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들어오고 차부터 냈다.

다른 때 같으면 그리 여러 순배 돌 차가 아닐 걸

다담을 나누는 게 더 중심인 양 여러 바퀴 돈 차라.

다식도 더 정성스러운 게 나온.

사람이 적어니 이런 것도 또 좋으네...”


초등계자는 달라진 학교 방학에 맞춰 일정을 한 주 늦췄다.

하지만 청계는 예년 일정대로 두었는데,...

중등 역시 방학에 변화가.

그래도 올 수 있는 아이들은 오려니 조금 안일했던 걸까,

이런! 아이들이 많이 못 왔다.

발표회다 뭐다 연말 학교 일정이...

당장 초등계자 새끼일꾼을 신청한, 또 신청하려 한 건호 현진이만 해도 올 수 없었다.

청계는 새끼일꾼 훈련의 자리라는 의미도 있는.

신청자가 한 명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도 물꼬가 좋다.

일정에 있어 재정규모가 존립을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 명이나 왔잖아!

적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나아가 더 특별한 일들이 있으리.

물꼬가 그렇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즐거움이 있는 것.

사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많으면 많은 대로 왁자한 즐거움이 있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할 수 있는.

적으면 가라앉기도 쉬운데

윤호 도은 서영이 이미 물꼬를 아는 아이들에다

첫걸음인데 이런 상황이 조금 머쓱할 법한 성준이조차

자연스레 함께하다.

 

밥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윤호를 앞세우고 멧골 한 바퀴.

큰 형님 느티나무 아래도 서 보고 왔다.

그런데, 멀지도 않은 그곳인데 왜 이리 안 오나...

하하, 저들끼리 그랬더라나.

혹 밥이 아직 안 돼서 옥샘 마음 바쁠 수도 있을까 봐

더 밍기적거리며 왔다는.

물꼬 우리 아이들이 이렇다!

 

자갈길’.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락의 아고라에서 일했다.

숫자가 적으니 차로 한 번에 움직이기도 좋았네.

돌을 주워냈지,

엎드려서 오래 해오던 일처럼.

한 사람은 가장자리 울타리를 돌로 쌓고.

요만큼만 하자던 일이 자꾸 넓어지더니 어느새 그 공간을 다했다.

일이란 게 사람 손이 무섭다는 바로 그 많은 손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사람 손 많다고 많은 일을 하는 게 또 아닌.

일이 되어서도 좋다.

따뜻하고 잔잔하고 꼭 오래전부터 같이 살고 일하던 사람들처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더라.

모두의 이야기가 한 덩이 이야기로 몰아지는 것도 좋다고들 했다.

잔디도 밟아주고 나왔다.

아침뜨락에 기여한 기쁨이 컸더라는!


물꼬가 꾸리는 일정들에 늘 안팎으로 보태는 손들이 놀랍다.

미처 과일을 들이지 못했는데 하얀샘이 귤을 한 박스 실어와 내렸고,

고친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나 확인하러 온 건진샘 편에

굳이 면소재지를 다녀올 걸음이 필요없이 몇 가지 물품의 장을 봐주십사 했더랬다.

초도 켰다.

얼마 전 서울 워커힐 사는 벗이 준 선물,

물꼬이든 나이든 빛과 소금이 되라는 지지로

프라하에서 온 소금과 도예가 이기조 선생이 만든 백자그릇 양초가

이 청계를 위해 왔더랄까.

저녁상을 물리고 달골로 걸었다.

역시 사람이 적으니 편하고 모두 한 덩이로 걸어가며 보다 안전한 느낌도 들더라고.

그럴 땐 별도 더 밝게 보인다는 느낌까지 들더라나.

 

실타래는 달골 햇발동 거실에서 이어졌다.

이 숫자여서 또 학교 모둠방이 아니라 달골 기숙사에서 자기로 한.

완전 호강이에요.”

생각을 나누는 것도 깊이 많이 할 수 있더라지, 사람이 적으니.

책이야기며 한 사람씩 발언자가 되어 얘기하는 동안

한 뼘씩 자기 세상이 넓어진 것 같았다는.

그리고 던져진 질문들이 만들어

윤호가 기록을 맡았더랬네;

서영, <오말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불행을 몰아받는 아이가 있는 도시를 떠날 것인가?

                                     다수를 위해 한 아이가 희생하는 것이 맞을까?

도은, <주머니 속의 고래>- 청소년들의 진로고민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이야기.

                             자신의 꿈이 생기면 노력해봐야 한다.

선준, 쓰고 있는 대본 이야기

윤호, <화가들으니 왜 비너스를 눕혔을까>- 고대예술작품 속 여성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창고동으로 건너가 난로도 피웠고,

고구마도 구웠다.

멧골 깊은 밤에 둘러앉아 까먹는 군고구마.

향이 더 맛나서 맛이 더 좋았던.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흥은 덜했지만

또 다른 색깔의 즐거움이 일었다.

쟁반에 컵까지 딱 다섯 개가 들어가요!”

별게 다 이 숫자가 좋다고 말한다.

차분하고 고즈넉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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