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낮은 온도로 시작되었다.

기온이 낮은 만큼 대기품질은 좋은 날.


"와, 좋다! 언제 하셨어요?"

요새 사람들이 물꼬에 오면 꼭 묻는다, 어디서 난 거냐고 덧붙이며.

물꼬에서 그걸 사서 깔았을 리는 없을 줄들 다 알고.

운동장 가장자리, 주차장 쪽에서 중앙 현관까지, 또 현관에서 해우소까지

고무매트가 깔려있다.

질퍽이던 곳도 걸음을 피할 수 있고, 풀을 잡아둘 수도 있다.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놀이터 시설을 바꾸면서 바닥에 깔았던 걸 치우게 되었더란다.

멀쩡해서 아깝다고 그곳 교장샘이 물꼬에서 쓸 곳 없을까 물어오셨다.

재작년 섣달이었다.

지난해 무산샘을 비롯 여러 사람이 실어오느라 애를 썼다,

한 장만도 꽤 무거워.


이 봄이 시작되고 있을 때 매트 작업을 다시 했다.

걷어내 반듯하게 줄을 세워 다시 깔았다.

달골에도 썼다.

아침뜨樂에 이르는 길, 물고기모양 꼬리지느러미 부분인, 에도 한 줄 깔았다.

"어쩜 이렇게 제자리를 찾았대요?"

보는 사람들마다 그리 말했다.


"매트가 스물한 장이 더 나왔는데, 혹시 필요하지 않으세요?"

문제는 트럭이다. 그거 옮기자고 봄부터 일에 몸이 매인 무산샘이 오기도 어렵고,

한참 과수원에서 몸을 뺄 수 없는 장순샘을 부르기도 입이 떨어지지 않고,

여기서 포터 역할을 하는 쏘렌토가 움직이자니 한 번에 실어올 수가 없던 차

그쪽 학교아저씨가 마음을 내주셨네.

모르긴 해도 교장샘이 부탁을 하셨을 게다.

제도학교 지원수업으로 예술명상 수업을 2017학년도에 진행한 인연이다.

안다, 타인에게 뭘 좀 챙겨주는 일이 여간 마음 쓰이는 일이 아님을,

그래서 차라리 버리고 마는 일도 허다하단 걸.

어떻게든 물꼬에 무언가 나눠주고파 하시고,

오실 때마다도 산골에서 귀한 걸 늘 꾸러미 꾸러미 챙겨 오시는 당신이다.

그런 지지와 지원도 물꼬를 살아가게 하는 커다란 힘 하나.

교문에서 빨래방 앞으로 이르기까지 남은 것들을 더해 깔면 맞춤하겠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가장자리로 현관까지 이르게 될 터.



가끔 물어봐 주는 그대 안부의 말이 막막한 나를 일어서게 한다.

내가 묻는 그대의 안부도 더러 그대를 무기력에서 끌어내주기를.

잘 지내시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112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112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102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119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113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122
6574 2024. 1.21.해날. 비 옥영경 2024-02-07 108
6573 2024. 1.20.흙날. 비 / 발해1300호 26주기 추모제 옥영경 2024-01-30 268
6572 2024. 1.19.쇠날. 흐림 / 문바위 옥영경 2024-01-29 150
6571 2024. 1.18.나무날. 비 옥영경 2024-01-29 141
6570 2024. 1.17.물날. 비 옥영경 2024-01-29 142
6569 2024. 1.16.불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137
6568 2024. 1.15.달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131
6567 2024.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149
6566 2024. 1.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158
6565 2023학년도 겨울, 173계자(1.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4-01-15 341
6564 173계자 닫는 날, 2024. 1.1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1-15 255
6563 173계자 닷샛날, 2024. 1.11.나무날. 맑음 / 바람산 옥영경 2024-01-14 215
6562 173계자 나흗날, 2024. 1.10.물날. 구름에 살짝 걸린 해 옥영경 2024-01-13 211
6561 173계자 사흗날, 2024. 1. 9.불날. 흐림 옥영경 2024-01-11 28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