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에 잠겼던 마을이 천천히 빠져나오고 있었다.

가을이네. 자주 안개에 묻히는 멧골이다.


아침뜨樂 잔디심기 2차년도.

재작년 미궁을 심었고,

올해 아고라를 심는다.

지난 20일 굴착기가 먼저 땅을 한 번 뒤집고 골랐더랬다.

돌은 다시 일어났고, 주워내고 또 주워내긴 했는데...


이른 아침 학교로 들어선다.

가마솥방으로 가서 어제 준비해놓은 냄비들을 불에 올린다.

김치찜도 두부찜도 시간을 들이면 더 맛난 음식들.

밥쌀도 담가두고,

그리하여 같이 일하다가 밥하러 먼저 학교로 내려오지 않고

최대한 일손을 더하려 한다.


아침 8:30 이웃 절집 스님이며 준한샘이며들

가마솥방에 모여 차 한 잔 마시고 작업 과정을 공유하다.

모다 아고라에 들어 땅부터 다시 골랐다.

물론 돌이 또 나왔지.

돌을 줍고 다시 매끈하게 땅을 고른 뒤 골을 파고

한 사람이 작두로 잔디를 자르고

또 한 사람이 괭이질을 하고

다른 이가 잔디를 놓고 또 한 사람은 흙을 덮는다.

잠시 숨 돌린 손 하나는 잔디를 다지고.


낮밥, 20여 분 먼저 내려가 밥솥을 올렸다.

칡잎을 따서 내려왔네.

채반에 깔아놓은 솔잎 위에

송이버섯을 칡잎으로 싸서 얹고 살짝 찐다.

와, 송이만도 그 향이 얕지 않을 터인데

이토록 깊은 향이라니.

뭔가 세상 최고의 요리를 하는 양.


오전에 다 하자던 일이더니 오후까지 넘어갔네.

오전만 손 보태자고 밖에서 온 일손들도 마음과 몸을 더 내주었는데,

결국 저녁 밥상 앞에까지 앉았더라.


멧돼지가 다녀가면 어쩌나,

준한샘이 퇴치제라고 아고라 둘레에 뭘 좀 뿌려두었는데,

효과가 있어얄 것을.


밥상을 물리자마자 인근 면소재지로 건너갔다 온 밤.

달마다 하는 살롱음악회에서 오늘은 팬터마임 공연이.

몇 어르신들을 뵙는 자리이기도 한. 


[* 아고라 잔디는

  소울네(송유설, 안미루, 안소울, 안소윤, 안소미)의 후원으로 심겨졌습니다.

  달마다 물꼬에 보태는 살림만도 적지 않은 것을...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65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71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90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84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78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77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86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367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189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167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153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117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153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111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141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129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20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25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118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1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