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하던 하늘이었다.

달골 햇발동과 창고동 뒤란 축대의 마른풀들을 걷어내고(몇 차례 이어온)

낮밥을 먹으러들 가마솥방에 들었는데,

눈이 몇 날린다 싶더니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바람과 함께 거세게 휘날렸다. .

바람 길이 뒤엉키며 한바탕 휘몰아치는데,

마치 겨울 한복판 같았고 쉬 그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런 날은 딱 놀고 먹어야 하는데!”

마침 생일상을 마련하는 부엌이었는데,

미역국이 끓고 생선이 익어가고 전들이 여러 가지 부쳐지고...

난로에서는 주전자 물이 끓고...

밥상 앞에 앉았을 땐 언제 그랬냐 싶게 말짱해진 하늘.

 

하지만 바람은 가라앉지 않았다.

된장집 지붕(본체 지붕은 양옥 평면. 그 위에 상을 걸고 지붕을 다시 인)을 좀 더 손봐야는데.

지붕째 덜러덩 뒤집히기 여러 차례,

그만큼의 보수가 있어왔다.

물이 잘 흐르게 앞은 들고 뒤는 내린 구조인데,

뒤쪽이 본체 지붕과 틈이 많지 않아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뜯어 고치지 않는 바에야 지붕 각도를 그대로 유지해야는데,

그렇다면 지붕을 더 단단하게 고정해야할 무언가가 있어야겠지.

예전 한 때는 상을 걸고 위에 씌운 지붕과 본래 있던 지붕을

TV전선으로 전체를 한 덩어리로 엮은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본 지붕 벽에 나무를 박고, 그곳과 지붕을 굵은 철사로 몇 곳 엮었다.

 

사다리를 접으며 최종 확인을 하는데,

, 오래된 한 쪽이 자꾸 덜렁거리고 있었다.

바람이 없었다면 눈에 띄지 않았겠지.

게다 지금 작업이 몇 년을 갈 것 같지도 않아

사다리 다시 펴고 올라가기도 을씨년스런 날인데,

그냥 두자 하고 돌아서고 싶다.

하지만 후회할 걸 아니까, 결국 다시 사다리를 펴고 다시 연장을 챙기고 다시 못을 들고...

야물게 몇 개 더 못을 박고 나니 개운하다.

역시 하길 잘했지.

많은 일이 그렇다. 잠깐의 게으른 마음을 밀고 나면 훨씬 나은 상황이 앞에 있다.

 

보다 밀쳐두었던 책 한 권을 잡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

지금 20대인 90년대생들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었다.

살아본 적 없는 미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시간속의 이주민’,

그들도 나이를 먹을 테고 구세대가 되겠지만

지금은 그들을 이해할 때, 교사로서도 부모로서도 구세대로서도.

단절되지 않으려면.

그들은 간단하거나, 재미있거나, 정직하거나(윤리적 문제라기보다 솔직하거나’).

참견을 원치 않으며 참여를 원하는.

90년대생이 조직원이라면;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해주고, 버텨야 하는 기한을 알리고,

더 나은 방안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것.

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응을 도울 것.

일을 통해서 성장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

90년대생이 소비자라면; 간결하고 더 간결하게(제목도, 접근과정도 번거로움을 제거할 것),

그리고 유머!

물론 어떻더라도, 그래도, 정직한 제품과 서비스는 살아남지만.

 

밑줄 한 대목; “결국 미래의 기업은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 구축의 시대로 회귀한다.

진실된 것, 즉 인간에 대한 인사이트에 기반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곳에

관심을 기울이라, 그리고 연관성 있는 대화 속으로 뛰어들라.”

90년대생 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들의 생각을 듣고 행동을 제대로 관찰하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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