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땅에 떨어져 옷고름을 푼다,

한 시인은 그랬더라.

산골의 해는 아귀처럼 바위도 집도 사람도 삼켰다가 소리들을 생선가시처럼 뱉는다...


옥샘이 달골에서 내려왔다가 올라왔다가 또 내려오고 있다,

소사일지에 그리 씌어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 달골을 오르내린다.

아침이야 가벼이 달골에서 차리지만(오전 곁두리도 달골에서 준비하네),

낮밥, 오후 곁두리, 저녁밥...


위탁교육 이틀째.

달골 햇발동 별방이 수행방으로 쓰인다.

해건지기로 몸 풀고 절하고 호흡명상하고.

위탁교육동안 꼭 지켜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대배 백배는 거르는 일이 없도록.

오전은 곁두리 시간을 중심으로 앞뒤로 상담과 그림명상,

낮밥을 먹은 뒤엔 몸을 써서 하는 공부들,

집짓는 현장에서 어른들 손을 돕기로.

저녁밥상을 물린 뒤엔 책읽기, 하루재기, 갈무리글.

지내는 동안 이 아이는 관계 개선법 훈련,

기초학습도 좀 하게 될 게다.

지금 계획은 그러한데, 또 좀 더 들여다보고.


준한샘이 조경 일로 가까이 오신 김에 들러 차를 나누고 갔고,

곶감 깎는 일로 달골 집짓는 일에 손도 한번 못 보탠다 미안타고

장순샘이 물꼬 식구들을 이웃 면으로 불러 송어회를 멕였는데,

저녁 한 끼 덜어주어 더 좋았는데,

찾아드는 이들 많은 집에 식당 여주인 혼자 걸음이 쟀는데,

일 많은 때 누가 잠깐 그릇만 하나 집어줘도 수월한 줄 아는데,

사다리에 올랐다가 누가 잠깐 아래서 가위 하나 올려주어도 수월한 물꼬살이라,

부셔야 할 그릇들이 많이도 쌓였기,

마침 일하다 간 복장이어, 식당 아주머니 복이지,

물도 철철 넘쳐나기 대야에 그릇 집어넣고 몇 씻었는데,

어차피 회도 아니 먹는 사람인 걸,

그게 또 고맙다고 맛난 장을 나눠주시었더라.

그러고 보니 울 어머니도 어디 가시면 그러고 사셨네...

“내가 식당해 봐서 (힘든 걸)알잖냐...”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 이심전심, 그리고 역지사지 뭐 그런 것들이

사람살이를 따숩게 하는 것들 아니겠는지.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고, 그래서 또 살 만하다지 않던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616 2024. 3.25.달날. 비 / 그대에게 혹은 내게 옥영경 2024-04-10 174
6615 2024. 3.24.해날. 흐림 옥영경 2024-04-10 113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105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105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97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99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107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103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96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175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50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61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26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113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06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05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125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117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114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1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