온 시간들이 있었고,

다시 마음들이 닿았다.

하루 전날부터 모여 난상토론 예정이 있었으나

겨울 이곳 형편을 살펴, 또 각자들 사정도 여의치 않아

당일에 모이기로들 하였네.

 

발해 뗏목 탐사대원 네 분의 영정을 가지고 주훈샘이 먼저 물꼬로 들어섰다.

(오랫동안 물꼬에서 보관해왔던 것인데, 얼마 전 포항 행사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양이 적어 조금 아쉬웠던 대추와 생밤을 구해와 더했고,

청주도 들고 와주셨다.

곧 광조샘과 대진샘과 경란샘이 들어왔다. 새벽에 떠났을 걸음들일 테다.

이른 아침부터 오래 끓인 시래기국이 있었으나

가볍게 부침개로 약주와 함께 입가심들을 했다.

구례에서 정규샘이 오고 있었다.

11시에 상을 차리자 하였으나 급할 게 무어겠는가.

오는 그의 걸음에 맞추자고들 하였네.

삼도봉 너머 이곳으로는 비였으나 무주 쪽으로는 눈발 굵고 두터웠다고.

그 눈길을 뚫고 그가 왔다.

물꼬에 왔던 걸음이 있어 내뛰기 어렵지 않을 수도 있었을.

청계(청소년 계절자유학교)에 함께했던 수인이가 그의 차녀라.

그의 참석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유족이니,

현철샘이 추모제가 끝난 뒤에도 여러 차례 말하였다.

 

정오 제상을 차렸다.

멧밥과 탕이 오르고,

동태전 부추전 꼬치전 두부전 버섯전 해물동그랑땡과 떡이 오르고,

고기와 생선, 육탕(소고기어탕(홍합소탕(두부)이 놓이고,

포와 삼색나물(고사리 숙주 시금치)과 식혜가 담기고,

대추 밤 곶감 배 사과 귤과 쿠키가 차려졌다.

제상 앞 나란히 놓인 소반 위에는 향과 술과 차.

, 역시 꽃이 아쉬웠다. 어제 그만 놓친. 한밤에라도 파는 곳이 있다면 달려가고 싶었던.

제의 막바지 헌가로 춘향가 한 대목 갈까부다를 불렀다.

물꼬에서 추모제를 지냈던 17주기에선 쑥대머리를 불렀고나.

다음에는 정말 이 제만을 위한 헌가를 연습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네.

심청가의 '주과포혜' 대목도 헌가로 좋겠다.

그렇게 또 다음을 살겠네.

 

상을 거두고 음복을 하며 여덟이 둘러앉았다.

그 자리가 그럴 수 없이 좋았다!

정규샘이 기억하는 여섯 살 많은 형인 대원 임현규님의 기억을 내놨고,

대원 이용호님의 형과 동기인 광조샘이 용호님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나눠주셨다.

낮밥을 먹고,

차를 달여 나누었다.

앗, 갈무리 모임과 갈무리 글쓰기는?

찻자리가 퍽도 푹했나 보다. 그 포근함이 좋아서 일어설 때까지 그 생각을 못한.

가는 걸음을 불러세우기도 했으련

이제 그런 것쯤 어떠랴 하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고 치자.

다음에 그리 둘러앉았을 땐 무엇으로 밥을 버는지, 요새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우리들의 지금을 말하기도 하면 좋겠더라.

 

봉투들을 내놓으셨다.

이걸 어쩌나...

추모제를 준비한 건 물꼬에서 낸 걸로,

그리고 김대진 박주훈 유경란 이광조 발해1300호기념사업회 이름으로

물꼬 논두렁 통장으로 넣기로 한다.

또한 내년 추모제 준비에 쓰리라고도 함.

정규샘은 보리쌀 가마니를 내려놓고 갔네.

먼 길 달려온 이들만이 다가 아니었다. 여러 마음들도 닿았다.

의미 있는 자리 함께하여야 함에도 다른 사정으로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훌륭한 마음에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호샘이었다. 고마웠다.

철현샘의 인사도 들어왔다.

오늘 수고 많으셨을텐데, 함께 못해 미안합니다. 2024 내엔 모든 분들을 꼭 뵙고 싶은데, (...)’

물꼬의 논두렁(후원)이기도 한 은식샘과 상찬샘, 또 한동안 논두렁이었던 승호샘이 함께하지 못한 건

못내 아쉬웠다...

