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해가 나도 일어나지 못할 만치 무겁게 깔린.


자정이 가까운 시간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동물들도 여행에 대한 꿈이 있을까?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떤 존재도 자신의 삶터를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도 떠나야만 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삶의 조건, 그러니까 환경 때문 아닐지.

이전이라고 없지야 않았겠지만 멧돼지 출몰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2005년 무렵이던가 서울 도심에 등장하고부터였다.

영화 <애니멀 타운>도 바로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의 등장으로 시작했더랬지.

이준혁이란 배우가 강렬했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산야에 30만 마리의 멧돼지가 살고 있다 했다.

100㏊당 4.9마리.

한 번에 7~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데

영양 상태가 좋으면 암컷은 태어난 지 1년 만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고.

호랑이 같은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지 오래,

그들의 천적은 이제 사람 밖에 없다.

늘어난 개체수를 어째야 할까?

단순히 수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면 무엇이 문제일까만

사람 삶의 영역을 넘어오기에 문제가 된다.

사람을 해치거나 농작물을 망치거나 하니까.


가을에는 도토리, 봄에는 산나물을 사람들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먹이(잡식성. 채식을 좋아하지만 토끼·들쥐·물고기·곤충들도 가리지 않는) 부족이

멧돼지 출몰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먹이나 영역 다툼에서 진 멧돼지들이 도심으로 밀려 나온다는.

거기다 도시는 음식쓰레기가 넘치니 유인물이 되기도 하는.

그게 다일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굳이 산을 나올 까닭이 있을까?

등산객에 놀랐거나 사냥개에게 쫓겨 급하게 피하다 온다는 진단도 있다.

또 새끼들이 자라서 독립해야 할 시기에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가로막은 도로들로 방향을 잃어 도심까지 흘러든다는 짐작도 있다.

전문가들은 서식지 감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도로가 산을 잘라내고, 도시개발도 임야가 줄고

삶터를 빼앗긴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이겠다.


멧돼지는 다리는 짧지만 한 시간에 40㎞를 이동할 수도 있단다.

헤엄까지도 잘 친다지.

30만 가운데 암컷 10만 마리가 10마리씩 낳아 1마리씩만 길러도

해마다 10만 마리가 불어난다.

사살하든 생포하든 멧돼지 숫자를 조절해아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해에 1만~2만 마리씩 잡아들이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

나프탈렌이나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물리쳐보지만

열흘이면 익숙해져 소용이 없고,

식물에서 추출한 기피제들도 효험이 없었다.

더러 전기 울타리도 치지만 설치·유지비가 만만찮은 데다 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결국 서식 밀도를 조절할 수밖에.

밀도 높은 곳에서 잡아 낮은 곳으로 옮겨주는 방법.

하지만 그건 어디 또 쉬운가.

그러니 아무래도 수렵에 의존하게 되는데...

멧돼지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은 허용해야 하고,

멧돼지랑 공존하기 위해서 양보할 건 양보해야할 테지.


멧돼지가 뒤집어 놓은 도라지밭이며 아침뜨락의 피해로

멧돼지를 잡아달라고 면을 통해 군에, 군에서 다시 포수에게로 연락이 갔고,

포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물꼬를 잘 안다, 옥샘도 두어 번 만났다,

지리산에서도 반달곰 포획 일을 했고, 지리산에선가 아이들도 가르쳤다는데,

그는 누구인가?

대안학교 초기 역사에서 물꼬를 안다는 건 그가 옛날사람이라는 말.

그러니까 연배가 좀 되실.

요새는 대안학교가 워낙 널렸고, 이제는 사람들이 물꼬 잘 모르니까.

멧돼지를 잡는다는데 동의했고,

밤, 건너편 산에서 두 발의 총성.

멧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는 포수의 연락을 받는다.

우리 골짝은 기척이 없더라지.

죽은 멧돼지가 우리 쪽에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지,

옮겨 다니는 그들이니까.

깊은 밤, 앞으로 좀 더 살펴보자는 포수의 전갈이 있었다.

이제 아침뜨락은 안전할 것인가...


일정대로라면 빈들모임을 여는 날,

아침뜨락 계단 풀을 매고

‘옴’자의 키 큰 풀들을 잘라 멀리 버렸다, 씨앗을 달고 있기.

창고동 청소에다 난로에 불도 지피고,

부엌에서는 장아찌 간장을 다시 끓여 붓고,

학교에서는 본관이며 부엌이며 큰 해우소와 아이들 뒷간, 그리고 고래방도 청소했다.

이틀짜리 빈들모임이 내일과 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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