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7.흙날. 비

조회 수 397 추천 수 0 2020.04.10 07:06:04


 

식구들과 함께

페미니즘과 재난기본수당 포함 기본소득과 복지와 민주주의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

우린 주말에나 만날 수 있으니 으레 그러려니 하지만,

밖으로 움직임이 덜한 요즘, 아이들도 학교를 가지 않고 있으니,

가족들이 모여 못다 한 이야기들이 넘치겠다.

코로나19가 우리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도.

엄마들만 해도 맘카페 활동이 열심이라는데,

아이들 뭐해 먹이나 공유한다고.

그간 손수 해먹이지 못한 밥을 멕일 기회이기도.

어쩜 학교 귀한 걸 생각할지도.

가르쳐도 주고 돌봐주고 밥도 주던 학교 아니던가.

국가가 할 일이고 국민의 권리겠지만 세삼 고마울.

 

모여 앉아 책들도 읽다.

이 역시 주말에나 모이는 식구들에게 새삼스런 풍경이 아니다.

모였을 때 해야지 하는 작정한 일도 있지만

자기 읽던 책들을 쥐고 읽다가

어느 구절에 멈춰 그것을 나누기도 하고

문득 생각난 어떤 것을 던지며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하는.

이번엔 특히 쉬어가기로 한 주말이라, 밀린 일들도 두고. 무에 급한 게 있냐고.

, 코로나19로 가정마다 가족들이 모여서도 그리들 보내겠다.

우리들에게 이 사태는 불운이면서 동시에 정말 아주 귀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나만 해도 제목만 익숙했던 책을 비로소 책장에서 꺼내기도.

기락샘은 90년대생을 다룬 책을 덮더니 내가 읽으면 도움이 크겠다고 내민다.

식구들은 그렇게 책을 돌리기도 하며 공유점을 확대해나가는.

 

! 늘 전기를 걱정하는데,

저녁답에 사이집 다락방 작은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콘센트에 꽂혀 쓰는 등인데.

다른 것들 확인하니 그쪽만 문제다.

그런데 그게 난방기도 연결된 곳이란 말이지.

밤에 거기서들 자기로 했는데.

멀지않은 곳에 이런 문제를 다루는 이웃이 있긴 하나

보일러 설치에 관여했던 이랑 통화, 그가 사람을 데리고 오다.

새 집은 거의 그럴 일 없는데...”

확장 콘센트가 문제였다.

지레 겁 먹고, 당장 써야 할 난방으로 급한 마음이 더 문제여서

차분히 이리저리 따져보지 못했던.

재작년 집 짓던 막바지 12,

바깥에서 빼서 쓸 수 있도록 한 콘센트 박스가 먹통이 된 기억이

늘 걱정 씨앗으로 남아있던 것도 있어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꼴.

비까지 부슬거려 위험도에 대한 감도를 높였던 듯도.

게다 병원에서부터 가게까지, 여긴 가까이에 없는 것들이 많으니

지레 그 먼 거리에서 오는 고립감이 주는 걱정이 배가 되었던.

전기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가진다면 그리 어려울 게 아닐.

다시 되내노니, 부디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기, 마음에서 먼저 걱정을 만들지 말고!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잖아, 해결할 문제니까.

결국 해결 못할 거라면 그뿐이지, 어차피 해결 못할 건데, .

덕분에 모두 모여 풍성한 저녁을 먹었네.

 

영화 <킬링 디어>(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2017).

헐리우드 거대자본이 투입되었다는데도

자기 색깔을 유지하며 자신의 철학을 유연하게 끌고 가는 당찬, 그리스 뉴웨이브 작가주의 감독.

원제는 이기적인 성스러운 사슴 죽이기;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죄는 아비가 짓고 속죄는 가족이 짊어진다.

아이들은 기꺼이 자신을 재물로 바치고자 하지만 어른들은 다르다.(어른이란 참...)

심지어 한 아이를 바치고도 가족은 태연하다, 인간사가 그렇다는 태도랄까.

인간은 얼마나 나약하고 사악한가.

, 인간의 굴레란 얼마나 깊고 깊던가.

우리가 숨기고픈 어떤 부분은 우리를 끝내 지옥으로 몬다,

거짓말이 그러하듯.

그러므로 윤리적으로 살자는 강권?

아니다.

인간이 존재적으로 원래 그러하니

당신은 인간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겠냐 묻는다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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