 

4시 비 내리는 길들을 서둘러 나섰다.

멧골 살림에 나눌 게 무에 있으려나,

제 음식들과 올해 띄운 청국장을 보따리 보따리 실어 보냈다.

잘 도착했노라는 정규샘의 인사가 들어왔다.

고맙다고 했다. 내년에는 아내 수진샘이랑 동행해서 같이 전을 부치자 했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걸 한다 해서 고마웠다,

당연히 해야 하고, 아는 만큼 또 하는 거 아닌가,

시간 되는 한 참석하겠다,

대진샘은 그런 말씀을 주셨다.

마산의 3.15 기념사업회 일에도 발을 깊이 넣고 계신 광조샘은

이 맘 때면 처지고는 한다며

다시 할 수 있으려나 싶더니 해서 좋고,

이제 물꼬에서 한다니 자리가 딱 잡힌 것 같아 마음이 턱 놓인다며 고맙다셨다.

"물꼬에서 계속 한다고 하면 해마다 나도 꼭 온다!",

경란샘이었다.

주훈샘은 왜 옥샘은 추모제를 지내자 했느냐 물어왔더랬다.

추모제 준비의 변에도 썼지만

먼저 간 이들을 기리는 일이 참 깊고 깊은 사람의 일이더라,

작년부터 집안의 제사를 지내며 깊은 감동이 있었노라 했다.

죽은 자로 산 자들이 모이고,

죽은 자가 산 자들로 하여금 더 열심히 삶을 살아내게 한다.

당신들을 기리며 결국 살아있는 우리 삶을 잘 살자고 하는,

훌륭한 뜻을 이어 우리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겠다는 다짐의 자리이겠다.

무엇보다 만나는 기쁨이라.

서로 잘 살고 있음을, 그리고 좋은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북돋우는 거라.

그리하여 우리는 내년에도 물꼬에서 보겠다.

우리가 잘 살아야, 단단해야 그 분들을 제대로 추억할 수 있을 테다.


나의 말은 늘 더디다.

대진샘이 무슨 돈으로 물꼬 일을 하냐고 물으셨더랬다.

살점을 잘라서 팔아요, 할 수도 있었겠고,

마술이지요, 어디 돈으로나 하나요, 할 수도 있었겠지.

작은 후원들이 모이고, 교육일정과 강연으로 얻어지는 수익을 보태고남편 기락샘의 보탬이 있고,

거기서 교사임금(나를 비롯 모두 자원봉사라)이 따로 나가지 않으니 그것으로 꾸려지는 살림이라.

한 비영리단체를 꾸리는 데도 인건비가 70%를 넘는다 하였으니.

의사가 된 아들(발해 추모제를 같이 다녔던 그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의 지원으로 인도행을 가노라고만 했지

주 88시간 노동에 대학병원이 전공의들을 갈아서 굴러간다는 말을 못챙겼고나.

일곱 살 현진이가 자라 외교관이 되었는데,

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외무고시를 통과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애씀꿈꾸기가 이뤄낸 성취에 물꼬가 자신을 키웠노라 말해주어 더욱 자랑스럽노라는 말도 놓쳤다.

초등아이들이 중고생 새끼일꾼이 되고 대학생 품앗이가 되고 논두렁(후원)이 되고,

혼례를 올리고 거기 주례를 서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라 부모와 함께 물꼬로 오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 사회로 내보낸다,

그게 물꼬가 사회에 기여하는 한 방식일 게다.

또한 한 사람의 성장에 동행하는 일, 어마어마한 기쁨이고 영광이라.

그런 물꼬 이야기는 또 어느 때 나누기로.

그 아가들과 내년에는 추모제를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물꼬의 겨울 계자 일정을 짜보려고 궁리하는 중.

 

“30주기까지는 합시다. 네 번 밖에 아니 남았어요. 그러고 훌훌 털자.”

그리 제안은 했는데,

그래서?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지금은 다만 내년을 기약한다...

그때는 갈무리 모임도 갈무리 글도 놓치지 않기로. 

“모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발해1300호 26주기 추모제 준비의 변;辯 

https://cafe.daum.net/balhae1300ho/aqkX/209


* 발해1300호 18주기 추모제

http://www.freeschool.or.kr/?mid=mulggonews&search_keyword=18%EC%A3%BC%EA%B8%B0+%EC%B6%94%EB%AA%A8%EC%A0%9C&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69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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